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늘 친구가 생일선물줘서 고맙다고 이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첨엔 저번주에 봤던 장화 홍련을 한번 더 보고싶었는데 친구 생일이니 군말않고 이렇게 말했다..
"나도 이 영화 무지 보고싶었는데...잘됐네..고마워.." 라고....;;;
그래도 첫주말 관객 성적도 좋은데다가 이상하게 손예진 나오는거니 졸작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연애소설, 클래식으로 봐선..) 또 완전 코믹 영화지만.. 작품성 있는 코미디 영화도 자주 볼수 있다는 믿음에 즐거운 마음으로 H열 16번 자리에 앉았다..
처음엔..정말 황당한 설정의 장면이 다가왔는데 너무도 개성있어서 호탕한 웃음으로 시작했다. 중반까지 정신없이 웃고 현실적이지 않은 설정에 놀라워하며 그럭저럭 즐거웠다..
중반이 넘어서면서.. 이상하게 내 눈꺼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웃긴 장면이 계속적으로 연출되는대도 불구하고 내 앞이 흐려지는게 고개를 똑바로 지탱할 수가 없었다.
유동근 아저씨가 산소에서 우는 장면에는 최고 절정이었는데 친구 돈이라도 돈주고 보는 영화라는 생각에 안자려고 팔을 살짝 꼬집었다. 다행히 눈커플이 원래대로 돌아왔고 거의 후반부터는 다시 집중하면서 보았다.
후반에는 유난히 등장인물들이 많이 울고 울부짖었다. 관객들중 몇몇만 제외하고는 슬픈 장면에도 거의 웃는 분위기였는데... 난 눈물도, 웃음도 나지 않았다..옆의 내친구는 좀 심하게 웃고 있었고..(원래 웃음이 많은애라..;;)
영화가 끝났다.. 그냥 멍했고.. 이 영화의 요지를 전혀 깨달을 수 없었다. 우선 이건 내 잘못이기도 하다. 평소에 코믹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집중을 안했으니 요지는 커녕 영화적 재미도 찾지 못한건 당연했으니...
이 영화를 별로 혹평은 하고싶지 않지만.. 가볍게 아무생각없이 본 나로서도 인지할 수 있었던 단점은 말하고 싶다.
우선 스토리라인의 문제같다. 첫사랑에 목숨건다는 설정은 코믹적 요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주제였던 것같고 신선했다.(이때까지 첫사랑이라고 하면 슬픈 멜로 영화에 더 어울리는 소재였으므로..) 하지만 이 영화는 첫사랑에 목숨건다는 설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것 같다. 처음부터 신선한 웃음으로 관객들에게 펀치를 먹이려 했으면 그것을 한결같은 웃음으로 유지해야 했으며, 깔끔하게 마지막 조소를 남겼어야 했었다. 그러나 막바지에 왠 눈물바다인지... 코믹영화에도 새롭게 반전의 규칙이 적용된 것일까? 어쨌든 스토리가 엉성한 것을 떠나서 어처구니 없었다. 이런 어처구니없음은 코믹적 요소를 가미시켜주는 뭔가가 아니라 영화 그 자체에 대한 황당함이다.
또 하나의 단점을 말하자면... 코믹 영화라면 인간의 가지고 있는 평범한 인식과 자아를 기초로 하여 그것을 도가 넘어서는 황당하고 기이한 행동으로 연결해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인간의 기초적인 인식과 정신적 개념 자체를 무시한체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유발하고 이를 영화 자체의 대단한 개성으로 둔갑시킨 것 같았다.
여기서 비교할만한 영화가 "색즉시공" 같다. 내 생각에는 색즉시공이 좋은평을 얻는 이유가 위의 공식을 무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특성, 즉 인간자체의 본능을 행동으로 거짓없이 드러내어 웃음 뿐만 아니라 인식의 질서까지 바로 잡아준 그런 영양가있는 코미디가 아니었을까....
어쨌든 내가 좀 아쉬웠던 점은 이 두가지다.. 이외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웃음을 위해 약간의 외설적 요소도 가미시킨데다가 사회적 틀을 조금은 무너뜨린거 같기도 했었꼬.. 적어도 초반부에는 신선한 웃음을 많이 터뜨릴 수 있게 해줬으니 내 건강에도 도움이 된거 같고...^^;;
그래도 한가지는 알겠다... 첫사랑은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것.. 그것이 짝사랑이거나 외사랑이라도 첫사랑을 가슴속에 담을 수 있다는 자체가 아름다운 것 같다. 적어도 살아가면서 추억을 피어낼 수는 있으니 말이다.
차태현이 한 대사도 기억난다.. "내 심장은 이미 네가 가져갔으니, 네가 숨을 멈추라면 멈출 수 있다.." (대충 이런내용이었던거 같은데, 집중을 안해서 확실한 대사는..;;;)
어쨌든 끔찍한 졸작은 아니다. 내 마음속에서 만큼은 조금 다듬고 싶은 그런 작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