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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 시대의 로맨티스트를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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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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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2003) * * *
감독 : 곽재용 주연 : 손예진/조승우/조인성
<클래식>은 전작 <엽기적은 그녀>로 공전의 히트를 쳤던 곽재용 감독의 신작입니다. 전작의 유머로 가득했던 전체적인 구조는 60년대의 아득하고 풋풋한 로맨스로 채워져있으며, 코메디적 요소를 전면으로 내세우기보단 상황마다 유머스러운 코드를 맛깔스럽게 장치하여 효과적으로 웃음을 전달하고 있죠. <클래식>은 분명히 드러나는 형식적인 측면에서부터 <엽기적인 그녀>와 닿아 있습니다. 감당 못할 그녀의 엽기적인 행각을 경쾌하게 담아내어 5분에 한번 꼴로 웃음을 자아내더니, 갑작스레 분위기가 반전돼서는 엽기성을 감추고는 청순하다 못해 슬퍼 보이기까지 하는 그녀의 과거를 들추어내어 뭇 감수성 여린 여인들의 눈물샘을 터뜨렸고, 결국은 운명적 사랑을 강조하는 해피엔딩. 유머러스한 전개-> 비극적인 절정->운명적인 결말의 구조를 답습한 <클래식> 또한 시종일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더니, 갑작스럽게 가슴을 찡하게 하고, 다시 한번 우연은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는 운명적인 결말로 마무리합니다. 익숙해서 조금은 아쉬운 변주죠.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곽재용 감독은 시대의 로맨티스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엽기적인 그녀>에선 '절라유쾌'를 표방하고 펼쳐지는 좌충우돌 코메디적 성향이 짙었기에 연장전이 되어서야 펼쳐졌던 그의 주특기가 크게 빛나진 않았지만, 확실히 있긴 있었습니다. 스크린 아래 이곳저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갑작스레 비극적으로 치닫는 신파 때문이었죠. <클래식>은 지나치게 로맨틱해서 신파적입니다. 감독의 스타일이 응집되어있죠. 유치하고 촌스럽다고 고개 저을 관객들을 향해 영화는 시작함과 동시에 분명히 말합니다. "유치하고, 촌스러워. 그냥 '클래식' 하다고 해두자!" 마치 관객들의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이. 하지만 유치와 촌티를 즐기라고 권유하는 손짓을 거부하기엔 그 안에서 펼쳐지는 순수하고 티없이 맑은 첫사랑의 애뜻함은 더없이 매력적입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드러나는 곳곳의 허점들도 "이 사랑은 클래식하니까"라는 이유 하나로 별스럽지 않게 용서될 수 있는 것도 순하디 순한 영화의 스타일 덕분이겠지요.
어쩌면 낯설 수도 있는 고전적인 사랑임에도 거친 마모없이 동참할 수 있게 하는 흡입력 또한 영화의 강점입니다. 여기저기 감독의 애정과 손때가 묻어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배우들의 연기 또한 그 흡입력에 있어서 큰 몫을 해내고 있죠. 첫사랑의 설레임과 신분적 차이로 인한 저항과 갈등을 표현하는 두 배우. 몇몇 작품들을 거쳐가며 비로소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는 손예진과 그동안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지만, 이미 충무로에선 연기 좀 하는 배우로 인정 받아온 조승우의 앙상블은 특히나 돋보입니다. 그에 비해 현재의 연인이 60년대 커플에 비해 밋밋하고 늘어지는 것도 스토리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적인 면도 그러하지만, '상민'역의 조인성의 연기 실패가 가장 아쉽습니다. 비중도 크진 않지만, 역할에 안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듯한 느낌이 너무 강해 어색하죠. 하지만 로맨틱한 감성의 최고조를 이루는 장면인 지혜와 상민이 비를 흠뻑 맞으며 도서관을 향해 뛰어가는 장면의 힘이 꽤 크기에 현재의 로맨스 역시 전체적인 느낌은 안정적입니다. 영화 역시 이곳저곳 단점이 눈에 밟히지만, 너그럽게 포용할 수 있는 것도 밀도가 높은, 그래서 진실해보이는 로맨스이기 때문이겠죠.
곽재용 감독이 앞으로 얼마나 더 닭살스럽고 유치한 이야기를 펼쳐보일지 모르겠지만, 점점 더 농후해져 가는 감독의 로맨틱한 감성만은 설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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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2003, The Classic)
제작사 : 에그필름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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