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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개봉하는 영화 가운데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는 "컨페션"이었지만 시간이 약간 맞지 않아 "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를 먼저 보았다. "컨페션"을 볼 수가 없어 꿩 대신 닭으로 "터미네이터 3"를 본 것은 아니다. 나는 처음부터 '...그래도 보겠다'는 쪽이었다.
저예산의 B급 영화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각본과 감독을 맡은 제임스 카메론 뿐만 아니라 출연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린다 해밀턴, 마이클 빈 모두에게 이른바 출세작이 되어준 고마운 영화 "터미네이터"가 84년에 개봉 했었으니 그게 벌써 19년 전 일이다. 그리고 제임스 카메론은 그 속편이 되는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1991)을 통해 자기 자신이 구축했던 독창적인 SF 액션의 세계를 한 단계 진일보시키며 전세계 영화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터미네이터 2"는 확실히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한 비쥬얼 면에서의 일취월장 뿐만 아니라 묵시론적인 영화적 상상력을 극대화 하는 데에서도 성공한 영화사상 최고의 속편 영화로 뽑을 만한 걸작이었다. (팀 버튼의 "배트맨 2"도 물론 훌륭한 속편 영화였지만 전작 대비 관객 반응은 "터미네이터 2" 쪽이 우세했다)
"터미네이터 3"가 전작들에 비해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흥분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제임스 카메론이 참여하지 않은 이 미래에서 온 살인병기의 세번째 이야기가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미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영화의 외양을 똑같이 따라하거나 이야기의 골격을 적당한 수준으로 변주했다고 해서, 또는 새로운 터미네이터를 쭉빵 미녀 언니로 바꿔보거나 환갑의 나이에 이른 아놀드의 얼굴이 비교적 젊어보이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해서 빼어난 전작과 어차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3편의 멍에가 절대 가벼워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승산이 없는 부분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느니 할 수 있는 거라도 열심히 하자는 생각에 내노라하는 특수효과와 스턴트 전문가들을 닥닥 끌어모아 애를 써본 작품이 이번 "터미네이터 3"가 아닌가 싶다.
"터미네이터 3"가 정말 우리를 놀랍게 하는 것은 2편이 나온지 무려 12년이나 지났는 데도 어쩌면 영화의 기술 수준은 하나도 진보한 것이 없느냐는 점이다. 역시 액션은 새로운 비쥬얼의 요소를 어떻게 차용하느냐의 문제이지 단순히 더 많은 자동차와 더 많은 건물을 부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사실은 이점이 제임스 카메론을 다른 액션 영화 감독들과 크게 차별되도록 만드는 부분 가운데 하나인 것도 사실이다. 제임스 카메론이 손을 대면 100년전 대서양에서 침몰한 여객선 한척의 캐캐묵은 이야기조차 전세계적인 흥행대작으로 재탄생 하는 보기 드문 일도 가능해진다. 아, 제임스 카메론은 진정 위대한 영화감독 이다.
"터미네이터 3"가 전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미래묵시록으로서의 엄숙주의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한번 웃겨보겠다고 작정을 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이 영화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이럴려면 뭐하러 만들었냐'에서는 질문형에서 '그래 웃자고 만든 거였구나'라는 긍정적 이해형으로 바뀔 수 있게 된다. 정 아쉬우면 앙꼬 없는 찐빵도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겠는가. 기왕에 영화 자체에만 몰두하던 평소 엄숙한 영화 관람 태도를 버리고 팝콘과 버터구이 오징어에 큰 사이즈의 음료를 구비해서 보면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고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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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 Terminator III : Rise of the Machines)
제작사 : Village Roadshow Entertainment, Intermedia, Toho-Towa, C-2 Pictures, VCL Communications GmbH, Pacific Western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t-3.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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