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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요술> 구혜선 감독
요술 | 2010년 6월 24일 목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개봉이 얼마 안 남아서 홍보 스케줄이 많겠다.
(명함을 뚫어지게 보더니)3D 작업도 하나? 나도 3D 관심 많다. 장비나 기술이나 그런 것들도 좀 알면 3D로도 작업도 해보고 싶다.

그런가? 우리 회사 역시 3D로 작품을 만들려고 하니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럼 좋겠다. 기회 되면 나중에 도와 달라.(웃음)

<요술>을 통해 장편감독으로 데뷔했다. 감독이라는 역할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나한테는 그저 즐거운 시간이었다. 솔직히 진짜 그 자체가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사는 것 같더라.(웃음)

뭔가를 할 때 에너지를 받는 편인가보다. 본인을 좀 혹사해서라도 뭔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워커홀릭 스타일인가?
집에 그냥 있으면 폐인 된다.(웃음) 약간 변태 기질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타고난 팔자가 머슴 팔자라서. 시대를 잘 타고난 머슴인 거지.

단편 <유쾌한 도우미>를 찍긴 했지만 장편하곤 달랐을 텐데, 준비는 얼마나 했나?
8월부터 시나리오 작업은 했고, 출근은 7월부터 했다. 크랭크 인은 1월에 했고. 사실 예산이 적어서 준비 기간을 많이 갖지 못 했다. 빨리 준비해서 20회차 찍고, 편집도 열흘에 다 했다. 혹시 봤나?

물론. 언론시사회 때 봤다.
으악! 안 돼! 그때는 소리가 거의 절망 수준이었다. 언론시사 때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다. 언론시사회 당일에도 영화 상영되는 중간에 밖에 있는 PD님한테 문자로 소리 체크 다시 해달라고 계속 문자 보내고 진짜 난리였다.

그런 것 보면 역시 감독은 감독인가 보다.
그런가?(웃음) 어제 VIP시사 때는 괜찮게 나왔다. 소리가 감동을 달리 한다. 우리 영화는 음악 중심이라 거의 70% 이상이 소리의 영향을 받는다. 스토리라인 없이, 음악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만들기 때문에 음악이 빠지거나 덜 들리면 굉장히 다른 느낌이다. 정말 언론시사 때는 정말 최악이었다. 소리가 저 멀리에서도 나오고 막 그러더라. 고르게 잘 나와야 되는데 이상한 곳에서 집중돼서 나오기도 하고. 프린트를 뜰 때 사운드 쪽이 뭐가 잘못된 것 같다.

다시 만져서 만족스럽게 나왔나?
사실 뭘 해도 아쉬운 생각이 없어지진 않으니까. 고치자면 끝도 없다. 그리고 고쳐놓고 보면 또 고치고 싶고…, 그래서 이제 마음을 비웠다.(웃음)
처음에 <요술>이라는 작품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처음에 첼리스트 송영훈씨 공연을 보고 구상하고 같이 단편영화 했던 식구들하고 기획을 했다. 그러고 나서 시나리오를 썼는데 초고랑은 많이 다른 작품이 됐다.

장편영화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본인의 의지도 있어야 하지만 주변 여건도 잘 갖춰줘야 하고.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
일단 시간이 제일 힘들었다. 음악 영화만 아니었어도 덜 힘들었을 텐데, 악기 연주에 퍼포먼스 위주라서 고생이 많았다. 한 신의 스토리 구성이 끝나면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하는 식이니까. 그런 것 때문에 시간이 좀 부족했다.

보통 신인 감독들이 데뷔작을 찍을 때는 욕심껏 많이 찍고 편집에서 많이 덜어내는 편인데, 그럴 여유조차 없었겠다?
많이 찍는 스타일이 아니다. 심지어 테이크도 많이 안 간다. 계획했던 것 외의 것을 찍으면 정리가 안 된다. 좀 더 새로운 것이 나오거나 좋은 것이 나오거나 그럴 수도 있는데, 나한테는 오히려 복잡해지고 불명확해지는 것 같다. 기존의 기승전결의 틀을 벗어나는 구도인데다가 캐릭터의 성격조차도 불명확하고, 스토리텔링도 없고, 커트의 변화와 음악만으로 보여주는 스타일이라서 생각했던 것만 찍자 싶었다. 사실 우리 영화가 어려운 건 아닌데, 이런 시도 때문에 관객이 불편해할 수 있는 영화긴 하다.

