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노부유키 사에키 타케오가 고바야시의 만삭인 아내, 마나미를 살해하고, 그녀의 배를 갈라서, 아기를 꺼낸 그 참극이 벌어졌던 맨션단지는 아직도 있었고, 그 단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변함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은 빈집이 되어있는 D동 205호에는, 얼마 전까지 아내와 이혼한 부동산 경영자와 중학생 아들이 살고 있었다. 그 부동산 업자를 스즈키 타츠야, 중학생 아들을 노부유키라고 부르기로 하자. 스즈키 노부유키는 피부도 하얗고, 단아한 얼굴 이여서, 어릴 적부터 자주 여자로 오해를 받았다. 그런 외모와 마찬가지로, 노부유키는 옛날부터 얌전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시끄럽게 떠들기보다는, 혼자서 책을 읽거나,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했다. 노부유키는 언제나 혼자 였지만, 심심하거나 그런 적은 없었다. 아무도 그를 가까이 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곁에 『있는』것이, 그에게는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무도 몰랐지만, 철이 들 때부터, 노부유키는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이 보였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도 『그들』이 보이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여기저기에 『그들』이 있었다. - 달리는 트럭 범퍼 위에 붙어 있는 어린 여자 아이. 사거리 교통 신호등에 매달려 있는 젊은 남자. 언제나 엘리베이터 안에 웅크리고 있는 노인, 플랫폼 끝에 잠시 멈춰서있는 피투성이의 중년 남자. 코인 락커 안에 있는 아기. 비도 안 오는데, 흠뻑 젖어있는 채로 버스를 타려는 여자. 수업 중에 뒷문으로 살짝 들어와서, 슬며시 나가는 교복을 입은 소녀. 항상 가드 레일에 웅크린채 다리를 떨고있는 남자아이. - 이런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노부유키에게는 보였다. 친구 한 명에게 살짝 알려준 적이 있었다. "수영장 탈의실에 항상, 중년 여자가 있는데,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고 있어" 하지만, 그 친구는 노부유키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노부유키를 기분 나쁘게 생각하며, 그후로는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그후로는 뭔가가 보여도 절대 남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노부유키와 아버지가 그집 - D동 205호로 이사온 뒤 얼마 안되서, 노부유키는 그곳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사실 자체는 특별히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전에 부모님과 살았던 집에도, 젊은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런 것들을 보는 것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 하지만, 205호에서 노부유키가 본 것은, 그렇게 상냥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원한과 증오, 그리고 엄청난 악의가 만들어낸 산물이였다. 노부유키는 그것을 무섭다고 생각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들』을 무섭다고 생각했다.
타츠야 땅 값이 계속 떨어지는 시대에, 대형업체들과 경쟁하며 부동산업을 경영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 이였다. 스즈키 타츠야는 매일 일이 바빠서, 아들 노부유키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타츠야는 아침에는 아직 노부유키가 자고 있을 때 출근하고, 밤에는 노부유키가 독서실에 있다가 집에 오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함께 산다고 해도, 부모 자식간에 얼굴을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타츠야가 노부유키가 이상하다는 것을 안 것은, 노부유키 담임교사의 전화를 받은 후 였었다. "노부 유키가 3일 때 무단 결석하고 있습니다만, 무슨 일 있습니까 ? 댁에 전화해도 아무도 안 받고, 어제는 댁으로 방문했습니다만, 문이 잠겨있어서, 아무도 안 계시는 것 같습니다만..." "그럴리가..." 담임 교사의 전화를 끊고, 타츠야는 집으로 전화를 해보았다. 담임 교사 말대로, 아무리 신호음이 울려도, 노부유키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타츠야는 황급히 회사를 나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거기서 노부유키의 완전히 변한 모습을 보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분명 노부유키 였다.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외형뿐이고, 속은 노부유키가 아니었다. 