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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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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5 오후 9:0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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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코믹스의 수퍼히어로중 '데어데블'의 인지도나 인기는 스파이더 맨, 헐크, 엑스맨 등에 비해 높지 않은게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영화화된 <데 어데블>에 있어 미국에서의 2월 개봉이나 국내에서의 3월 개봉은 시기적으 로 아주 적절했다. 어차피 올 여름의 엑스맨 속편이나 헐크하고 붙었을 때 승산이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까.
원작은 어떤지 몰라도 <데어데블>은 <배트맨>과 흡사한 점이 많다. 어린 시절 부모의 죽음, 악당에 대한 복수심, 낮과 밤의 이중생활, 가죽 수트 게다가 <배트맨>의 고담시에는 못미치지만 악당이 판을 치는 '헬스 키친' 이라는 도시까지.
하지만 데어데블의 얼터에고인 매트 머독이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보다 매력 이 없어보이는건 왜일까. 부유하고 대저택에 사는 브루스 웨인에 비해 돈 없고, 힘없는 약자의 변호만 도맡아서 하는 매트 머독이 초라해 보여서는 아닐테고, 배우의 외모로는 오히려 벤 에플렉 쪽이 나은데 말이다.
'데어데블'은 이중생활에 따른 '고뇌하는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질 못했다. 악당을 죽이고나서 "I'm not a bad guy" 라고 혼자 되뇌이거나 고해성사를 하는 장면들이 이어지긴 하지만 그런 정도로 캐릭터의 성격을 구체화시키지는 못한다. <데어데블>을 보는건 마치 만화 책 한 페이지 속의 평면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스파이더 맨>도 그랬지만 역시나 만화원작 답게 모든 논리적, 신체적 또 는 중력의 법칙은 철저히 무시된다. '수퍼맨'이야 우주 어느 중력이 다른 별 출신이니 그렇다쳐도, 줄 하나에 몸을 맡겨 건물 사이를 바람처럼 날아 다니다 가볍게 착륙하곤 하는건 '수퍼영웅'이라는것 자체가 어차피 말도 안되는 거라 해도 좀 너무한다 싶다.
<스파이더 맨>과 더불어 또 한가지 재미있는건 영화속 최고의 명장면이 액 션신이 아니라는 거다. <스파이더 맨>에서 스파이더 맨이 거꾸로 매달린채 하는 키스신은 2002년 영화중 '베스트 키스신'으로 뽑히기도 할만큼 인상 적이었다. <데어데블>에서는 앞을 못보는 대신 떨어지는 빗줄기를 이용해 여자의 얼굴을 느껴보는 장면이 독특하다. 그러고보니 두 영화 모두 빗 속 에서 그렇게 사랑을 싹틔운다.
얘기를 하다보니 원작의 특성상 <배트맨>, <스파이더 맨> 등과 비교를 하 게 됐다. 액션으로나, 이야기로나 뭔가 조금씩 부족한듯 해 보이고, 라스 트에서 지나치게 속편이 있을 것을 강조한 것이 거슬리긴 했지만 올 여름 몰아닥칠 수퍼영웅들의 오프닝게임 격으로선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사실 한가지. 스파이더 맨과 데어데블의 원작 만화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으며 우연한 사고로 초자연적인 능력을 얻었다는 것 도 유사하다. 둘은 마블코믹스에서 거의 형제처럼 키워졌으며 때론 힘을 합쳐 한 작품에 등장해 악을 응징하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둘이 같 이 나온다면 꽤 흥미로운 그림이 그려질 것 같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스파이더맨은 콜럼비아가, 데어데블은 폭스가 저작권을 갖고 있으니까. 혹 시 모르지, 오랜 뒤 두 영웅의 약발이 떨어졌을 때쯤 양 스튜디오의 사장 들이 의기투합을 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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