이야기로만 따지면 영화는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이미지나 소리로 로맨스의 분위기를 만들고 그런 과정에서 예술영화 같은 뉘앙스도 풍기는 편이다.
사실 이 영화에는 멜로 신이 하나도 안 나온다. 근데 신기하게 그런 종류의 음악과 분위기가 연출되니 멜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사랑에 관한 음악을 넣으면 인물들이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게 재미있다.

<요술>을 멜로영화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얘긴가?
그런 편이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것들을 숨겨놨다고 할까? 정우도 그렇다. 천재라는 설정이 들어갔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우를 한 번도 천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정황상 그럴 수도 있다 싶지만 천재에 관련된 어떤 요소도 넣지 않았다. 그 친구가 제대로 연주하는 모습이 한 번도 안 나온다. 본인 스스로 천재가 되고 싶어 하는 그런 캐릭터로, 그것을 통해 과시욕을 보여주고 싶었다. 명진의 경우는 청춘의 열등감을 그렸다. 실제 명진은 지은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정우와의 관계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거다. 그 좋아한다는 설정도 음악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느껴지도록 했다. 그리고 지은은 극단적이면서 아무하고도 소통하지 않는 청춘의 자화상으로 표현했다. 그렇게 세 명의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어떤 음악을 넣어주느냐에 따라서 이들의 관계가 사랑으로 정립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 무모함들, 오해들에 대한 것. 음악 역시 오해다. 음악을 통해 관객이 오해를 하게끔 만드는 거다. ‘그대 내 품에 안겨 사랑의 꿈 나눠요’와 같은 가사는 마치 지은과 정우의 관계를 의미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오해들은 애초에 ‘요술’이라는 시에서 나온 오해인데, 여러 상황들을 대사가 아닌 영상과 커트의 뒤바뀜, 음악 등으로만 표현하는 일종의 실험이었다.
결국 세 사람의 관계는 사랑이나 우정이라기보다, 청춘의 한 때를 대변하는 대변자인 셈이네?
보는 사람들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많다. 정우를 천재라고 상상하고, 명진을 라이벌이라고 상상하고, 명진은 지은을 사랑한다고 상상하고, 지은은 또 정우를 따라 죽은 거라고 상상하고. 근데 사실 그런 요소를 의도적으로 넣어 두지는 않았다. 이야기의 중간을 보는 사람이 상상해서 연결한 것이다.

세 사람의 이야기가 뚜렷하지 않아 오해를 일으킨다면, 그건 감정 자체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내용이 어렵지는 않은데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은 배우들이 감정을 끝까지 분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명확하게 감정을 처리하고 음악으로 마무리를 하니까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고 해석된 거다. 그게 목적이었다. 내가 답을 내는 게 아니라, 그런 불명확성이 모여서 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영화가 되기를 원했다. 가끔 영화의 메시지가 뭐냐는 질문을 받는데, 내가 그린 건 무모함, 청춘의 어리석음과 극단성, 뭐 이런 것들 속에서도 마음 한 켠 어딘가에 있는 그리움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처음 보는 관객은 여러 장치들을 놓치고 가는 일이 많을 거다. 하지만 다시 보면 그것들이 보일 거다.

오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영화에서 그렇게 상상하게끔 유도하는 여지들은 있었다. 정우만 해도 첫 연주에서 상대를 조롱하는 자신감은 천재처럼 보이는 요소니까.
자신감을 보여주고 싶었다. 친구들이 그 친구 앞에서는 기가 죽는 모습을 표현한 거다. 그런 거 있잖나. 청소년기에 일진들(웃음)한테 느껴지는 ‘아우라’가 같은 거. 근데 사실 실제로 싸우면 내가 이길 수도 있지만, 일단 그런 느낌들을 먼저 받으니까. 그런 걸 표현한 거다.

젊음이나 청춘이 무모하면서도 소통하기 힘든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건가?
영화 속 세 인물은 아무하고도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 지은도 선을 그어놓고 그 안으로 못 들어오게 한다. 그들은 대화로 풀려고 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중에 셋이 같은 방에 있는 장면에서도 각자 다른 얘기만 하잖나.(웃음) 그런 모습이 청춘이 아닌가 싶다. 그게 지나가면 그런 열정조차 없어져서 서글프기도 하지만, 어릴 때는 서로 나는 너한테 이랬다, 너는 나한테 이랬다 하면서 별것도 아닌 일에 오해를 사기도 하니까. 그냥 그런 상황을 예술학교에 대입한 것뿐이다.

