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를 정면으로 내세운 영화가 그동안 몇 있었다. 그 중에 이 영화와 가장 비교될 만한 영화는 2000년 '여균동'감독의 '미인'이다. 신인 남여배우와 줄거리보단 섹스신으로 광고하는 영화. 오히려 에로비디오출신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이라기에 더 기대가 되었다. 뭔가 강렬한 것이 있겠지 하는 조금은 음흉한 마음으로.....^^;
이 영화가 [미인]보다 낫다고 느낀것은 우선 드라마가 쪼~금 더 있다. 그리고 섹스신도 조더 리얼하다. (특히나 입에서 뭘빼는 장면은 그동안의 에로영화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장면이었다.) 조금더 리얼하다는 거지 끝내준다는 것은 아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연기력이기에 오히려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깨는 대사야 감수해야하는 상황이고...그래도 자막올라갈때 나오는 여분의 장면들은 꽤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요근래 TV드라마에서도 별 여과없이 나오는 先섹스 후, 後 사랑찾기의 방식을 보여준다. 영화속 대사에서도 나오듯 "우리 연애힐래요?" "손부터 잡았어야 하는거 아닌가요?""사랑에 순서가 어딨어요". 순서가 없는 사랑을 표현하듯 영화는 중간중간 작은 소제목을 보여주며 장면을 나눈다. 그런 장면들속에 '신아'와 '동기'의 사랑도 뜨거워졌다가 식어간다. 그리고 여자는 떠나고 남자는 여자를 찾고... 남자감독이 본 여자는 조금이라도 사랑이 식었다 싶으면 되살리기보단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갖고 또 다른 사람을 찾아 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또한 남자가 관계를 안가져주면 자위라도 해야 하는 사람쯤으로.....관점이 그정도밖에 안되나..... 디자이너인 신아는 자신의 사랑을 디자인하지 못하고, 호스피스인 동기는 자신의 사랑을 돌보지 못한다. 감독도 자신의 장기인 섹스신은 나름데로 공들여서 찍었지만 받쳐주지 못하는 드라마로 인해 빛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같은 섹스신이지만 화면을 돌려놓거나 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은 괜찮았다.
영화에서 동기와 신아를 이어주는 역활을 했던 독한 빼갈처럼 처음에는 뜨겁게 달아오르지만 뒤끝이 깨끗한 좋은 빼갈이 아니라 싸구려 빼갈을 먹은 듯 텁텁한 뒷맛을 주는 영화다.
# 봉만대 감독이 리얼하게 보이기 위해 (스폰지였나...) 삽입한 효과음은 오히려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느낌을 받았다.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