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canon)은 같은 멜로디를 반복하는 일종의 돌림노래 형식의 작곡기법을 말하며.. 캐논 인버스(canon inverse)는 캐논의 변형으로.. 악보의 처음부터 연주해나가는 사람과 끝에서부터 연주해 올라오는 사람이 극과 극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은 같은 멜로디를 이어받으며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음악을 카리킨다..
이렇게 제목이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뜻이다보니.. 한때는 영화의 주제이기도 한 메이킹러브(Making Love)라는 가제가 붙은 채 상영되기도 했었다..
아버지의 유품인 바이올린을 켜면서 힘들고 고된 농장일도 마다않으며 음악을 연주하는 그 자체를 즐기는 사생아 예노.. 평소 흠모하던 피아노 연주자 소피와 협연하게 될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결국 그는 소피를 잠깐 만나게 되고 충분히 그의 열정을 소피에게 어필하게 된다.. 소피는 이미 결혼한 몸이고 둘은 신분의 차이도 있지만.. 그들의 운명적 사랑은 이미 캐논인버스를 시작하게 된다..
예노는 소피의 권유로 입학하게 된 음악학교에서 평생 지음이 되어줄 데이빗을 만나게 되고.. 이 둘의 만남 역시 엇갈린 운명의 고리로 연결되어 또다른 캐논인버스를 시작한다..
마치 제목처럼 영화도 두 가지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선상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인 듯 하지만.. 어느새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된다.. 마치 캐논인버스를 연주하고 있는 듯 말이다.
이 영화는.. 물론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더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인물들간의 심리묘사와 감정의 기복도 모두 음악으로 표현되어있고.. 인물들 사이의 감정교류를 이어주는 매개체도 음악이며..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도 음악이다...
그렇기에.. 거장 엔네오모리꼬네의 음악은 이 영화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서정성있는 음악들이 주를 이루는 그만의 독특한 감미로운 선율은 영화의 내용과 잘 어우러져 관객을 영화 속에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오랜 기간 연습끝에 직접 악기를 연주했다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함께 있었기에.. 음악이 더욱 돋보이는 요소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영화는 음악만이 주를 이루는 사랑이야기가 전부였다면 참 심심했을 텐데.. 미스테리 기법을 약간 가미한 듯한.. '글루미선데이'의 마지막 반전만큼이나 쇼킹한 반전을 준비해 두었다..
그렇기에 영화는 다소 복잡하다라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절절하게 흐르는 음악만큼이나 잘 짜여진 스토리로 막힘없이 풀려나간다..
자신을 위해 전인생을 투자해 모든 것을 걸었던 남자와... 자신이 그동안 가졌던 모든 것을 버린 여자와 짧지만 강렬한 사랑은 귓가에 맴도는 선율만큼이나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