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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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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3 오후 3:43: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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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봉 만대 주연:김 성수, 김 서형
<호>[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야하긴 한데..
일주일을 마감하는 일요일 오후.. 편안히 집에서 쉬다가 뭐 재밌는 영화가 없을까 하고 동네 비디오가게에 들어가 열심히 비디오를 골라본다. 개봉작들이야 거의 하루가 멀다 하고 관람하기에 늘 언제나 과거의 영화들만 찾아보다가 문뜩 한 켠에 자리 잡은 에로 비디오들을 보게 된다. 요상도 하지.. 제목들은 그야말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 심심해서 몇 개의 비디오를 꺼내 내용을 살펴보면 이야기들은 거기서 거기이고, 영화의 장면을 보여주는 비주얼은 야하기 그지없다. 열심히 에로 비디오를 살펴보고 있을 테면 다른 손님이 근처에 오면 왜 그렇게 민망한지 재빨리 넣어두고 "난 에로영화 보지 않아요.."하는 표정으로 살며시 그 자리를 뜬다.
에로 비디오 테잎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살펴야 했던 필자는 사실 내 자신보다는 남의 시선에 의해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생각해야 했던 것에 대해 내 스스로가 불만족스러웠다. 하여간에 에로 비디오를 가게에서 구경하는 것은 상당한 재미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가끔 모텔에서 밤을 보낼 때 성인방송[모텔마다 채널이 다름..^^;;]에서 틀어주는 에로 비디오는 자극적이기보다는 묘한 재미(?)를 선사하는데, 에로 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비디오의 내용보다는 남녀간의 정사씬에만 집중하는 것은 에로 비디오에게 영화로서의 기능(?)을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로 비디오에도 영화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보여주는 작품들이 있다.
에로비디오 속에도 드라마가 있고, 사랑이 있고 슬픔이 있다. 단지 우리네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에로 비디오는 "영화"라는 타이틀 보다는 비디오란 타이틀이 더 잘어울리는건 웃지 못할 사실이긴 하다. 그래서 에로 비디오로 통하고 있지만 이런 에로 비디오계에 기린아가 있었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봉만대" 감독이다. "봉만대" 감독은 이미 에로 비디오계에서는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고, 독특(?)하게 내러티브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면서 자신만의 연출력으로 에로 비디오를 제작, 연출해온 인물이다. 이러한 연출가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들인 영화가 있으니 바로 "맛있는 SEX 그리고 사랑"이다[SEX로 표현한 것은 인터넷 게시판엔 SEX를 한글로 쓰면 저속한 단어라 입력이 되지 않아 영어로 표현 한 것이니 양해해 주세요..^^;;]
이 영화는 애초부터 영화의 내용보다는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될 "봉만대" 감독에게 시선이 집중되어었다. 과연 비디오업계에서 녹을 먹다가 충무로 영화계에 입성한 "봉만대" 감독이 어떤 에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모든 이들에 관심이 대상이었고, 영화가 빠른 시일 안에 나오기만을 기다렸었고, 드디어 완성된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다. 영화가 시작되기 앞서 이 영화를 제작한 제작사의 대표가 나와 "그저 맛있게 관람해 달라.."는 부탁의 말을 참석한 이들에게 건넸다. 그래.. 맛있게 관람해달라..? 그럼 영화는 맛있다는 의미인가..? 무엇 때문에 맛이 있을까..? SEX가 맛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것이 맛있는 걸까...? 이러한 생각으로 영화가 시작되기 기다렸고, 극장의 조명은 꺼지고 영화는 바로 노골적인 남녀간의 행위(?)로 짜릿한 오프닝을 연다.
영화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우리의 여주인공 [신아:김서형]라는 여성은 동거를 하고 있으며, 지방에서 의상 디자이너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의 남주인공 [동기:김성수]는 전직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병원에서 호스피스 생활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 두 사람은 어느날 격정적인 하룻밤을 보내고 동거에 들어간다. 여기서 잠깐 이 두 사람이 함께 지내기 시작하기 전 나누던 대화가 있으니 그 대화는 이러하다. [동기: 나는 거기가 좋거든요..] [서형: 싫진 않네요.] [동기: 나랑 연애 할래요..?] [서형: 연애..? 순서상 손부터 잡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동기: 이제부터 하면 되죠..사랑에도 순서가 있나요..?] 이 대화에서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깊이가 느껴지는 대화이긴 하나 참으로 간단하게 우선적으로 육체적인 관계가 이루어 진 후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면서 사랑 만들기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원 나잇 스탠드를 즐기고 나서 왠지 상대가 좋아져 지속된 만남을 가지는 것과 같으니 영화 "베터 댄 섹스"가 생각난다.
