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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반어와 역설의 슬픔 선물
islido 2001-03-26 오후 9:37:50 1370   [6]

남편 용기(이정재 분)의 직업은 남들을 웃겨야 하는 개그맨이다. 그와 정연(이영애 분)은 그녀가 부모를 일찍 잃은 고아였기 때문에 용기 집안의 결혼 반대를 무릅쓰고 어렵게 결혼한 부부 사이. 비록 힘겹게 이룬 사랑의 결실이지만 개그맨, 광대로서의 용기의 삶은 그저 바람잡이, 딴따라 인생일 뿐이다. 그런 남편의 무능은 정연을 지치게 하고 결국에는 용기에게 이혼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그들 부부에게 정연의 시한부 선고라는 불행이 닥쳐온다.

서서히 죽어가는 아내를 지켜 봐야 하지만 자신은 남을 웃겨야 하는, ‘슬프지만 웃겨야만 하는’ 용기가 처한 모순적 상황과, 조금은 엇나가버린 그들의 결혼 생활 때문에 쉽사리 서로에게 솔직할 수 없는 반어적 상황이 영화 <선물>의 기본축이다.
  
이 영화가 슬픔을 자아내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시부모님에게 죽음을 앞두고서야 며느리로, 한가족으로 인정을 받은 정연이 그녀의 어머니 무덤에서 울부짖으며 그 사실을 알리는 장면처럼 화면 가득 울음으로 채우는 것. 물론 이 영화는 가슴 왼쪽께를 아프게 할 뿐인 그런 장면을 통해 울음을 짜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영화는 남편 용기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병든 몸으로 PD 부인을 찾아가 쓰러지는 정연의 모습이나 녹화 도중 쓰러진 정연 때문에 병원을 찾아간 용기가 더 입원해야 한다고 말할 때, 정연이 ‘자신은 괜찮다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얘기할 때처럼 반어적 상황을 통해 자아내는 슬픔에 더 기대고 있다.

하지만 웃다가 울리는 아이러니, 즉 모순된 상황을 통한 야릇한 느낌(우리는 현실 속에서 그런 느낌을 가끔 받지 않던가? 그래서 어쩌면 그것을 삶의 비의라 할 수 있지 않을까?)까지는 다다르지 못한다. 그것은 눈물의 반대편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용기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 내려던 연예계 사기꾼(권해효, 이무현 분) 일당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보면 이 영화의 또다른 한 축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이 용기의 부탁으로 정연의 옛사랑과 친구, 은사들을 찾아내는 과정은 일정 부분의 연관성을 빼놓는다면 별개의 에피소드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웃음은 슬픔에 오버랩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 어정쩡함 때문이었을까? 영화는 서서히 인기를 얻어가는 용기와 그와는 반대로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는 정연에게만 웃음을 쥐어준 채, 보는 이들을 슬픔의 끝까지 밀어 붙인다. 안 울고는 배겨나지 못할 정도로. 하지만 그 울음의 끝,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남는 것은 손가락 사이에 배인 눈물의 찝질한 맛과 이정재, 이영애의 연기뿐이다.

그렇듯 ‘순애보’ 때부터 눈에 힘을 풀고 스타의 자리에서 내려와 배우의 길을 택한 것처럼 보이는 용기, 이정재의 연기와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배우의 길 초입에 선 정연, 이영애의 멋진 연기는 오래 머릿속에 남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 이영애로 향하는 각종 매체의 스포트라이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결국 용기가 정연에게 준 것이 기쁨이었던 것처럼, 비록 흡족하지는 않지만 억지로 짜내지 않는 그들의 연기는 그 자체로 영화 <선물>이 관객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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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cker119
감사해요.   
2010-07-0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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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2001, Last 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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