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기록영화의 느낌이 나는 그래서 클로즈업도 거의 없는 흑백화면속에서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급히 삼합둔이라는 고향으로 내려가는 위셩은 그의 어머니의 걱정을 하고 있었다. 아직 한가구에 한자녀씩만 금지 조항이 남아있는 덕택에 위셩의 가족은 위셩과 그의 부모님뿐이었다. 그리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충격에 휩싸인 그의 어머니는 비로소 그가 돌아오자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이렇게 첫장을 열었다.
영화의 첫 화면에 나온 집으로 가는 길의 원제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뜻이었다. 그 제목을 보면서 영화가 시작하기전 대충의 내용을 추정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고 흑백화면에서 아들이 과거에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시작되는 화면들에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농촌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가을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배경들은 영화에 더욱더 깊이 빠져 들어가게 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통설을 깨고 쟈오 디는 그 첫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했다. 창위를 보기 위해서 그가 다니는 길목에서 서성거리고 그에게 자기가 지은 공밥을 먹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를 보기 위해서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그녀.. 쟈오디.. 그래서 사랑은 쟁취하는 거라고 하나보다. 사랑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여자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드넓은 들판을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뛰어다니는 모습마저도 말이다.
그녀의 노력이 얼마나 애달펐는지 그녀의 사랑을 말리던 어머니도 그녀가 깨뜨린 그릇을 고쳐주며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그리고 다시 붙어진 그릇덕분인지 창위는 그녀에게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의 곁을 40년동안 떠나지 않았다. 40년동안 그의 목소리기 한번도 질려본 적이 없었다는 그녀의 말에 축축히 젖어드는 눈가를 느낄수 있었다. 변하지 않는 그녀의 사랑에 감동을 받아서일까??
나이가 지긋이 먹어 희끗희끗한 머리를 가진 할머니가 되어서도 처녀때와 같은 맘으로 남편에게 손수 수의를 지어 입히고 그가 그녀에게 돌아왔던 그 길로 걸어오기를 고집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전통문화에 대한 감독의 고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전통은 사랑받는 것이였고,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죽어서도 학교를 내려다보며 학교를 지키겠다는 쟈오디의 생각은 과거 우리 조상들이 가졌던 생각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지금은 많이 잊혀져 갔지만, 남편의 장례식의로 인해 스쳐지나간 제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고 옆마을에 돈을 주고 산 인부들도 스스로 하겠다고 자처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그의 장례비용으로 쓰이려 했던 비용은 학교의 재건축 비용에 보태지게 되었다. 한평생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키며 살아온 남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놓는 그녀의 모습은 늙었지만 아름다워보였다.
숨막히는 장면들이 사라져가고 다시 흑백필름으로 돌아왔다. 남편을 정전옆에 잘 묻고 집에 돌아온 쟈오디는 또 다시 남편의 소리를 듣는다. 반평생 들어온 그 사랑하는 소리를 들은 그녀는 학교로 달음질쳐간다. 그곳에는 그녀가 사랑하는 남편은 있지 않다. 대신 그녀를 사랑하는 아들이 어머니가 보고 싶어했고, 아버지가 보고 싶어했던 교사의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반평생 서있던 교단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느끼면서..
쟈오디는 그 달림을 멈추지 않는다. 아마도 그녀가 청위의 곁에 돌아가지 않는 이상 그 달림은 멈춰지지 않을 것이다.아직도, 내 눈앞에 그를 향해 달려가는 쟈오디의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