숨쉬는 인형 - 혹은 살아있는 시체 - 확실히 그런 느낌이었다. 그의 눈은 몽롱했고, 타츠야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아무리 강하게 어깨를 흔들어도, 노부유키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아마, 며칠이고, 제대로 먹지도 않은 것 같았다. 노부유키의 얼굴은 창백했고, 호흡은 약하며, 몸은 쇠약해 있었다. 바로 입원 조치를 했다. 노부유키를 진찰한 의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원인을 모르겠다고 타츠야에게 말했다. "모른다구요 ?" "......예" 의사는 그렇게 대답하며,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잠시동안, 침묵이 흐른 뒤, 의사는 뭔가를 결심한 듯, 무겁게 입을 열었다. "노부유키군은 뭔가...엄청나게 강한 충격을 받은...그렇게 보입니다" "......충격 ?" "예...저는 그렇게 봅니다...실은..." 머리가 허연 중년의 의사는 그렇게 말한 뒤, 잠시동안, 입을 다물었다. 말할까 말까, 망설이더니, 다시 말을 시작했다. "......실은......전에도, 비슷한 증상의 환자를 진찰한 적이 있습니다" "노부유키와 비슷한 환자라고요?" 타츠야가 묻자,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벽의 한곳을 응시할 뿐이다. "...의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우습겠지만, 노부유키군은, 인간의 허용범위를 훨씬 초월한 공포를 체험해 버린 것이 아닐까요 ?" "허용 범위를 넘은 공포......?" 타츠야가 반복해서 말하자, 중년 의사는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 말을 계속했다. "멍청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들어 주십시오..." 의사는 그렇게 운을 떼며 "실은 몇 년전 쯤에, 노부유키와 똑 같은 증상의 환자가 이곳에 실려온적이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남성 이였고, 친구 4명과 자동차로 『담력내기』를 하러 갔던 것 같습니다" 이런 중년의 베테랑 의사 입에서 담력내기라는 말이 나오자, 타츠야는 놀랐다. 의사는 표정 변화 없이, 타츠야의 눈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 근처에, 뭐랄까...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 터널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별로 유령 따위는 믿지 않습니다만...그 사람들은 어쨌든, 한밤중에 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터널에서 담력내기를 갔었던 것이지요. 그러자, 터널 안을 달리던 중, 갑자기 차 연료가 바닥이 나더니...브레이크를 밟은 것도 아닌데, 차가 급정차 하더니만, 엔진이 멈추고, 동시에 헤드라이트가 꺼져 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운전하던 남자가 백밀러로 피투성이가 된 여자를 봤다고 합니다" 의사는 말을 하며, 어색한 듯 약간 미소를 지었다. "운전하던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차에서 뛰쳐나와서 터널 입구쪽을 향해 달렸고, 다른 남자들도 따라서 도망쳤습니다. 숨을 허덕이며, 터널 입구에 도착했을 때, 4명중 한 사람이 없는 것을 알았지요. 그러고 나서, 나중에 온 트럭 운전사와 함께, 연료가 바닥난 자신들의 차에 가 보았더니, 예상대로 한 명이 남아있었고...노부유키군과 같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 타츠야의 질문에 의사는 아무 말 없이 끄덕였다. "그 젊은이들 자동차 창문에는 이곳저곳, 여자의 손자국 같은 것이 몇십개 정도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구급대원들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세 사람은 조금전까지 그런 손자국은 하나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타츠야는 등에 뭔가 차가운 것이 흘러내리듯한 느낌이 들어서 몸을 떨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에 의하면, 몇 년전에 그 터널에서 자전거를 타던 여인이 뺑소니로 사망했다고 하더군요" 의사는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문 채, 타츠야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럼, 선생님은 노부유키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그건 알 수 없습니다만......뭔가 짐작 가는 것이라도 있습니까 ?" 하지만, 이번에는 타츠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타츠야는 물론, 전에 그 D동 205호에서 일어났던 참극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당신 결코,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당신이 노부유키 정도의 영적 능력의 소유자이고, 도대체 노부유키가 무엇을 보았는지 알고 싶 다면, 그집 D동 205호를 가보면 알 수 있다. 