본인의 경험이나 기억들을 영화 속에 녹여낸 건가?
지은의 성격에 내 모습이 조금 있긴 하지만 모든 이야기는 픽션이다. 전에 나는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판단해서 혼자 결정을 내리곤 했다. 모든 게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은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던 것 같다.
배우들에게는 멜로가 아니라 청춘에 대한 자화상이라는 감독의 의도를 잘 전달해줬나?
사실 배우들한테는 단순하게 생각하도록 유도했다. 내 의도보다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줬다. 대신 그 감정의 진폭보다는 적절한 선을 지키게끔 했다. 그리고 아카펠라 장면하고 정우가 죽었을 때만 크게 터지게끔 했다. 사실 자기들이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았다는 슬픔이 더 크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사랑의 아련한 기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니까. 지은은 한 번도 누가 첫 번째고 누가 두 번째라는 얘길 하지 않았다. 헌데 자기들끼리 첫 번째, 두 번째 악보를 정해서 서로 내놓으라고 다투잖나. 사실 그 악보는 우선순위가 아니라 같이 연주하자는 거였는데. 소통의 부재로 화합하지 못하고, 정우가 죽고, 지은도 죽은 거다. 정우는 지병으로 죽었다는 설정이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망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인상적인 부분은 대사의 순차적인 연결보다는 영상으로 정서를 보여주고, 시공간을 넘나들게끔 커트를 연결한 방식이다.
이야기를 따지는 영화가 아니니까 가능했다. 근데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방식이 아니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일단 불편함을 줄 수도 있으니까.

예술적인 표현방식이라는 평가는, 동시에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어제 VIP 시사회에 부모님이 왔다. 어머니는 “그 늙은 남자가 결국 그 남자잖아?”라고 사실 확인만 하셨고, 아버지는 “도통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웃음) 아버지처럼 TV 드라마 구조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런 영화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런게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습관 같은 게 아닌가 싶다. 과거 할리우드에서도 한 인물을 풀샷이나 미디엄샷 등 다양한 크기의 커트로 나눠서 보여주는 것이 상당히 낯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형식은 물론 <아바타> 같은 3D 영화까지 다 이해되고 수용되고 있잖나.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해도 빨리 받아들여지는 시대인 것 같다.

영화감독이라고 해서 테크니컬한 부분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런 부분에서의 어려움은 없었나?
그건 현장에서 충분히 배웠다. 대부분의 연기자들은 연출감이 있다. 어떤 커트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 연기자는 카메라와 가장 가까이서 소통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몸으로 체득된 부분이 많다. 물론 보다 기술적으로 들어가면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장단점 중에서 장점을 더 크게 보는 편이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책을 보고 따로 공부를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것들이 더 빠르고 정확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연기자가 스탭들보다 먼저 이해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연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연출을 해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작업할 때도 내가 커트를 계산에서 조감독님한테 주면 되게 신기해한다.(웃음) 연기자가 그런 작업을 하니까 낯설었던 모양이다. 연기자나 스탭이나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작업해도 연기자를 다른 부류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연기자들에게 기술적인 요소도 많이 익숙하다. 우리 배우들 역시 연출감이 좋았다. 특히 명진은 콘티를 보고 영상이 어떻게 나올 지 미리 다 알고 연기하더라.
하긴 연출자들 역시 연기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연기를 잘 하는 사람에게 장점이 있기도 하다.
맞다. 연출자들이 뭔가를 요구할 때 직접 연기를 해야 하니까. 보면 감독님들이 직접 연기를 하잖나?(웃음) 잠깐 감정에 빠졌다가 다시 연출자로 돌아오고 뭐 이런 거 재미있다.(웃음)

연기자 출신이기에 배우들과의 소통에도 장점이 있었으 것 같다. 연기뿐 아니라 서로의 입장도 잘 이해할 테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조심스럽기도 하다. 어떤 날은 내가 배우들한테 어떻게 하라고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내가 했던 걸 똑같이 하더라.(웃음) 그래서 다시 편하게 하라고 하고 말해줬다. 내가 잠깐 뭘 보여주면 그것 때문에 배우들의 생각이 닫힐 수도 있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현장에서 배우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나보다. 그대로 따라할 정도니.
내가 배우들을 신뢰했다. 내가 원하는 감정선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어떤 행동도 다 괜찮았다. 어차피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하면 감독이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나는 싫은 거 없으니 뭐든 생각대로 하라고 했다. 정말 나는 앉아서 보기만 했다. 배우들과 모든 스탭들이 이 영화를 만들어준 거다.

