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리치 감독. 제가 그의 영화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를 봤을 때만해도 재기발랄함 그 자체인 신인감독이였죠. 처음에야 이 무지하게 긴 제목을 보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영화인지 상상도 못 했었죠. 기껏 생각한다는 게‘록음악?’또는‘담배가 등장?’이란 생 각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날 즈음엔 곳곳에 넘치는 유 머와 화려한 카메라 움직임. 타란티노 이래로 가장 재미있는 감독을 만난 것을 깨닫게 되었죠.
이제 그는 마돈나와 결혼함으로써 마돈나의 신참 남편으로 더 유명 해졌습니다. 우리나라에 유명한 배우라곤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던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에 비해 신작인 [스내치]는 브래드 피 트라는 빅 카드를 들고 우리 앞에 등장했습니다. 일단, 브래드 피트 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감인데 브래드 피트의 역할은 정말 더 코미디였죠. 아는 사람만 아는 미스테리한 영어를 구사하는 집시 로서 타이슨 저리 가라는 굉장한 핵주먹을 휘두르는 미키라는 인물 을 연기하고 있었습니다. 여태껏 그의 역할을 생각하면 정말 깨는 목소리로 뭐라고 웅얼웅얼 이상한 말하고 있는 브래드 피트를 보며 안 웃을 수가 없었죠. 아무리 망가져도 멋있는 건 매한가지였지만 요..^^;;;; 사실, 더 웃겼던 그런 그의 대사를 우리말로 번역해 놓은 자막이었지만요.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가 500PCS짜리 퍼즐이었다면, [스내 치]는 1000PCS짜리 퍼즐을 보는 듯한 기분을 주었습니다. 조각씩 따로 보면 도대체 무슨 그림인지 알 수 없고 제자리가 아니면 들어 가지도 않죠. 그러나 제자리에 딱딱 맞춰 넣으면 커다란 그림으로 변하면서 다 맞춘 사람으로 하여금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죠. 저에게 [스내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각자 흩어지는 듯한 이야기가 한 알 의 다이아몬드를 통해 엮어지고 마침내 딱딱 들어맞는 시나리오도 시나리오였지만, 개성이 넘치는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배우 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멋진 퍼즐이었죠. 그 많은 등장인물 중에 단 한 명도 “저 사람 도대체 왜 나온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배 우가 없었거든요. 여전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즐겁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 참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우린 맞짱만 뜬다~! 어쩔래?”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스내치]를 보 면서 즐겁게 웃었지만, 영화 보고 오는 길에 찜찜하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자극을 받으면 더 큰 자극이 아니라면 반응을 안 합니다. [스내치]가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보다 한 단계 위이긴 하지만 관객에게 받아들여지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꺼 같군요. [식스 센스]의 나이트 M. 샤말란 감독의 경우가 자꾸만 떠오릅니다. 사정없이 깨진 [언브레이커블]... 스타일이란 건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것이 좋지만 그래도 가이 리치가 진정으로 자신의 가 치를 보여주는 건 다음 작품에서나 가능할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