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첫째. 범인의 테마곡으로 우울한 편지를 쓴이유는?
원작인 연극 <날보러와요>에서는 모차르트 레퀴엠이 테마곡인데,
경찰서에서 여순경이 혼자 듣기에는 어색한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연극과 달리 영화는 80년대 분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그 시대의 노래를 써야 했다. 이왕이면 그
시대엔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유재하나 김현식처럼 하늘나라로
가신 분의 노래를 넣으면 과거 같은 느낌, 아련한 느낌이 나지
않을까 했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때 이 노래를 굉장히 좋아했다.
게다가 박해일 개릭터와 어울리지 않나? 하얀얼굴에 세련된 느낌이
두번째.취조실에 들어왔다 나가는 보일러공의 의미는?
이번 영화는 나의 의도대로 관객의 반응을 컨트롤했다고 생각하는데,
의도와 결과가 가장 크게 어긋난 장면이 바로 그거다. 보일러 김씨가,
다시말해 이강산기사님<살인의 추억의 조명감독>이 이렇게 큰방향을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었다. 당시에는
이중 거울이 있는 정식 취조실이 없어 그렇게 열악한 곳이 취조실이었다
는걸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보일러실로 설정을 했는데, 두번째 용의자
때 그걸 더 강조하려고 보일러 김씨가 등장한다. 한쪽에서는 열심히
취조를 하는데, 보일러공이 들어와 그냥 보일러를 만지고 가는 허섭한
분위기를 묘사하려고 했다. 이런 유의 영화에서는 관객들이 모든 것에
민감해지는 것 같다. 혹시 저것은 복선이 아닐까. 암시적인 단서가 아닐
까하고, 이강산 기사님이 굉장히 느리게 움직여서 뭔가 의미가 있는것
같기도 했다. "보일러 김씨가 범인이다. "" 기자가 변장하고 들어온거다"
라는 말도 있다. 기자라는건 뒤에 신반장이 조용구에게 "요즘 기자들이
어쩌는 줄 알아?"라는 대사와 호응시키며 상상하더라.
세번째. 시나리오상엔 그 여자가 임신한 상태였는데.
그 아이가 남편의 아이인지 악마의 아이인지 모호하게 설정한 건데,
그게 부담스러웠다. 만일 임신한 걸로 설정된다면 그걸 감당할수 있는
플롯이나 스토리가 나와야 했다. 책임감있게 감당하지 못할 바에는
없는게 낫겠다 싶었다. 실제로 찍을땐 특수분장을 해서 배가 부른 걸로
찍었는데 편집할때는 얼굴 숏 위주로 했다. 지금 편집된 걸 보면
임신했다는 걸 알 수 없다.
네번째. 박두만과 서태윤이 백광호에게 박현규의 사진을 들이대자
백광호가 전봇대 위로 올라가 "불이 뜨겁다"라는 말을 한다. 갑자기
그말이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형사입장에서 가장 애간장이 탈 시점인데 백광호는 어린 시절로 확
점프해 버린다. 직감적으로 쓴 건데 나중에 ` 왜 얘가 불이 뜨겁다고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배우나 스태프도 많은 추론을 내놨다. 단순하게
는 번개가 치기 때문이다. 조금 복잡하게는 잘생긴 박해일의 사진을 보고
화상 입은 얼굴에 대한 열등감이 떠오르고, 나는 왜 못생겼을까를 생각해
보니까 어린 시절 화상을 입던 고통스러운 기억이 나서 불 얘기가 나온
거다. 더 복잡한 건, 아버지와 얽힌 조건반사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백광호를 아궁이에 던져 화상을 입게 된다. 아궁이에 던진 이유는
아버지가 바람피우는 장면을 본 어린 백광호가 어머니에게 말해 버렸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진실을 말한 백광호를 아궁이에 던진 건데, 이후
백광호는 진실을 말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기제가 생긴 거라는 추론이다.
난 그냥 직감적으로 그런말이 나올 것 같았다.
다섯번째,마지막 살인 장면에서 범인이 곽설영을 쫓아가는 듯하다가
타깃을 여중생으로 바꾼 이유는?
실제 사건에서도 여중생과 할머니가 죽었다. 그런 범인들은 대개
약한 인물을 고른다. 사악한 악마의 선택이다. 거기서 여중생이
죽었기 때문에 곽설영이 2003년 박두만과 아들, 딸 낳고 살고 있는
거다. 그게 살인의 의미다. 살인은 끔찍할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미래가 없어지는 거다. 곽설영이 죽었다면 에필로그가 없어졌을 테고,
여중생은 직장을 다니거나 그랬을 것이다. 살인이라는 것은 얼마나
슬픈 것인가.
여섯번째. 마지막에 박두만이 관객을 이글거리는 눈으로 쳐다보며
끝난다. 범인에 대한 경고인가.
찍을땐 객석 어딘가에 앉아 있을지도 모를 범인과 눈을 마주치게
하자고 생각했다.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하는 의미도 있었다.
범인이 아니라 관객들이 두 시간 동안 이 사건을 봤는데."어떻게
이럴수가 있습니까"라는 분노나 그런걸 교감하는 것일수 있다.
일곱번째.2003년 박두만이 처음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에 왔을때
한 소녀가 며칠 전에도 이 곳에 누가 왔었다고 말한다. 그 사람이 범인
인가.
범인이다. 그건 확실히 범인이다. 만약. "누가 그냥 왔다"고만 하면
서태윤일수도 있겠지만,"아주 오래 전에 자기가 했던 일이 생각나서"
라는 대사가 확실히 범인을 지목한 거다. 범인이 직접 등장하진
않지만 범인의 존재감을 강력히 전달하고 싶어서 그런 방법을 썼다.
마지막. 현재 화성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당시 일이 부각되자 불안해
한다고 하는데.
사실 영화 준비하면서 우려했던 부분이다. 제일 중요한 건 나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이 사건을 선정적인 소재나 폭행,엽기적인 살인
으로 몰고 가지 않을 것이고, 지명을 거론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런 부차적인 것들을 다 떠나서 이 사건에 대한 나의 근본적인
태도가 분노나 슬픔의 입장이었고, 이런 슬픈 사건이 우리의 추억이
되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 화성 주민들이 불편할수 있을 것
같은데,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분들이 영화를 한번 보셨으면 한다.
내가 진심으로 영화를 찍었으니 영화가 표현하는 슬픔이나 분노를
공감하실 거라 생각한다.
|
|
|
1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