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영화를 볼 생각은 전혀 없었으나 오스카란 친구를 둔 덕분에 어처구니없이 보고 말았다. 일단 감독에게 묻고 싶다. 호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분명 홍보에서도 드러나있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알고 있듯이 호러영화라고 알고 있었는데 웁스, 이건 도대체 장르가 무엇인지... 특히 개봉전부터 논란이 일었던 아이와 관련된 두 장면은 호러의 성격보단 엽기로 비춰졌고 영화의 격을 오히려 낮추어버렸다. 처음부터 왠지 불안했다. 공포영화 역시 초반에 강렬한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복선을 깔아주며 사로잡아야 하는데 이 영화는 너무 잔잔하게 나갔다. 그걸 보면서 혹시 식스센스식으로 가려 하나 했지만 영화가 끝나기까지 아무것도 없었고 오히려 싱겁고 우습기까지 했다. 이 영화 역시 욕심많은 한국관객들을 의식했던 것인가? 호러를 표방하고도 그 용량을 넘는 걸 무리하게 담아내려다가 결국 알멩이만 넘쳐 흐르고 물만 남은 격이 된 것 같다. 장르의 강화와 상관없는 사건, 인물의 잦은 간섭 등이 특히 더욱 영화 분위기를 산만하게 하는 것 같고 영화 속 사건들은 물과 기름처럼 합쳐지지 못한 채 둥둥 떠다니며 존재의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것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물론 두 배우의 이미지 탈피라는 측면에서 보면 좋은 시도였으나 안타깝게도 그간의 이미지가 너무 깊이 박힌 것인지 어색함의 연속이었다. 특히 전지현의 목소리는 시월애 때부터 몇 번 지적을 받았지만 좀 그의 연기에 장애요소일 수도 있는 것 같다.(물론 나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 암튼 한국 호러를 보면 이게 가장 아쉽다. 너무 원초적 호러를 배제하는 게 아닌가 싶다. 너무 기본에서 멀어져가는 듯 싶고 오히려 호러를 표방한 작품들이 거의 장르의 모호성에 휘말리는 것 같고 B급 호러 정신, 그 원초적 자세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호러를 그대로 덮어씌우란 건 아니다. 단지 호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예전 B급 호러물의 전성시대에 그들이 담고자 했던 호러는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호러는 저예산이나 대표적 장르라는 걸 잊진 말았으면 좋겠다. 그만큼 어쩌면 더욱 순수한 장르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