이 영화가 선택한 것은 육체적인 관계가 먼저 이루어진 다음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해 자극적이면서 솔직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자 영화는 육체적인 관계를 노골적으로 담아내면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다루고자 하는 "사랑"이 제대로 묻어나왔는가에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영화가 시작되고 30~40여분간 상당한 재미와 달콤한 맛을 느꼈지만 그 이후로는 지루함이 밀려들었고 시각의 잔상과 소리의 여운만이 남게 되었다. 왜냐면 남과 여의 솔직한 성생활을 유쾌하면서도 재밌게 담아내었지만 서서히 후반부로 갈수록 그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보여준 정사씬은 상당히 리얼리티 했다.
[동기]와 [서형]이 서로를 탐닉하고 즐기는 SEX는 남과 여가 즐기는 하나의 놀이처럼 보여주었다는데 "좋았다"란 표를 던져주고 싶다. 이 두 사람이 즐기는 정사는 그저 우리네가 보아온 정사 장면들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 그들이 나누던 SEX를 카메라는 "정[靜:고요할]", "중(中:가운데)", "동[動:움직일]"의 역동적이고 새로운 감각의 영상으로 표현 해주어, 한국 에로 영화에서 여지껏 이런 에로 영화가 있었나 할 정도로, 액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영상으로 빠르면서 강하게 그리고 부드러움을 골고루 담아내었다는 것이다. 섬세하고 세밀하게 담아낸 그들의 SEX는 그저 감정에 치우쳐 행하는 하나의 육체적 행위가 아니라 정사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끌어내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동기] 와 [서형]은 만나고 알아가면서 사랑을 이룬 다음에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인 관계가 먼저 이루어 진 다음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고 사랑을 완성시켜 나가려던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솔직하게 말한 다면 좋은 시스템인 것 같지만 자칫 위험하다는 것도 인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영화에서도 체크하고 있는데, [동기]와 [서형]이 공중 화장실에서 서로를 탐닉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들의 행위를 보게 되고, [서형]의 눈에 낯선 이의 모습이 포착되자 [서형]은 그곳을 빠져 나오는데, 상당히 화가나 있었고, 왜 화를 내는지 모르는 [동기]는 "도대체 왜 그러는데..? 미안해.. 미안하다구.." 하며, 이 말을 들은 [서형]은 "뭐가 미안한데.." 하자, [동기]는 "네가 막 화를 내니깐..." 하고 막연한 답변을 하자 [서형]은 "네가 내 몸을 가졌다고 날 다 아는 척 하지마.."라는 말로 일침을 놓는다. 그렇다 사랑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될 때 완성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완성은 좀처럼 쉽지가 않다. 완성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완성이 진정으로 완성되었는가는 심히 알 수가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할 사실이다.
감독은 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과연 끝을 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 섞인 넋두리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넋두리는 사랑의 끝이 있을까..하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격정적으로 서로를 음미하고 깊이 있게 서로를 들여다보고는 있지만 그것이 과연 사랑인가에 대한 물음표와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남과 여의 차이를 구분 짓는다는 것은 남녀가 함께 풀어내야 할 과제임과 동시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도 같다. SEX가 맛있다 란 것을 보여주고 있고, 영상으로 관객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풍족하면서도 왠지 부족함으로 다가오고 있는 영화 "맛있는 SEX 그리고 사랑".. 그래서 사랑은 무엇인가를 되묻고 싶다. 보면 볼수록 흐르면 흐를수록 SEX가 지겨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 역시나 뒷 힘이 부족하다. 그래도 칭찬할 구석은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비주얼[야할만큼 야하기에..]이 자극적이고 강렬하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영화를 통해 나눌 수 있는 대화가 있는가에 질문을 한다면 남성이 생각하는 성(性), 여성이 생각하는 성(性)에 대한 논란이 제공되긴 하겠지만, 서로의 문제점.. 정확히 말해 남녀간의 대화의 부족이라 할 수 있는 영화다.
작품성:★★☆ 대중성:★★★
인천에서"호"...[ www.onreview.co.kr - 온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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