여기서, 그 집 주소를 적을 수는 없지만, 당신이 정말 알고 싶다면, 인터넷이나 옛날 신문 기사를 조사하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 다. 그 집은 지금은 빈집이라서 『205』호라고 적힌 호수 밑에는 명패가 없다, 하지만, 전에 그곳에 '고바야시 슌스케·마나미'라고 이름이 새겨져있다. 205호의 연두색으로 칠해져 있는 철문을 열면, 현관이 보이고, 앞으로 아담한 부엌이 있다. 바닥에 수북히 먼지가 쌓여있는 부엌 을 지나가면, 8평 정도의 방이 있을 것이다. 그곳이 현장이다. 그 다음에는 눈을 감고, 온몸의 신경을 집중하고, 주위의 상황을 느끼면 된다. 마침내 -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당신은 눈을 뜬다. 그리고, 거기서 당신은 목격할 것이다. 만삭의 배를 한 키가 크고, 날씬한 여자와 그 앞을 막아서듯이 있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 - 남자의 거친 손에는 식칼이 쥐여져 있다. "꽤나 배가 크네요...산달이신가 봅니다. ?"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하는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키가 큰 임산부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친다. "가까이 오지 말아요...그만...아...악-!" "그렇게 두려워하지 마세요, 저는 말이지요, 마나미씨 출산을 도와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남자는 식칼을 천천히 들어올리자, 그 순간, 임산부는 방 안쪽으로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 남자는 임산부가 한발자국 움직이기 도 전에, 밤색으로 물든 긴 머리카락을 둥 뒤에서 꽉 잡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잡아당겨 넘어뜨렸다. 여자의 가느다란 몸이 허공 으로 떠오르며, 엄청난 소리를 내며 등부터 바닥으로 떨어졌다. "안돼 ! 안돼 !" 바닥 위에서 여자는 또 한번,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비명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자는 머리채를 꽉 잡은 채, 리놀륨을 깐 마루 바닥에 여자의 뒷머리를 내리찧고 있었기 때문이다. 꽝, 꽝, 꽝 여자가 기절 할 때까지, 남자는 계속했다. 임산부가 의식을 잃자, 남자는 만족한 듯이 웃었다. 완전히 뻗어버린 여자의 임산복 밑단을 양손으로 걷어올리면, 완전히 드러난 여자의 복부를 가만히 쳐다본다. 그리고나서, 남자는 칼을 다시 고쳐 잡고, 임산부의 불룩한 복부를-명치부터 배꼽아래까지를-세로 일직선으로 절개했다. 엄청난 양의 피와 양수가 상 처 입구에서 넘쳐나며, 마루 바닥 위로 퍼져 나갔다. 당신은 아직도, 계속 지켜볼 수 있을까? - 모델같이 날씬한 임산부의 팔과 다리가 경련 하듯이 흠칫거리며 흔들리는 것을 - 임산 부의 복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위, 장, 간이 김이 나면서, 바닥 위에서 천천히 흐물 거리는 것을 - 눈을 뜬채로 있는 임산부의 눈 썹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 당신은 계속 쳐다 볼 수 있을까 ? 남자는 벌려진 뱃속으로 두 팔을 깊숙이 집어넣는다. 그리고, 피투성이인 아기를 강제로 끄집어내서, 탯줄을 끊어버린다. 순간, 아기는 '히-'하며 가는 숨소리를 내다. 마치, 물통으로 물을 뿌려놓은 것처럼, 피와 양수로 뒤섞여서, 새빨간 액체가 바닥에 쫙 퍼져 있다. 이제, 남자의 바지는 그 액체로 질퍽하게 젖어있다. 무릎과 발이 칠퍽칠퍽 미끄럽다. 남자는 자신의 팔 안에 있는 아기를 찬찬히 쳐다본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뒤돌아 서며......그곳에 있을 당신을 쳐다본다. 새빨갛 게 충혈된 눈, 피와 땀으로 번뜩이는 얼굴......남자는 당신을 향해, 이를 들어내며 웃고 있다.
스즈키 노부유키는 증세가 회복되지 않은 채, 계속 입원해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병실에서 모습을 감쳐버렸다. 실종되기 전에 '가야꼬가 온다, 가야꼬가 온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했다고 간호사들이 전하고 있었다. 스크키 노부유키 실종 몇일후, 이번에는 타츠야의 행방이 알 수 없게 되었다. 회사 부하 직원들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경찰에도 수사 의뢰를 했지만, 결국, 스즈키 타츠야는 발견되지 않았다. 노부유키와 타츠야가 어디로 갔는지, 지금도 전혀 알 수 없다. - 하지만, 만약, 그래도 당신이 알고 싶다면 그 집에 가보면 된다. 하지만, 그때는, 친한 사람들에게 작별인사 한마디라도 남기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 To be continued -
14.JULY.2003
총 7장중 4장 완료
<역자의 한마디> ひどすぎる... 출처 : http://cafe.daum.net/iitomo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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