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2일 청주교도소에 복역중인 윤모씨(사건 당시 22세)를 면회했다. 윤모씨는 8차사건(박상희 사건) 범인으로 체포되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이후 징역 20년으로 감형받았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가운데 8차사건은 유일하게 범인이 검거된 사건이다. 경찰은 윤씨가 다른 살인사건의 범인인지 모른다고 추궁했지만, 8차 이외에 사건에 연관된 증거를 찾지 못했다.
내가 그를 찾아간 것은 미제 사건을 풀 단서를 얻기 위해서였다.나는 윤씨가 자신의 죄를 참회하며 살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차피 10년이상 징역을 살았으니 지금쯤이면 마음을 돌려 다른 살인사건에 관한 정보를 줄 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전혀 뜻밖이었다.
윤**씨 되십니까? - 예.
(자기 소개 후) 신호철 : 공소시효가 6차까지는 끝났습니다. 이제 솔직하게 과거 일을 말할 때도 된 것 같습니다. 윤 : 공소시효 제가 알고 있는데요. 이게 공소시효 없습니다. 법적으로 없어요. 미제사건은 공소시효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신호철 : 그게 아니라. 화성경찰서에 물어보니까.... - 에이. 그거 믿지 마십시오. 나도 여기서 법공부를 했고. 좀 아는데요.
(※ 윤씨는 착각을 하고 있다. 6차까지 공소시효는 분명히 끝났다. 법무부에서도 확인한 사실이다.)
신호철 : 혹시 다른 사건에 대해 아시는 것 없으십니까? - 그건 나도 모르죠. 나도 뭐.
신호철 : 그 전에 것도 모르십니까. - 내 사건이라는 것도 내가 핸개 아니구요. 사건에 말렸어요..
신호철 : 사건에 말렸다뇨.그럼 8차도 선생님께 아니라는.. - 예. 제게 아닙니다.
신호철 : 살인을 한 적이 없다는 말입니까? - 예.
신호철 : 증거로 제시된 티타늄은 어떻게 된 겁니까? - 증거요? 증거가 나온게 음모털이 그걸로 나왔다고 하니까. 그런거죠.
신호철 : 그건 어떻게 된겁니까? - 모르죠. 그 때. 체모를 다 수거해서. 제 직업아시죠? (그의 직업은 농기계 수리공이었다.)
신호철 : 예. - 그래서. 털을 뽑아가지고.
신호철 : 본인 것도 뽑았습니까? - 네.
신호철 : 우연의 일치란 말입니까? - 예.
신호철 : 사건 현장인, 그 .. 피해자 집에 가보지 않았습니까? - 한번도 가 본적 없어요.
신호철 : 피해자를 알고 있지 않습니까? - 모릅니다.
신호철 : 하지만 피해자 오빠가 당신친구.. - 오빠는 제 친구 맞아요. 하지만 그 여동생 얼굴은 본 적이 없습니다.
신호철 : 수사 과정에 가혹행위가 있었습니까? - 좀 맞았습니다.
신호철 : 어떻게 맞았습니까? 고문을 했나요? - 이미 지나간 일, 구질구질하게 말하기 싫군요.
신호철 : 변호인은 열심히 변호했나요 - 난 돈이 없고, 먹고 살기 바빴어요. 나는 국선 변호인을 썼습니다.
신호철 : 억울하시 겠군요. - 억울하긴 뭐 힘없고 빽없는 놈이 하소연할곳이 없죠...
신호철 : 언제 출감하나요? - 2010년 5월 7일입니다.
신호철 : 가족들은 면회 자주 오십니까. - 가족들 자주 안와요.
신호철 : 혹시 아버님도 면회 오세요 - 못 본지 오래 되었습니다.
신호철 : 한번도 면회 안 왔습니까. - 네.
신호철 : 어머님은 자주 오십니까 - 가끔 어머님이 오십니다. 그리고 형사들이 자주 옵니다. 전에도 형사가 와서 물어보고 갔어요
신호철 : 형사들에게는 뭐라고 말하십니까? -똑같죠 뭐.
신호철 : '내가 죽인게 아니다'라구요. -예.
신호철 : 최근에 영화가 개봉된다는 사실 아십니까. - 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신호철 : 그래요. 영화 나온다니까 어떻습니까. 기분이 - 영화를 본 적 없어가지고..
신호철 : 줄거리는 들으셨지 않습니까. - 신문에는 자세히 안나오니까...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영 아니올시다에요.
신호철 : 왜 그렇습니까? - 아니, 가족들이 그거 보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힘들게 하는 겁니다.(그에게는 여동생이 있다)
신호철 : 출감하면 뭐할 생각이세요. - 모르죠. 많이 남았으니까. 제봉이나 할 생각입니다. 여기서 제봉배우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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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 시간은 10분이었다. 그는 '누명을 쓴 억울한 희생자'일 수도 있고. 아니면 10년이 지나도록 죄를 뉘우치지 않는 '파렴치한 악한'일 수도 있다.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