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언니의 시사회표로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를 보게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그것도 공짜로 본다는 생각에 오전부터 떨리던 마음...하지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그 생각은 마치 매트릭스2의 네오가 공중부회하듯 날라가고 말았다
이것이 정말 2003년에 개봉한 한국영화가 맞는지 자꾸자꾸 의구심이 들게하던 영화에 대해 어제의 황당하고 엿같은 기분 그대로 잘근잘근 씹어보려 한다
시작부터 영화는 초강력 울트라 촌스러움을 달린다 작년 가문의 영광의 전라도 사투리에 대항하듯 주인공들의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사실 그들 사투리의 20%정도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말이다
웃기지도 않고 독특하지도 않고 보는사람을 불쾌하게 만들던 첫장면에서 우리는, 앞으로 영화가 어떤식으로 전개될지 예상할 수 있다. 차태현과 유동근은 영화의 가치와 상관없이 얼마나 오버를 할것이며, 손예진은 얼마나 머리없는 여성으로 그려질지..
먼저 여성의 입장에서 보려한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인 손예진은(물론 영화를 끌고 가는 중심인물은 차태현과 유동근이지 결코 손예진이 아니다. 대사도 별로없고 가끔 금방배운 불어와 예전의 영화에서처럼 눈물짜는 모습을 보일뿐이다) 자의식도 없고 의견도 없고 오직 고등학교땐 공부하며 대학교땐 차태현과 유동근에 의해 순결이 지켜지는(스스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여성상이라니...
그녀는 오직 한 남자의 밥그릇일 뿐이며 맡겨놨다 찾아가는 물건일 뿐이다 얼마나 많은 스텝들이 이 영화에 참여했을텐데 누구도 이런 대사들에 대해 직언을 하지 않다니 황당할 따름
손예진은 영화 후반에 들어 말을 좀하지만 울림은 없다. 그리고 사실은 손예진도 차태현을 사랑했었다니!! 이걸 감독은 반전이라고 끼워놨나
감독의 시대착오적인 사랑얘기 아니 사랑이라고 믿는 무식과격한 경상도 남자의 얘기
두번째, 사랑이야기라는 카피에 속은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
중간쯤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딸은 안준다고 유동근이 버티자 차태현이 손예진을 끌고 호텔앞까지 가는 장면에서 "우선 아부터 만들고 보는기다"
허억허억
나는 한때 인기를 끌던 생활사투리중 "사랑해"란 말이 경상도 사투리로 "내 아를 낳아도"라고 했을때 그 말 속의 동물성에...소름이 끼쳤다 이 대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말을 남자의 특권이라 생각하는가 설마 사랑이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설마...설마...
그런건 사랑이 아니란 말이다 제목에서 사랑이란 말을 빼는게 어떨지 이 영화 어디에도 사랑은 없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게 어찌 사랑인가 경상도 남자의 단순무식과격을 사랑이란 말로 포장하지 말라 역겨우니까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사랑하는 방법은 왜 다 이모양인가 아빠가 딸을 사랑하면 당근 딸을 응원해주고 선택을 존중해줘야지 자기 욕심대로 딸의 신랑감을 경매나 붙이고(서울대에 가라거나 사시패스하라는 것이 경매와 무엇이 다른가) 여자를 사랑하면 그녀의 인생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행복을 찾아야지 무식하게 따라다니고 앞길을 막는 것이 사랑인가 역겹다
한국영화에서 "그녀에게"같은 사랑은 바라지도 않지만 사랑은 상대방이 가진 것을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와 연결시키는 것이라는 기본도 모르는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가 사랑이야기를 한다고 설쳐대다니 또다시 역겹다
작가와 감독은 사랑의 기본적인 정의부터 다시 배워라 사랑사수라는 홈페이지에서 벌리고 있는 첫사랑 고백 이벤트등도 당장 중단하라 정말이지 역겹다
상대방을 따뜻하게 배려해주지는 못할망정 그녀의 인생을 막는 무식한 방종은 죄악에 가까운데 사랑이라 주장하지 말란 말이다 차태현이 손예진을 사랑한다고 어디 100분내내 한번이라도 그녀를 배려해준적이 있냔 말이다 끝끝내까지 자기 욕심만 차린다 그리고 그녀를 얻는다(-.-;;) 이것이 사랑인가 이걸 보고 관객더러 울라고 결혼식 장면을 넣었는가 내내 한번도 웃기지 않고 슬프지도 않고 역겹기만 했던 영화
특정학교와 과를 지칭하는 것도 거슬리고 개인뿐만 아니라 집안의 사활을 걸고 본다는 사시2차시험장에(1차도 아니고) 나타나는 전 조폭 고딩선배도 말이 되는가 기가 막히다 못해 코도 입도 다 막히고 마지막 결혼식 장면땐 차라리 영화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 빙신아, 아직도 자리에 앉아있었냐 (씨네21통권407호 한겨레 김은형 기자의 "성질 죽이기"에 관한 영화읽기에서 인용)
어디든지 그곳이 사법고시 시험장이든 결혼식장이든 가서 깽판치면 그것이 순정이 되는가 게다가 이 결혼은 무효라며 결혼식장에 뛰어든 차태현이라니...또 그걸보고 응하는 신랑은 무엇이며(지금까지의 자신감은? 의지는?) 흐느끼는 관객들은 무엇인가
여자(손예진)는 탁구공인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겨받는? 그럼 만약 차태현이 손예진의 병을 못고치면 죽기전까지 더 돈많은 사람에게 가서 행복하게 살라며 다시 바람둥이 사장에게 넘겨줄 것인가 2003년에 만나는 때늦은 신파
여자의 반응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감정을 사랑이라 믿으며 밀어붙이는것만 잘하는 스토리는 정반대의 영화로 장나라의 오해피데이가 있었던가...그래도 그건 최소한 시대착오적이진 않았다
그저 내내 잘근잘근 씹어주고만 싶었던 영화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은 한국영화를 하향평준화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충무로를 떠나심이 어떨지... 오종록피디가 겨우 이런 영화를 만들겠다고 충무로에 가다니 실망실망대실망
게다가 딴지를 걸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계속되는 손예진의 시대착오적인 스타킹 도대게 이 영화는 감독만 잘못된게 아니라 스타일리스트, 코디 모두가 시대착오적인 성격의 소유자인가
깜짝퀴즈 : 이글에 시대착오란 말이 몇번 나올까요?
피에쑤 : 부산이 광역시가 된게 언젠데...99년에 부산 직할시라니...
마지막으로 딴지 또 하나 : 어린시절을 밀양에서 보내 경상도에 무척 애정을 가진듯한 지방출신 오종록 감독은 그런데! 왜! 부산출신중 손예진만 사투리를 쓰지 않는가. (왜! 부산이 언제 광역시가 되었는지도 모르는가) 친구에선 그래도 김보경도 사투리를 썼단 말이다. 아무리 출신 지역에 애정이 넘쳐도 어여쁜 손예진이 부산 사투리를 쓰는건 "깬다"라고 생각한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