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mvgirl
|
2003-07-09 오후 6:22:56 |
19812 |
[6] |
|
|
한국 영화가 일반 관객에게 인정(?) 받지 못하던 1980년대, 한국 영화는 유치하거나 재미없기 때문에 돈 주고 보기 아깝다 라는 인식을 받고 있던 그 시절 한국영화는 관객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흥행을 위해 성(性)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야한영화, 성애(性愛)영화를 앞다투어 제작하였던 때가 있었다. <애마부인> 시리즈를 필두고 <매춘>, <어우동>, <뽕>, <무릎과 무릎사이> 등 현대와 고전을 넘나들며 성을 상품화 한 많은 영화의 등장은 일부 흥행에 성공하여 제작자들에겐 상업적인 만족을 주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영화의 저질시위를 부채질하여 한국영화는 벗는 영화라는 공식을 대중에게 심어주어 한국영화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한국영화의 위치가 초라해 지고 대접을 받질 못했던 적이 있었다.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난 80년대를 풍미하던 이른바 벗기기 애로영화가 생각난 건 아마도 이 영화의 감독을 맡은 봉만대 감독의 독특한 이력일 듯싶다. 16mm 애로비디오로 출발해 당당히 메이저 영화에 처음으로 극장상영용 장편영화의 감독을 맡은 그, 소위 저급영화로 치부되는 에로비디오를 만들면서도 나름의 작품세계(?)를 형성 하며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그가 어떻게 억누르고 감추고 숨기는 소박한 성이 아닌 본능에 솔직하고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자연스럽고 부끄럽지 않은 성을 보여줄 것인지 그런 그의 주관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보여질 것인지 또한 16mm 애로비디오 제작을 통해 축척 되었을 법한 야한 장면에 대한 기술적 노하우가 접목되어 <나인 앤 하프위크> 같은 영상이나 내용, 음악 등의 영화적 구성들이 잘 어우러진, 벗기기 보다는 그들이 보여주는 사랑 행위를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잘못 인식되어진 성에 대한 선입견과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 를 모두 해소시킬 수 있는 감각적이고 멋진 괜찮은 섹스영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며 이 영화를 호기심 속에 기다려 왔었다.
영화가 표방하는 카피 ‘내숭떠는 대한민국 선남선녀를 향한 뻔뻔하고 발칙한 알몸 연애담!’ 은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를 아주 잘 설명하는 굉장히 도발적이고 뜨끔하다는 느낌을 주는 카피다. 세상이 솔직해지고 대범해지고 개방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성(性)에 대한 상상과 욕구 또는 성과 관련된 것을 표현하기에 세상은, 사람들은 아직까지 보수적이다. 그것에 대한 욕망이나 욕구는 부끄러운 것이 아닌 당연한 생리적 욕구라는 것에는 대부분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그것에 대한 욕구를 실제로 표현한다거나 해소(?)하는 것을 천박하다거나 저질스러워하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까지 팽배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것(性)에 대해 무관심해 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처신하며 그것 앞에 내숭을 떨며 본심을 숨기는 것이 대체적이다. 그런 현실 앞에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이 내세우는 뻔뻔하고 발칙한 알몸 연애담은 어쩌면 후련하고 시원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그들이 풀어나갈 진솔한 섹스에 대한 연애담이 궁금하기까지 했다.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이 보여주는 ‘섹스’는, 성에 대한 욕구는 영화가 전면에 내세우는 ‘섹스’라는 캐치프레이즈답게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다. 남녀가 성행위를 함에 있어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욕구를 표현함에 있어 거침이 없고 사실적이며 또한 자연스럽다. 처음 만난 남녀가 상대방에게 느낀 성적매력을 형상화하며 서로를 상상하는 초반, 사랑이 아닌 성적 매력에 이끌려 벌이는 하루 밤의 격렬한 정사, 그날 이후 가끔씩 그때의 격렬(?)했던 스스로를 상상하며 혼자서 음흉한 웃음을 짓는 주인공의 모습은 다분히 일상적이며 지나치다 싶을 만큼 솔직하다. 실제로 낯선 사람과 정사를 벌이지 않았다거나 성적인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더라도 성인남녀라면 한번쯤 머리 속으로라도 상상 해보았을 은밀한 그러나 일반적인 그들의 상상이 가감없이 솔직이 형상화 된 것에 한편 당황스럽다. 상대의 심성을, 그에 대한 마음 속의 이끌림을 아랑곳하지 않고 단지 몸이나 직감의 이끌림에 솔직하며 거침없이 프로포즈하고 동거를 제안하는 동기나 그것에 응하는 신아의 모습은 요즘 젊은 세대의 순간적, 감각적 일회성 사랑방식을 대변하는 듯 거침없고 대담하다. 