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의 탄생과 그의 배경에 많은 부분을 맞추었고 계속적인 플래시백 등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해소해주는 것까진 좋은데 음 뭐랄까 템포조절에 실패했다고 할까? 미녀삼총사 2가 맥시멈 스피드라면 헐크는 미니멈 스피드다. 솔직히 헐크란 캐릭터에 이안의 전작들인 와호장룡같은 흐느적흐느적 전개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힌 우스움이겠지? 물론 순간적으로 몇 장면은 롤러코스터같이 스피디해 저절로 신나게 하는 장면도 있지만 전체적인 극 전개를 훑어볼 때 사람들로 하여금 이거 언제 끝나는지 또는 이 영화 몇분인가? 이런 생각을 자아내게 한 것 같다. 그리고 막판 부자간의 대결 구도는 스스로 흙탕물로 들어간 행위가 아닐까? 싶다. 즉 아버지가 아닌 탈봇같은 인물로 하여금 헐크의 힘을 탐내게 하는 역할을 맡겼다면 대결구도가 좀 더 흥미진진해졌겠지만 아무래도 아직 유교적 가치관이 남아있는 나같은 사람에겐 아버지가 아들을 피붙이로서뿐만 아니라 다른 의미에서 더 끔찍이 여기는 집착은 이해가 가지만 그를 넘어서서 아들과의 대결은 너무 오버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만화책같은 화면 분할과 화면 이동은 괜찮았고 미녀와 야수나 노틀담의 꼽추같은 사랑구도는 좋았지만 비중을 너무 공평하게 두어서인지 어느 인물에서도 깊이 빨려든다는 느낌이 없다. 또, 이건 헐크인지 킹콩인지 고질라인지 헐크가 너무 커버린 게 아무래도 어릴 때 봐온 헐크의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인지 어색하고 불편하다. 헐크는 다른 마블'S 영웅들과 다르다. 일단 슈퍼맨과 배트맨은 그래도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호감과 매력을 얻고 자발적 의지에 의해 스스로 뛰쳐들었지만 헐크는 지킬박사와 하이드같은 인물이고 실험의 산물에 의해(원작에서도 그런진 잘 모르겠지만) 결국엔 스스로가 피해자인, 그리고 그 겉모습 때문에 호감과는 거리가 먼 불쌍한 인물이고 그걸 잘 살려서 더욱 헐크의 이중자아적 모습과 고뇌 등을 담아내는 데 치중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어릴 때 어렴풋한 기억에만 떠돌던 헐크를 이렇게나마 스크린에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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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2003, The Hulk)
제작사 : Universal Pictures, Marvel Entertainment, Good Machine, Pacific Western, Valhalla Motion Pictures / 배급사 : UIP 코리아 공식홈페이지 : http://hul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