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지구를 악의 무리로부터 구하는 많은 영웅들이 있다. 특히나 저 태평양 건너 미국이라는 나라엔 어찌나 악당들이 많은지 그로부터 미국을 지키려는 영웅호걸들이 넘쳐나는데 이제 여기 새로운 이름을 내밀며 내노라하는 영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또 하나의 영웅이 나타났다.
어린 시절, 매트 머독(밴 에플렉)은 방사능 폐기물에 노출되어 시력을 잃은 대신 다른 감각들이 초인적으로 발달하게된다. 아버지가 범죄왕 킹핀(마이클 클라크 던컨)에게 살해당한지 10여년이 흐른 뒤, 변호사가 된 매트 머독은 밤에는 데어데블로서 범죄자들의 처단자가 된다. 데어데블은 우연히 만난 엘렉트라(제니퍼 가너)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킹핀의 사주를 받은 악당 불스아이(콜린 파렐)의 음모로 엘렉트라는 데어데블을 원수로 생각하게된다.
언제나 후발 주자는 잘해야 본전이다. 아무리 날고 기는 액션과 파워를 보여도 고작 “괜찮군” 정도의 칭찬을 들을테고 조금만 미흡하다 싶으면 “별로군”이라는 반응이 나올테니. 데어데블은 아쉽지만 후자에 가깝다.
데어데블의 액션은 너무도 굼떠서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이고 엘렉트라와의 액션 합은 어린애들 장난처럼 날렵하지도 날카롭지도 않다. 사적인 복수와 공공의 질서 유지, 그 양날에 아슬아슬하게 양다리를 걸치고 고뇌하는 캐릭터는 이미 배트맨에서 익히 보아오던 패턴이고, 건물과 건물을 날아 다니는 이동 수단은 스파이더맨을 연상케한다. 호쾌한 액션을 선보이지도 않으면서 캐릭터까지 진부하니 영웅은 영웅이되 딱히 새로울 것도 없고 밋밋하기 그지없는 준영웅일 뿐이다.
데어데블을 그저 그런 영웅으로 폄하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핑계거리를 주는 것은 그와 맞서는 시시껄렁한 악당들이다. 진정한 영웅은 그에 걸맞는 악당을 발판으로 탄생한다. 그러나 <데어데블>의 악당들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킹핀은 그저 커다란 체구와 묵직한 목소리로 분위기만 살짝 풍겨주는 정도이고 불스아이는 그저 조무래기 악당일 뿐이다.
오늘도 데어데블은 악의 축, 아니 악의 무리를 처단하기 위해 낮에는 법률가로 밤에는 데어데블로서 뉴욕의 거리를 누비겠지만 그의 또 다른 이야기를 굳이 듣지 않아도 그다지 아쉬울것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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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데블(2003, Daredevil)
제작사 : 20th Century Fox, Horseshoe Bay Productions, New Regency Pictures, Marvel Entertainment / 배급사 : 아우라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daredevi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