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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시리즈물 중 [여고괴담]은 진부함 가운데서도 언제나 호기심을 끄는 영화이다.개봉과 함께 괴담 신드롬을 일으키며 공포영화 붐을 일으켰던 [여고괴담] 1편과 전편과는 다른 분위기로 여고생들의 감수성을 전면에 내세웠던 2편까지 여느 공포영화들과는 차별된 감성적이고 아기자기한 괴담을 선보였다.그리고 2003년 여름 다시 찾아 온 여고괴담 시리즈의 3편인 [여우계단]은 장편영화 데뷔감독인 윤재연감독과 박한별,조안,송지효,박지연 이라는 네 신인배우를 기용하며 신이으로서 주는 신선함으로 다가온다.그리고 여고생들 사이에서는 익히 잘 알려진 여우계단 이라는 소재와 언제나 그렇듯 여고괴담 시리즈가 전달하는 메세지들은 [여우계단] 역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한다.
마음이 간절하면 새로 나타나 그 소원을 들어주고 마지막에는 소원을 빈 사람을 죽인다는 여우계단은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들에겐 유일한 희망과 해결책이 되어 주기도 한다.영화 [여우계단]은 그런 여우계단의 괴담을 믿는 여고생들의 이야기 이다.예술고등학교에서 발레를 전공하는 진성과 소희는 학교에서도 유명한 단짝친구 이다.하지만 자신의 꿈인 발레에 있어서 만큼은 누구보다 큰 야심과 포부를 가진 진성은 언제나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소희에게 열등감과 질투를 가고 있다.영화 [여우계단]은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여고에서 떠도는 괴담,즉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소재로 공포를 주고 있다.그리고 1편과 2편을 뒤섞어 놓은 듯한 스토리 전개와 분위기는 영화 초반까지 전편들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전편과 마찬가지로 [여우계단] 또한 단짝의 두 친구와 그 사이에서 흐르는 따뜻한 우정,그리고 둘 사이의 열등감과 질투심이 영화의 주된 내용인 것이다.단짝친구인 진성과 소희와 함께 등장하는 혜주 역시 여우계단을 간절히 믿는 여고생이다.혜주는 뚱뚱한 외모와 어리숙한 말투로 친구들에게 항상 놀림을 당하고 그래서 언제나 학교의 구석진 조소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진성과 혜주는 마음속에 있던 간절한 소원을 여우계단에 빌게 되고,이후 이 둘에게는 믿을수 없는 일들이 생기게 된다.[여우계단]은 초반을 벗어나면서 점점 진부함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전개에 있어서도 설득력과 자연스러움을 잃어 간다.영화 초반 잠깐 등장한 진성과 소희의 우정은 지나치게 급변한 상황으로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다가오고,혜주라는 캐릭터 또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 부족과 설득력 없는 전개는 영화를 복잡하고 지루하게만 만들어 주게 된다.더군다나 부자연스러운 편집으로 인한 당황스러운 전개와 "윤지"와 "혜주" 사이의 설명부족은 아쉬울 따름이다.
제작초부터 신인감독과 신인배우들 이라는 다소 무리수가 따르는 조검임에도 여고괴담 이라는 이름표와 신인들이 보여주는 색다른 연출력과 연기에 호기심과 기대감을 가지게 해주었다.하지만 역시나 [여우계단]은 신인감독과 배우들이 가지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 아쉬움만 더해준다.단편영화로 인정 받은 윤재연 감독이 [여우계단]의 감독으로 결정되면서 [여우계단]은 시리즈 중 유일한 여성감독의 연출작으로서 또다른 기대를 하게 되었을 것이다.1편에서 보여준 공포 중심의 스토리나 2편에서 중점으로 내비친 여고생 사이의 미묘한 우정과 감수성과는 다른 독특한 여고생들만의 이야기를 다룰것을 기대했을 것이다.하지만 [여우계단]은 아쉽게도 전편들에서 보여준 공포와 감수성 마저도 모두 잃어버렸다.지나치게 무미건조한 캐릭터들과 이렇다하게 보여줄것 없는 에피소드들,그리고 무엇보다 부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는 "여고괴담"만이 주는 산뜻한 공포 마저도 깨버리고 말았다.그리고 오디션으로 선발된 네 신인배우들의 연기는 기대치 이상의 선전을 보여줬음에도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부천 영화제 페스티발 레이디로 선발되면서 영화와 함께 주목을 받아온 박한별은 소희라는 캐릭터를 비교적 잘 표현하고 있지만 부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얄미운 대사처리와 표정연기로 하여금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여우계단]에서 단연 돋보이는 두 캐릭터는 여우계단에 소원을 비는 진성과 혜주를 연기한 송지효와 조안일 것이다.송지효는 극중 질투와 열등감에 사로 잡혀 여우계단 이라는 무서운 해결책을 선택하고 마는 진성이라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함으로써 영화의 긴장과 공포를 주는데 한몫을 해주고 있다.그리고 뚱뚱하고 우스꽝스러운 분장으로 혜주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한 조안은 눈에 띄는 캐릭터 만큼이나 인상적인 연기로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이미 [소름]을 통해 영화에 경험이 있는 조안 이기에 영화로서는 2번째 작품인 [여우계단]에서 색다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영화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바로 극중 윤지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 부족일 것이다.혜주를 괴롭히고,[여우계단]에 있어서 개성적인 캐릭터가 될수 있는 윤지의 비중은 크레딧에 새겨진 네명의 주연배우 중 "박지연"이라는 이름이 무색케할 정도로 지나치게 적은 것이 사실이다.그로인해 혜주라는 캐릭터의 설득력마저 잃게 하고,영화의 흐름마저도 부자연스럽게 하는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이렇게 뚜렷하게 설명되지 못한 캐릭터들의 등장은 네 신인배우의 산뜻한 연기를 기대한 관객들에겐 진부하고 지루한 스토리 만큼이나 실망스러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본격적으로 공포영화의 계절이 되었고,그 출발 테잎을 끊은 [여우계단]은 여고괴담의 세번째 이야기로서 더욱 관객들을 주목하게끔 할것이다.무엇보다 연이어 히트 중인 한국영화의 흥행성적과 더불어 그 기대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물론 신인감독과 신인배우라는 모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공포영화로서의 매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하지만 [여우계단]은 아쉽게도 영화 속에서는 정작 그 매력들이 전혀 발산되지 못한채 진부함과 어색함이라는 한계안에 그대로 갇혀 있다.부천 영화제 폐막작으로까지 선정되면서 관객들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 놓은 영화이기에 그 실망감과 아쉬움은 더욱 클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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