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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z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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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27 오전 11:1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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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는데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봄비라고는 해도- 괜스레 스산한 느낌이 들었다.
살인의 추억...
집에 돌아오는 내내 살인의 추억 예찬론을 펼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참 잘만들어진 한국 영화랄까. 짧지 않는 상영시간 (127분) 동안 '세븐', '양들의 침묵' 을 보면서 느꼈던 그런 긴장감과 압박에 내내 시달려야 했다..-_ㅠ 보다가 소리도 질렀다는...ㅡㅡ;;
'살인의 추억'은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는 박두만(송강호)와 서태윤(김상경)- 이 두 형사의 이야기다. 미해결의 연쇄 살인 사건... 과학수사와 서류를 좋아하는 서태윤과 감-_-을 무척 좋아하는 박두만. 사건이 지나면서 이 두 사람은 변해간다. "서류는 거짓말을 안한다니까요"라는 서태윤의 대사가 웃음을 자아내고, 막판에 이르면 이성이라는 것은 조금 밖에 남지 않은 듯한- 광기 어린 서태윤. 서태윤과는 달리...그렇게 돌아가는 상황에 처한 모든 이들에 대한 연민을 품는 박두만. 마지막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해일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 라는 박두만의 대사는 어울리지 않는 듯, 슬픈 느낌을 줄 정도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본 것 처럼, 그들의 그 변화는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때문인 것 같다... 사건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도 시위 진압으로 모두 소모된 정경들...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왜 이 사건은 그렇게 끝날 수 밖에 없었던가- 그리고 형사들의 중압감과 죄책감. 변사체가 되버린 중학생 여자아이의 옷을 다시 정리해주던 서태윤의 모습이...너무 안타까울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마지막, 2003년 정수기 외판원; 박두만이 꼬마 아이에게 '그 놈'이 다녀갔음을 듣고 관객을 향해, 혹은 카메라를 향해 알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면. 그 장면은... 강간의 왕국-_-;;과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대사 와 함께 매우 인상적이다. 화면이 어두워지고 cast가 떴으나 자리를 뜨기 어려울 만큼. 어딘가 정말 살아 있을지 모를, 그래서 이 영화를 볼 지도 모를 범인에 대한 분노... 천인공노할 그 범인에겐.. 추억이 되어버렸을지 모를, 그 추억이라는 단어 자체가 참으로 잔인한, 그 범인에 대한 분노를 나 역시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물론, 선 굵은 이 영화 곳곳에 유머와 재치가 넘쳐난다. (처음 30분은 매우 즐겁다;; 송강호 최고!-_ㅠ) 서태웅과 강백호를 연상케 하는;; 서태윤과 백강호-_-;;도 있고...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 그 말이 전혀 아깝지 않다. 아니, 2003년 최고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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