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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l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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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23 오전 2:15:34 |
19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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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시절... 이 네글자의 단어에 얼마나 많은 추억과 향기가 어려있는지는 겪어본 사람(여자라면!!)이면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사실 내 경우에는 조금 달랐지만... 어려서 동경하던 여고시절! 하면.. 가을날 운동장위를 뒹구는 낙엽과 곱게 땋은 갈래머리, 함초롬한 교복 기타등등을 떠올리는 조금은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였다.
그러나... 군사정권시절 모든 국민의 눈과 입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 '우민화 정책'이라고도 일컬었던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던 그때. 내 꽃다운 여고시절은 잠실벌 야구장의 함성소리와 아시안게임의 틈바구니에서 특히나 교복 두발 자율화 시대의 한 가운데에서 어찌보면 교복치마와는 담을 쌓고 너무나도 우왁(?)스럽게 보내야 했다. 지금의 이런 발랄한(?) 내 성격은 아마도 그때 이뤄진 듯하다.
0교시부터 밤10시까지 이어지던 야간 자율학습. 내가 꿈꿔왔던 "향기로운" 여고생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간의 풋풋한 우정, 선생님에 대한 짝사랑, 극장, 공연장 몰려다니면서 단하나 "남자"라는 동물만을 제외 시켰을 뿐! 어찌보면 가장 풍요로운 시간을 보냈던 듯도 싶다. 지난 시간은 모두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도 있을 테지만...
청소년을 다룬 성장영화들은 매우 많았다. 임순례의 '세친구'라는 영화는 특히나 내가 좋아했던 영화인데 마지막 장면... "깜깜한 터널"속으로 걸어가는 한 친구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에서 살아야하는 청소년들의 미래는 이만큼이나 암울하다는 암시를 주는 것같아 가슴이 아픈 것이 흠이었지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이미연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이영화는 오히려 우리들의 고교시절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모범생=우등생=세상의 둘도 없는 꼴통으로 다뤄지는 일련의 영화들이 맘에 들지 않았다. 내가 비록 모범생이나 우등생은 아니었지만 무조건적인 이분법 논리는 위험하다. 모두 다 그런것은 아니고 개중에 이기심많은 인간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공부 열심히 하는 녀석들이 놀기도 잘하고 즐길 줄도 알고 인간성도 좋은 놈들도 많다. 이분법적인 논리는 오히려 패배의식으로 점철된 인간들의 열등한 논리일 수도 있다는 것인데.
어쨌든.. 그다지 고교시절을 실감나게 다루지 못했던 영화 사이에서 "여고괴담"은 그나마 최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그들의 삶을 파고 들어가 만든 영화가 아닐까 할만큼 꽤 사실적이었다.
평단이나 흥행에서 호평을 받은 1편에서는 선생님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미친개'선생의 출현이나 팽팽하게 이어지는 긴장과 공포. 마지막 장면에서 뒤를 돌아보며 끝나는 여학생의 모습 등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면이나 사실적인 묘사가 많았다.
2편은 1편보다 조금 떨어진다는 세간의 평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여고생들의 심리나 경험을 리얼하게 표현했던 영화여서 공포감은 전편보다 덜했을지 몰라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동감과 아련한 감정은 가슴에 오래 남았다.
그래서인지 공포영화 그 이상의 것을 기대했던 내가 잘못이었나.
여고괴담 세번째이야기 - 여우계단 ...
여고 기숙사와 이어지는 28개의 계단을 올라가서 29번째 계단이 나타났을 때 여우에게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을 이뤄준다는...
친구들간의 우정과 배신, 멸시... 이번에는 학업성적이 아니라 예술고교에 걸맞게 발레 콩쿨 후보가 되고자 하는 보이지 않는 경쟁심.
영화나 소설 등 서사구조를 지니는 장르에서는 무조건적으로 타당성과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우연에도 일리가 있어야 한다. 친구들간의 우정? 그런데... 우정 그 이상의 끈끈한 정이라기에도 납득이 되지않을만큼 관객을 배려하는 묘사도 부족하고 멸시를 당해야하는 이유나 상황도 전혀 이어지지 않는다. 발레를 전공하는 여학생? 발레를 하려면 얼마나 몸이 말라야 하는데 마치 에어로빅 선생을 연상케하는 튼실한 다리(물론 보통 여자들보다는 날씬하지만)는 차라리 다른 농구선수나 배구선수로 설정을 하지 그랬냐하는 생각도 들게 할 정도이다.
또 최근의 영화들은 피아노 연주나 무용, 춤 등 여타 영화들에서 배우들이 사실감을 위해 열심히 연습해서 "실연"을 한다. 그런데 지금이 어느때인데 허리 아래의 대역과 허리 위로 나뉘어 유치하게 촬영한 부분에서는 이 영화나 노력이 부족했을지(!)도 모르는 배우의 수준을 대강 짐작케 한다.
여고와는 별 무관한 이야기들의 장황한 나열 전개로 인해 제목이 의미하는 적확한 특징을 못살리고 여고괴담 아니라 회사괴담, 대학괴담이어도 상관이 없을 듯한 대목이라면 정말 영화의 일관성 문제에 있어서 주제의식(?)과는 거리가 먼듯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대목. 공포영화라면서?? 공포영화에 자신없는 나도 못놀라게 해주는 영화라니. -.- 물론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은 몇개 있지만, 마치 주온의 유치한 눈시퍼런 귀신 장면, 링을 연상케 하는 창문 진입(?) 장면에서는 차라리 웃음이 나온다. '이도공간'을 연상케하는 마지막 결말부분도 그렇고... (그 허접했던 영화 이도공간에서는 장국영 보는 낙이라도 있었지...)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여고괴담 전작들의 명성과 작품성에 누를 끼쳤던 연작물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 여고괴담의 네번째 이야기는 그만 듣고 싶다. 오호 통재라~~
차라리 전창걸이 맨날 감독, 주연, 제작하겠다고 부르짖던 "공고괴담"이 더 낫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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