현장 진행 스타일이 어떠했을 거라는 그림이 그려진다.
풀어놓고 방치하는 스타일?(웃음) 어서 끝내고 술 먹자, 뭐 이런 분위기?(웃음) 밤새는 것도 싫어한다. 20회차 중에서 딱 세 번 샜다. 하루에 15~20신 정도 찍는 날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이 집중하는 시간이 따로 있잖나? 그 시간을 벗어나면 하기 싫어진다. 원래 현장에서 감독 빼고 모든 사람이 일찍 끝나길 바란다는 말이 있다. 결국 자기 영화라는 마음이 없다는 얘기다. 근데 우리 현장은 오히려 빨리 끝내면 스탭들이 더 찍자고 한다. 그런 분위기가 좋았다.(웃음) 스탭들 이용해먹은 기분이다.(웃음)

연기자 출신 감독이라는 선입견이나 편견 같은 것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감독이랍시고 겁나게 ‘똥폼’잡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척하고 그런 모습을 상상하고 현장에 왔을 텐데, 현장에서 막 퍼져 자고 이러니까.(웃음) 처음엔 되게 당황했다고 하더라. 도대체 감독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서.(웃음) 근데 즐겁자고 하는 일인데 괜히 ‘똥폼’잡고 그럴 이유가 없다. 가끔 조감독님이 “감독님, 생각은 하고 계세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즐거운 분위기로 일했다. 덕분에 우리가 하는 작업에 기력이 딸리지 않았다. 놀이에서 나오는 집중력이란 게 있잖나. 농담도 따먹으면서 편하게 일해도 흐트러지지는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프로들이라 지킬 선은 지킨다. 물론 현장에선 허허실실해도 밤에는 잠 못 자고 고민하느라 다크서클 엄청 생기고 그랬다. 하지만 현장까지 심각할 필요는 없다. 또 나는 밥시간에도 민감하다. 밥시간에 더 찍자고 하면 화낸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웃음)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는 공동 작업이 체질적으로 맞나 보다.
같이 어울려서 한 사람 왕따 시키는 거 잘 한다.(웃음) 매번 상대가 다르지만 제일 많이 당한 사람이 조감독님이다. 현장에서 둘이 제일 많이 싸우니까 모든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서 조감독님 왕따 시켰다.(웃음) 이번에 영화 끝나고 조감독님이 아이폰을 샀는데, 케이스를 사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청테이프로 칭칭 감아서 케이스라고 했더니 다시는 나랑 같이 안 한다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이번에 영화제 때문에 일본에 갔다 오는 길에 케이스를 사다줬더니 다시 하겠다고 하더라. 변덕쟁이다.(웃음)

그 전에도 소설이나 일러스트, 작곡 등 다양한 창작활동을 했는데, 영화는 어떤 점이 다른가?
영화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을 하거나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다 상관관계가 있는 것들인데, 영화는 그 모든 것들을 전부 할 수 있다. 사실 그 안에는 엉뚱한 게 없다. 글을 쓰고, 글에 맞는 콘티를 그리고, 콘티에 맞는 영상을 찍고, 영상에 어울리는 음악을 삽입하고. 영화는 모든 것을 한 번에 한다. 그걸 나눠놓으면 굉장히 멀게 느껴지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내가 여러 가지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난 그걸 한꺼번에 한 것뿐이다.

