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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간첩]... 죽음 앞에서도 신념은 하나의 의미로 남을 수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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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간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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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g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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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4 오전 9:49: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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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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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이중간첩]은 화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한석규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본작의 인지도는 다른 경쟁작들을 압도하지요. 만족스러웠습니다. 대단히 만족스러웠고, 그래서 더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이중간첩]은 잘 짜여진 시나리오의 힘이, 최근의 어떤 한국영화보다도 부각된 작품입니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남파간첩의 이야기라는 설정은 자칫 진부해지기 쉬운 선택입니다만, 본작은 인물들의 관계와 복선들을 꼼꼼하게 직교해 긴장감 넘치는 전개 과정을 만들어냈지요.
치밀한 시나리오 속의 선굵은 연기들. 천호진이라는 이름 석자는 앞으로 충무로의 캐스팅 리스트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을듯 합니다. 남측 국가 안전 정보부 고위층 간부를 연기하면서 자신만의 느낌을 고스란히 영화 속에 녹여냈지요. 청천강 역 송재호는 관습적으로 표현되기 쉬운 캐릭터를 맡아 차분한 느낌으로 설득력있게 그려냈습니다. 무엇보다도 압도적이었던 것은 물론 한석규겠지요. 영화 속 림병호에게서는 딱히 잘라 말하기 힘든, 비정하지만, 한편으로 지극히 인간적인 느낌이 묻어났습니다. 한순간 교차하는 온갖 고뇌의 표정들은 3년 이상의 공백을 가졌던 배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지요. [이중간첩]은 한석규의 필모그래피에서, 의미있는 하나의 발걸음으로 남을듯 합니다.
본작으로부터의 아쉬움은 조금 특이한 곳으로부터 기인합니다. [이중간첩]이 시종일관 무겁고 어두운 톤을 유지한다는 점은 매력적인 스타일을 창출해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반면에 시나리오의 빛이 바래버리는 역효과를 유도했지요. 영화 음악까지도 어찌나 암울하던지요. 어두움 속에서 시나리오의 정교함을 발견한다는 것은 어쩌면 쉽지 않은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한가지는 고소영, 영화 속 윤수미의 존재입니다. 캐릭터 존재의 당위성은 차치하더라도 뚜렷한 색깔없는 연기는 분명 거슬리는 부분이지요.
때로 신념이라는 것은 참 무섭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조차 그 앞에서 무의미해지고, 존재의 유일한 이유가 되는 순간에 특히 그렇지요. 죽음 앞에서 신념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명확한 해답을 내리기엔 내 어리석음이 너무 큽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 죽음은 결코 희극이 될 수 없지요. 림병호에게 닥치던 위기의 순간마다에서 그가 끝내 살아나주길 내심 바래곤 했던 것은 아마도 그래서였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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