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사건이 시작된 86년도에는 난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이였다.
이제 15살, 겨우 15세 관람가를 턱걸이로 보는 나이에 86년도 사건은 나에게 있어 낯설음 그 자체였다.
그래서 실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진 '화성 연쇄살인사건'에 대해선 조금도 아는것이 없었다.
그저 영화를 보기전,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글들이 전부였다.
살인의 추억.
제목부터 섬뜻하다. 도대체 왜 살인을 추억한다는 말인가-
영화를 보기 전 심정은 차라리 저랬다, 살인의 추억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두 단어의 조합.
그래서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 으로는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잠시도 긴장을 늦출수 없었다.
이 영화가, 이 사건이 실화라는 사실이 얼마나 무섭고 치가 떨리던지,
아직도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게 얼마나 섬뜻하고 무섭던지.
영화속으로 완전히 매료되어 영화를 보는 내내,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초반에서의 코미디, 중반에서의 공포, 후반에서의 분노감과 스릴러.
시간이 가면 갈수록, 영화속 이야기는 내 마음을 조금씩 조여갔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내 걸음은 유난히도 무거웠고, 마음은 우울함과 분노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아무 죄없이 죽어나간 여성들에 대한 슬픔이였고, 아무 죄없는 사람들을 죽여나간 범인에 대한 분노였다.
만일 그 범인이 아직도 살아있다면, 정말 그렇다면,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모습으로 이 영화를 볼 것이다.
그 사실이, 그 현실이 너무도 무섭고 소름끼쳐서 영화를 보고난 그 날밤 난 한숨도 잠을 이룰수 없었다.
계속 뒤척이며 내가 그 사건의 주인공이라도 된 양, 부들부들 떨렸다.
이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내가 그 사건에 대해 조금도 몰랐듯이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기억에서 지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는 과거를 잊었지만 과거는 우리를 잊지 않았다는 사실-.
나는 이 영화에 조금도 망설임없이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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