크리스마스 캐롤과 시작하는 영화 <조폭마누라2>는 돌아온 전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돌아온 전설"에 어울리지 않는 오프닝 때문에(카리스마 다 어디갔어~) 적지 않은 실망감을 가졌지만 그래도 조폭마누라인데 하는 마음에 끈기있게 영화를 졸지 않고 보았던 내 노력의 보답은 한번도 이 영화에서는 받지 못했다. 2년을 기다린 영화인데 이렇게 허망하다니, 영화가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오는 발걸음이 아쉬움에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조폭마누라2가 잃어버린 것은 기억이 아니라 <조폭마누라1>이라고 자주 말하는 것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이 말에 적극적인 한 표를 던진다.
우리가 조폭마누라에게 기대하는 것은 가정의 따듯함도 아니고 그녀의 여성스러움은 더더욱 아닐 뿐더러 가족애라는 부차적인 감동은 말 할 가치 조차도 여기서는 없다. 그러나 조폭마누라는 우리가 그토록 기대하지 않던 위의 요소들을 영화 전반에 무슨 풍경 그리듯이 그릴려고 하는 노력이 다분히 보인다.
영화의 속편이 제작되는 경우 1편의 장점을 고스란히 따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편의 최대 장점이었던 조폭마누라의 중성적인 매력과 조폭의 현실을 보려주려는 노력이 <조폭마누라2>에서는 결여되어 있다. 1편에서 동네 양아치들에게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안재모를 기억할 것이다. 그의 죽음을 영화에 담음으로써 상당히 사실적인 조폭의 한 잔인한 단면을 볼 수 있었는데 2편에서는 <조폭마누라>라는 제목에서만 조폭을 만날 수 있었지 영화내의 스토리에서는 그런 조폭을 한번도 제대로 만날 수가 없었다. 너무나 유머스럽게 표현되어 있는 조폭들과 주변인물들 그리고, 조폭들의 생활(현실적인)을 스토리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이 영화는 조폭을 가장한 드라마 즉 가족극이 되어 갈려고 한다.
대체 영화<조폭마누라2>는 무엇을 잃어버렸는가?에 대한 의문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기억이 아니라 1편의 흥행소스를 잃어버렸다는 말로 그 답이 매겨지고 있다. <조폭마누라>라는 제목을 가판에 걸어 쓸 때는 스토리의 구성은 조폭이 주가 되어야 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아가게 되면 조폭마누라인 깔치가 주가 되어야 한다. 즉, 조폭마누라가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흥행 할 수 있었던 요소는 바로 조폭에 몸 담고 있는 여성이라는 것에 있는 것이다. 이 점은 관객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일으켰고 신선하면서도 흥미를 유발하는 강한 유혹으로 다가온 점이다. 그러나 <조폭마누라1>이 이런 점을 잘 영화상에 버무려 논 반면, 2는 조폭마누라 였던 깔치가 주가 되는 내용이 아니라 다분히 남성적인 시각으로 본 조폭에 대한 환상만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조폭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판을 보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여성 조폭이 그 세계에서 통쾌하게 싸워 이기면서 관객에게 어떠한 재미를 주는가에 관심을 가져었다. 그러나 <조폭마누라2>는 조폭 얘기도 아니요, 그렇다고 가족애를 그린 드라마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서 있다. 결국 <조폭마누라2>는 1의 안전한 흥행요소를 버리고 불안한 흥행 성공 바램만 가지고 제작되어 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영화 내에서 혼자 기억을 찾겠다고 고군분투하는 깔치를 바라보고 있는 일은 상당히 괴로운 시간이었다. 깔치(신은경)라는 캐릭터는 조폭 마누라이기에 일단은 극 안에서 코미디가 안되는 캐릭터이다. 그런 그녀의 캐릭터를 살려주었던 인물들이 1편에서는 남편역으로 나온 박상면이다. 그러나 2에서는 그녀가 여성 조폭으로써 느껴지는 낮설음을 웃음으로 이어주게 하는 인물이 없다. 박상면 캐릭터를 대체해서 나온 인물이 박준규인데 그의 개성도 못 살려내는 판에 깔치의 캐릭터의 뒷받침을 원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백상어(장세진)라는 캐릭터도 전편에 이어 재등장 하지만 너무나 웃기게 변할려고 한 캐릭터는 거부감마저 들 정도이니 대체 전편 캐릭터들의 분석은 제대로 한 것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분노마저 치밀어 오를 지경이다. 결국 이런 개성 없는 캐릭터와 다양한 에피소드들 그리고 작위적인 웃음 코드와 감동들은 깔치라는 가장 중요한 인물의 개성를 죽이고 있다.
영화에 "마누라"라는 단어가 들어 있어 영화는 결국 조폭마누라에게 가족애를 가르쳐 줄려고 한다. 그러나 분명 조폭마누라는 마누라들의 얘기가 아니라 조폭 얘기이다. 단어의 의미만 쫓아서 영화를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에 여기서 또 한번의 배신감마저 든다. 조폭마누라를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끌어가고 싶었으면 그녀의 조폭생활과 기억을 잊어버린 후에 일어나는 조폭 생활의 무의식적인 잔인한 습관들을 가족애라는 틀에 잘 맞게 조율했어야 하는데 조폭마누라의 특성을 무시하고 여성이라는 성에 집착하여 가족애를 끌어들인 내용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영화 <조폭 마누라 2 : 돌아온 전설>의 최대 장점은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바로 조폭마누라 신은경이다. 우리는 조폭인 그녀가 주가 되어서 가정과 조폭이 만났을 때의 문화적 충격을 웃음과 액션으로 보여주길 바랬는데 <조폭마누라2>는 조폭마누라의 개성(본질)마저도 무시하고 있으니 관객은 돌아온 전설 조폭마누라 신은경을 과거의 기억속에서 조차 완전히 잊고 말았다.
"마징가. 여기도 내 나와바리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깔치를 보면서 <조폭마누라2>는 분명 추석 극장가에 가장 넓은 나와바리를 소유한 영화이다. 전편에서 조폭마누라에게 웃음을 사채로 빌려 쓴 관객은 <조폭마누라2>에서 흥행의 나와바라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1편의 나와바리마저 빼앗긴 시점에서 2편의 나와바리가 관객들에게 남아 있을까?라는 의문만 영화를 보고나서 남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폭 마누라 2:돌아온 전설>을 조폭마누라의 진정한 속편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번 영화는 외전(外傳)으로 남겨두고 싶다. 진심으로 2년을 기다렸는데 앞으로 2년 더 못 기다릴 것도 없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