그럼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그 전부터 해왔던 건가?
딱히 그렇지는 않다. 원래 생각 없이 사는 애라서.(웃음) 근데 정승혜 대표님(영화사 아침 전(前) 대표로 2009년 5월 17일 별세)이 이것저것 막 시켜서 얼결에 하게 됐다. 정 대표님이 나한테 남다른 뭔가를 발견했다기보다 그냥 이쪽에 호기심이 있었는데, 불을 지피신 거다. 대표님이 써오라는데 써가야지 별 수 있나? 일주일 안에 뭐 써오라는 숙제를 내면 그걸 열심히 해서 가져가고 하다가 단편영화 써오라고 해서 써갔고, 콘티 그려 오래서 그려갔고, 그랬더니 찍으라고 했다. 뭐 시키는대로 해야지.(웃음) 갑자기 찍으래서 당황했지만 또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또 일러스트 작업한 거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갔더니 이 많은 걸 왜 집에만 두냐고 책 내자고 하셔서 책도 내고. 그냥 취미 활동인데 책까지 낼 수 있냐고 하니까 책은 팔리는 게 문제지 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다고 하더라. 뭐 그렇게 정 대표님이 나한테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숙제를 꼬박꼬박 해내는 것도 학생의 남다른 능력이 아닌가 싶다.
대표님이 해오라니까 어쩔 수 없이 했던 거지.(웃음) 그리고 많이 까였다.(웃음) 몇 년 동안 시나리오를 썼는데, 이게 무슨 시나리오냐고 발로 써도 더 잘 쓰겠다고 하더라.(웃음) 그러면서도 또 다른 주제를 정해주고 그랬다. ‘유쾌한 도우미’라는 제목도 정 대표님이 지어줬다. 그러다 대표님이 돌아가시고 장편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감독 구혜선에게는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것 같다.
그냥 살았어도 어떤 삶을 살았겠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좋은 어른을 만나서 좋은 길로 이끌어줬던 것 같다. 나한테는 은인이다. 그분 안 만났으면 이런 건 상상도 못했을 거다. 사람들은 연예인이기 때문에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단 그 분을 만났기 때문에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거다.

영화감독으로 데뷔를 잘 치렀는데, 계속 영화 작업을 할 계획인가?
너무 재미있었다. 결과물도 결과물이지만 사람들하고 함께 모여서 작업하는 게 좋았다. 그동안 누군가와 의견을 나누면서 무엇인가를 했던 일이 거의 없었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내 인생이 조금 바뀐 것 같다. 영화감독이라는 일을 계속 하고 싶고, 계속 할 거다.
연기자보다 감독으로서 더 많은 활동을 할 생각도 있나? 혹은 완전한 전업까지도?
감독을 한다고 연기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 연기가 연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 둘은 서로에게 필요조건이다. 뭐 하나를 그만두면 어딘가 부족해진다. 연기를 하면서 연출을 경험하고, 연출을 하면서 다른 연기자들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많이 느끼고 싶다. 굳이 두 가지 일에 선을 그어서 규정짓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내 영화에 출연하지는 않을 거다. <요술>에서도 잠깐 나오는데 죽는 줄 알았다. 어찌나 놀려대던지.(웃음)

이번에는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맡기도 했다. 소속사에서는 연기자 외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다른 얘기는 없나?
내다버린 것 같다.(웃음) 다행스럽게 사장님이 나랑 성향이 비슷하다. 딱히 묶어두지 않는다. 나는 평소에도 스케줄 없을 때는 매니저랑 절대 같이 안 다닌다. 매니저는 매니저의 삶이 있고, 나는 내 삶이 있는 거 아닌가? 일할 때는 직장 동료지만, 내가 은행가고 뭐 이런 것까지 함께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무슨 집사도 아니잖나.(웃음) 그런 거 너무 싫다. 근데 사장님이 그런 내 성향을 존중해 준다. 개인 라이프스타일이니까. 일도 마찬가지다.

장편으로 데뷔를 마친 감독 구혜선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가 있나?
소통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음악, 미술이 어떤 상상의 단편이라면 이게 섞여서 하나의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 영화다. 시각, 청각처럼 단편적인 것이 아닌…, 요즘은 3D도 나오는 세상이잖나? 영화야말로 전체적인 소통의 장이다. 말이 아닌 다른 매개체로서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 방법이다.

다음 작품은 빠른 시일 내에 볼 수 있나?
벌써 하나 써놓긴 했다.(웃음)

역시 일을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하는 스타일인가 보다.
머슴이다. 머슴.(웃음)

2010년 6월 24일 목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10년 6월 24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43 )
fadkim
인생을 참 즐기면서 즐겁게 사는듯   
2010-06-24 21:58
kooshu
얼굴은 이쁘지만   
2010-06-24 21:26
kwyok11
장편감독으로 데뷔   
2010-06-2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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