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록 감독은 여의도 시절, 대중의 감성에 잘 맞는 코드를 적절히 배치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를 입혀 인기와 명성을 누려왔다. 그러나 흥행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아니면 스크린의 영상문법에 적응하지 못한 탓일까. 함께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꽃을 든 남자'의 황인뢰 감독이나 `종합병원 THE MOVIE 천일동안'의 최윤석 감독이 걸었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다.
50분 단위로 수십회씩 방송될 때는 드러나지 않던 억지스런 설정이 고스란히 노출됐으며 너무 많은 에피소드를 108분의 러닝타임에 채워넣다보니 줄거리는 산만해졌다.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도 대형 화면에서는 훨씬 도드라져 보인다.
결정적으로 아쉬운 대목은 코믹과 멜로의 부자연스러운 조합. 특히 마지막 대목의 체육관 결혼식 장면에서는 가슴찡한 눈물 대신 실소가 터져나오고 만다. 유동근과 차태현의 어색한 경상도 사투리도 귀에 거슬려 상대적으로 `친구'의 완성도를 돋보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