한편 감정으로 시작한 사랑이 아닌 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를 동반한 사랑이 생겨나지 않는다거나 싫증을 느끼게 되면 곧장 헤어짐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현대인들의 일회성사랑에 대해 성급함에 대해 일침을 놓는 듯하다. 그 후 계속적으로 보여지는 동기와 신아의 솔직하면서도 대담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사실적이나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칠 것이 없는 그들의 행위(?)는 발칙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충격적이라거나 의외라는 느낌보단 자연스러움으로 다가온다. 이끌림을 느끼는 남녀가 서로를 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표방한 영화기에 그런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이 어쩌면 당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다. (물론 여지까지 극장 상영관에서 볼 수 없었던 조금은 과감(?)한 영상이 보여주는 충격적인 장면이 몇 있기는 했지만) 어쩌면 솔로인 남자나 여자라면 한번쯤 상상하고 꿈 꿔보았었을, 어쩌면 벌써 실행(?)을 하고 있는 우리네 머리 속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연애방식이긴 하지만 막상 실행을 하기엔 주변의 눈 때문에 실행이 조금은 두려워지는, 머리로는 가능한 연애이지만 실제로 실행하기엔 조금은 무리수가 있는 그들의 낯설지만 부럽고, 자연스러운 느낌이지만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는 묘한 느낌의 영화였다.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기존의 성인 멜로나 에로영화들과는 차별되는 참 묘한 느낌의 영화이다. 소제목을 중심으로 그들의 만남과 동거 그리고 헤어짐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의 기본적인 형식은 새롭다거나 신선함을 주기에는 식상함을 줄법한 별반 특별할 것 없는 형식이다. 하지만 성에 대한 연출이나 표현, 그리고 그런 표현에 응하는 주연 배우들의 태도(또는 심리)는 기존 멜로나 에로영화들의 관습과 형식을 완전히 뛰어 넘는 같은 느낌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여배우들은 아무리 노출을 전재로 한 영화에 출연한다 하여도 실제로 자신의 몸을 카메라 앞에 노출하는 것을 두려워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노출이 되어야 할 씬에서도 지나치게 자신의 몸을 가려 관객에게 불쾌감까지 주었던 영화들이 꽤 많았다.(아무래도 그런 모습으로 인해 장면이 어색해 진다거나 배우가 집중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질 때가 많으므로) 하지만 이 영화의 주연 배우들은 다른 것 같았다. 물론 신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영화에 바친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들이 영화에 임하는 자세만큼은 기성 영화인 못지 않아 보였다. 기성배우들에 비해 열성적으로 극에 임하는 태도는 마치 실연을 하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영화에 몰입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실제 사랑하는 남녀의 행위라면 부끄러울 것도 저속하지도 않을 장면이지만 영화이기에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원초적, 본능적 행위를 드러내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기성 배우들이 이런 장면에 성실(?)하지 못했었던 것에 비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장면은 다른 영화에 비해 좀더 과감하고, 좀더 세밀하며, 좀더 사실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영화가 보여주는 대범함이 솔직함이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장면이 종종 연출되어 화면에서 보여주는 내용에 조금은 당혹스럽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장면도 있지만 실제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공감을 불러일으켜 주며 그다지 거부감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섹스에 솔직하고 그것을 표현하는데 대범한 영화에 대한 감독의 진지한 연출주관이, 노출 수위나 표현 때문에 몸을 사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법한 배우들에 대한 영화에 대한 사랑이 존경스럽고 부러웠으며 그들의 팀웍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과감하고 사실적인 정사장면이 있다고 해서 기존 에로영화들과 차별되는 대범하고 완성도가 높은 화면이 연출되었다고 해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 <맛있는…>은 기존 한국에서 만들어진 어떤 에로영화와는 차별된 느낌의 대담하고 사실적이며 다분히 현실적 느낌이 드는 꽤나 발칙하고 신선함을 주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성인남녀의 성에 대한 은밀한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그들이 음지에서 느꼈을 법한, 마음속으로만 간직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성에대한 치부(?)