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술시간..미술선생님께서는 프리다 칼로라는 생소한 멕시코의 여류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그녀의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끔찍한 사고뒤에 몸이 갈갈이 찢기는 고통을 이겨내며 신체의 고통뒤로 얻은 미술의 재능을 불사른 강인한 여인의 모습..그녀가 직접 그린 그녀의 끔찍할법한 자화상에 담긴 강렬한 인상은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 영화제목을 듣고 어디선가 낯이 익은 기분이 들었는데..프리다..프리다..알고보니 그녀의 이야기를 필름에 담아서 소개하려는 영화였던 것..
우연한 기회로 다시 만나게 된 그녀..역시..그녀는 나의 기대만큼이나 열정적인 영혼을 지니고 있었다..
말그대로 그녀의 일생을 보여주는 영화다..그녀는 어찌보면 정말 불쌍할지도 모르겠다..그러한 비극적인 사고를 겪게 되는 그녀의 눈물겨운 일생이 스크린에 가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그러나 왠걸..그러한 걱정을 엿먹이듯 그녀는 너무나도 당당하다..경쾌하면서도 강렬한 남미음악처럼 그녀의 표정과 몸짓 그리고 삶은 이글거리는 태양을 삼킨듯이 열정 그 자체인듯 해보인다..
그녀가 언니의 결혼식에 남장을 하고 찍은 그 사진..그녀는 어려서부터 스스로가 여자로써의 삶에 구속받길 원하지 않고 있었다..오히려 그러한 삶에서 지긋지긋한 우울증에 스스로를 학대하던 버지니아 울프의 처절한 저항과는 사못 달라 보이듯이..자신을 가둔 울타리에 끝없이 몸을 부딪치며 울타리를 파괴하기 위해 자신 또한 망가져가는 것이 아닌..마치 상대방이 그러한 울타리를 인식시키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강렬한 카리스마가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듯 했다..
그녀의 능력..그건 그녀에게 불행일지도 모르는 그 버스사고가 선사하는 위로라고나 할까..그녀는 자신의 신체의 건강함을 빼앗겼지만 자신이 바라보는 사물에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는 능력을 얻었다..
그녀의 그림안에는 그녀가 마음으로 보는 세상의 풍경이 보여지고 있었다..스스로의 자화상조차도..자신을 괴롭히는 신체의 암울한 현실조차도 그림안에서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그녀는 언제나 화려한 원색의 드레스와 꽃으로 스스로를 단장한다..왜일까..자신의 그러한 모습을 잘 알기에..타인에게 조금이나마 나약해보일지 모르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 화려함을 택한건 아닐까..
물론 그녀를 괴롭히는 건 그녀의 망가진 신체뿐만이 아니다..자신감으로 가득찬 디에고와의 사랑앞에서의 확신이 그의 덧없는 자유분방함에 줄다리기하는 것도 그녀를 괴롭히는 요인이다..
하지만 그녀는 모두를 극복해낸다..타인에게 관찰되는 그녀의 일생은 불행할지도 모르겠지만..그녀에게는 하나하나가 모험이고 도전이다..
디아워스가 여성으로써 세상에 지닐 수 밖에 없는 짐의 혹독함을 서정적으로 보여준 반면 이영화에서는 여성이기에 세상에서 획득하게 되는 어드밴티지(advantage)를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이영화의 주배경은 그녀의 모국인 멕시코다..남미음악의 경쾌한 음악과 강렬한 남미인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색채감이 어우러지는 영화다..멕시코의 그녀이기에 그러한 그녀의 타고난 기질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할 만큼 그녀에게는 축복받은 땅이다..
프리다 칼로 역을 맡은 셀마 헤이엑의 연기는 정말 매력적이다..그녀의 일자눈썹은 쓰리랑부부의 순악질 여사의 그것과 비슷함에도 오히려 그녀의 강렬함을 매력적이게 만들어준다..그녀의 연기를 보니 왠지 글루미선데이의 에리카가 떠올랐다..당당하고 열정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그녀의 모습이 잠시 떠올랐다면 착각일까?물론 그녀는 양성적인 퀄리티(?)는 지니지 않았지만..
깜짝 출연하는 듯한 배우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안토니오 반데라스..에드워드 노튼이 잠시 영화에 등장한다..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건이라 볼 수 있겠다..
어찌되었건..우리에게 다소 생소할지도 모르는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다룬 영화..단순하게 재미없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흠..글쎄..그럼 영화를 잘못 본 그사람 탓이 아닐까..이 영화가 단순하게 재미없어..라는 말로 치부될 만한 영화라고 여기는 그 분에게는 참으로 아까운 영화다..
나의 마지막 여행이 행복하길 바란다..그래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녀의 마지막 대사..그리고 그녀는 사후에 화장해달라는 소원처럼 그녀 스스로를 불꽃에 담았다..아니..어쩌면 불꽃에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서서히 사라지느니 불타버리는 것이 낫다(It's better to burn out than to fade away)..너바나의 커트코베인의 유서에 담긴 글귀처럼 그녀도 그렇게 원하지 않았을까..물론 그녀는 우리에게 이미 뜨거운 강렬함을 선사했다..그가치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가 의문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