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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간첩]<푸른공간>무거운, 너무 무거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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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간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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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배우 안성기의 뒤를 이어 차세대 국민배우가 되리라는 굳은 믿음을 안겨주고 있는 한석규가 돌아왔다. 시나리오를 선택하기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배우, 그리하여 차기작이 기약 없이 미루어지던 배우, 바로 그 배우가 선택한 영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중간첩>은 충분한 기대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영화 자체의 소재나 주제 의식은 차치하고라도 <이중간첩>은 태생적으로 무거움과 진중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영화이다.
1980년, 지금의 남북 화해 모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 동베를린에서 신분을 위장한 대남 공장원 림병호(한석규)가 귀순한다. 제목에서부터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는 것처럼 이제 중요한 것은 림병호가 누구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그는 남에서 고정간첩으로 활동중인 라디오 DJ 윤수미(고소영)와 접선, 연인 관계로 위장하게된다. 교묘히 남측의 눈을 피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던 중 림병호는 남에서 자신이 버림받을 것임을 알게되고 맹목적으로 충성했던 북에서조차 버림받는다. 자신의 곁에 있어줄 이는 그새 애틋해진 윤수미 뿐이고 이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가 않다.
지금이야 남북회담이다, 금강산 관광이다, 이산가족 상봉이다 해서 북한은 우리의 동포라는 개념이 보편적이지만, 사실 지금은 초등학교라고 불리우는 국민학교 시절에만해도 북한은 그저 빨갱이에 불과했다. 김일성은 뚱뚱하고 탐욕스러운 늑대였고 남한은 똘이 장군이 지키는 줄 알았던 그 시절의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이라면 어쩌면 이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허나 어린 시절엔 그런 교육을 받았을지언정 민주화투쟁을 해 본적도 없고 화염병 한 번 구경해보지도 못한 우리 세대, 광주항쟁이며 한총련의 방북사건이며 실제로는 체험해보지 못하고 그저 언론이나 미디어로 접해본 세대로서는 <이중간첩>의 정서는 내 민족의 아픈 역사라기보다는 그저 예전에 "있었다던" 어두운 이야기에 불과하다. 탄탄한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수레바퀴 앞에 이름 없이 사라져간 이들의 이야기에 함께 공명하지 못하는 건 이 낯설음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소재가 항상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건 아닐뿐더러 훌륭한 연기가 항상 감동을 이끌어 내는 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중한 선택으로 오랜만에 우리 곁에 돌아온 한석규의 연기는 자로 잰 듯이 정확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오히려 그의 그 더할 나위 없이 정확한 연기는, 스타이긴하나 결코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가 아닌 고소영의 밋밋한 연기에 더해져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 한쪽은 너무 과하고 다른 한쪽은 상대적으로 너무 모자른 느낌. 이들이 함께 있을때조차도 그 애뜻함이나 행복함이 잘 드러나지 않는 건 비단 영화의 무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름 값이 상당한 두 배우에게 모든 무게중심을 두었다해도, 이건 무거워도 너무 무겁다. 천호진 같은 연기가 되는 배우들에게 좀 더 시간을 주지 못한 감독의 선택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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