를 솔직히 화면에 담아냄으로 써 성에대한 관객들의 답답함을 대변해 주는 후련하고 시원한 느낌의 도발적인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뿐이다. 영화에는 성에 대한 솔직함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영화 <맛있는…>은 보여주는(?) 것에는 상당히 충실하고 또 완성도 있는 영화다 하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의 내면, 그러니까 동기와 신아의 심리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데에는 실패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몸의, 성의 이끌림으로 맺어진 그들, 마치 오래 사랑해온 연인들처럼 처음부터 함께 생활하고 서로의 몸을 탐하고 성적인 욕구를 만족해왔던 그들. 그들이 처음 함께하게 된 것이 막연한 이끌림 때문이었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었다 하더라도 그들이 함께 생활하며 함께 부대끼면서 성으로, 몸으로 극복할 수 없는 감정의 틈이 생기는 것에 대해 그들은 지나치게 둔감하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그들의 사이를 갈라놓는 계기를 만들어 간다. 여자를 잘 이해하려 들지 않고 자신의 기분에만 집중하는 동기의 태도나 성적으로 완전히 개방된, 사랑의 상대인 남성이 아닌 성을 즐기기 위한 남성으로 동기를 대하는 도발적 여성의 신아의 성격에 대한 묘사는 그럭저럭 이루어지고 있는 듯해 보이지만 그들의 그런 성격 때문에 그들의 사이가 벌어지고 파국(?)으로 이끌어지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삐거덕 거리는 관계는 그들 성격에 대한 기본적인 설정덕분에 좋다와 나쁘다를 오가며 극의 흐름을 출렁거리게 한다. 상대를 원해도, 기분이 좋아도, 서로에 대한 실망스런 모습에 화가 나도 때론 습관적으로 그들은 섹스를 한다. 섹스로 감정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 행위자체를 즐기고 서로에게 봉사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들이 함께 살고 생활하고 섹스를 나누면서 사랑을 나누어간다는 느낌보다 상대에 실망하고 성적 대상자로 싫증을 느껴 헤어지는 것처럼 느껴져 뒷맛이 게운치가 않다. 성적 사고의 개방과 일시적 감정에 도취되어가는 현대인들의 잘못된 사고와 행동을 비판하는 것이라 이해를 하기엔 영화의 결론이 허무하고 그들의 헤어짐이 조금은 공허하다. 구체적인 인물 즉, 동기와 신아의 심리가 연결되지 않은 체 이어지는 줄거리의 흐름이나 본능에만 입각해서 보여지는 순간순간적인 그들의 단편적인 모습들만으로 과연 그들이 사랑을 했었는지 언제 서로를 의지하고 언제 서로에게 실망을 느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해서 영화 전체를 공허하게 느끼게 한다. 몸만을 탐하다 사랑을 느끼지 못해 헤어지는 그들이 오히려 당연해 보이고 흐지부지 시작해서 흐지부지 끝난 것이 또한 당연해 보인다. 그들이 보여주는 육체적, 성적 공생이 바람직하다라는 것인지 아니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인지에 대한 이도 저도 아닌 중간자적 입장의 영화의 시각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혼돈스럽게 한다.
처음,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자극적이고 대담한 성애묘사로 발칙하다는 느낌을 주었던 <맛있는…>은 신아와 동기의 관계가 발전되지 못하는 관계와 반복되는 비슷 비슷한 갈등들, 똑 같은 방법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등 단편적인 줄거리의 전개로 지지부진하고 뻔한 결말을 맺게 되어 절반의 만족밖에 못 얻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지나치게 몸을 앞세운 나머지 사람의 마음을 간과하고 넘어가서 결국엔 볼거리에만 치중한 영화로 전락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조금만 덜 화면의 표현 수위에 신경 쓰고 조금만 더 도발적이었던 그들의 심리에 집중하였더라면, 관객을 이해시킬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줄거리를 만드는 데 조금 더 세심한 배려를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하지만 이 영화를 완전히 별볼일 없는 영화로 치부하기엔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앞서 말한 영화가 가지는 발칙함이나 솔직함, 대담함 거기에 영화에 임하는 감독, 배우를 포함한 스탭들의 진지함만은 꼭 사주고 싶은 영화다. 성을 포장해서 상품화한 겉으로 보기엔 상업적으로만 보이는 저급 또는 천박함으로 취급 받는 에로영화를 만드는 그들이지만 나름의 장인정신으로 열심히 떳떳하게 영화를 만들고 가치를 평가 받으려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영화였다. 볼만한 영화였다.
|
|
|
1
|
|
|
|
|
1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