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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벌써 김대출을 잊으신 건 아니죠? 정재영
2006년 5월 5일 금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6개월 만에 다시 만난 정재영은 얼굴에 숯검정을 해 가지고 나타났다. 촬영 중 부상으로 인해 발에 깁스를 하고 약속장소에 늦게 나타난 게 못내 미안했는지 특유의 애교만점 웃음으로 다음영화 촬영 때문에 태닝했다고 자초지종을 굳이 설명한다. <마이캡틴, 김대출> 홍보 때문에 부상에도 불구하고 쉴 새 없이 장소를 이동해가며 살인적인 인터뷰일정을 소화하는 그가 왠지 안쓰러워 보인다. 배우라는 게 연기만 잘한다고 배우가 아님을 몸소 증명하는 그의 고단한 육체에서 묵묵히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온 배우의 그늘이 엿보이기도 했다.

단 두 번, 인터뷰를 핑계로 만나 본 정재영은 매우 소탈한 사람이다. 2시간의 만남으로 그에 대해 가타부타 정의를 내리기는 섣부른 감이 없지 않지만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정재영만의 깐깐함은 그의 나이를 무색케 만드는 귀여움을 동반함을 본인은 잘 모르나 보다.

수많은 단역과 조연을 거쳐 주연배우의 반열에 올랐지만 정재영은 이번 영화 <마이캡틴 김대출>에서 처음으로 아역들과 호흡을 맞췄다. “애들하고 술 먹으면서 영화에 대해 의논할 수도 없어 난감했죠. 아역배우에겐 사실 논리적인 설명보다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우선이어요.” 도굴꾼 김대출은 우스운 이름에 비하면 무척 어두운 인물이다. 정재영은 지금까지 자신이 연기해 온 캐릭터 중 가장 무거운 인물이라며 영화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간다.

김대출은 순수하고 맹랑한 두 꼬마를 만나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고 타인의 상처를 보듬어 안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변모해 나간다. 정재영은 영화제목이 김대출이지만 사실, 주인공은 애들이라면서 자신은 쭈욱 따라가는 연기만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영화는 사람냄새 나는 정재영의 인간표 연기에, 실상 많은 것을 기대고 있었다. “영화가 얘기하려는 부분은 어느 정도 살아서 만족하지만 편집, 음악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이 영화가 애초부터 갖고 있는 미덕이 좀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어 아쉽다”

이름 모를 수많은 단역들과 더불어 독불이, 만택이, 뭐시기, 동치성 등 그가 거쳐 온 캐릭터의 이름들은 하나 같이 특이하면서도 인간미가 묻어난다. 저 이름들이 말하듯, 정재영은 언제나 우리의 삶에 가장 가까운 근사치의 연기를 선보이며 서민적인 연기로 대중에게 다가섰다.

“아이들의 액션을 부각시켜야 하는데 정재영의 리액션을 부각시킨 면이 있죠.”

솔직한 답변들에선 자신의 영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 공격적인 질문을 한 상대에게 괜스레 일말의 죄책감을 안겨준다. 사실, <마이캡틴, 김대출>에서 정재영이 연기변신을 시도한 것은 아니다. 단지 아이들의 정서나 따뜻한 기운이 주가 돼야 하는 영화인데 정재영의 연기에 그런 부분을 너무 많이 기댔다는 게 조금 서운할 뿐이다. 그렇다면 정재영이 주되게 요구받는 연기, 즉 캐릭터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 동안 정재영은 강하고 억센 인물부터 순하다 못해 어리버리한 인물까지 다양한 연기스펙트럼을 자랑했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정재영 본연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간미가 묻어있다는 점에서 그의 배우이력은 의외로 간단하게 설명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갖고 있는 주된 이미지는 있어요. 제가 갑자기 꽃미남과로 틀어서 연기는 할 수 있겠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이미지가 고착화되기 전에 한번 씩은 변화를 줄 필요성도 있고”

자신의 이미지가 서민적이고 루저급에 가깝다고 말하는 정재영의 솔직한 모습은 꽃미남이 대세인 이 시대, 이런 연기의 진폭을 가진 배우는 사실 희귀종에 가깝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그는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에서 ‘동치성’으로 그간 <피도 눈물도 없이>의 독불, <실미도>의 상필로 쌓인 마초이미지를 단번에 쇄신했다. 영화계의 재간둥이 장진 감독과 정재영은 연극무대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신하균과 함께 장진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정재영은 ‘김대출’ 다음 작품으로 일찌감치 장진 감독의 신작 <거룩한 계보>를 점찍고 지금 한창 촬영 중이다.

감독과 배우가 서로의 스타일에 대해 너무 잘 안다는 것, 그 감독의 특징과 장기를 배우가 미리 알고 있다는 것, 저 배우가 가진 점을 자신의 영화 안에서 충분히 살려낸 감독 등, 장진과 정재영의 관계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서로가 서로를 만났을 때, 최대치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선 말이다.

“<아는 여자>가 <달콤, 살벌한 연인> 이상으로 굉장히 좋은 영화였는데 여러 요인으로 큰 흥행은 못한 작품이어요. 사실 이나영 때문에 보려고 마음먹었다가도 옆에 서 있는 제 모습에 쟨 누구야? 이러면서 영화를 안 봤겠죠. 그런데 DVD나 비디오로 보니깐 영화가 좋거든. 그래서 강한 이미지로만 알려진 제가 멍청하면서도 웃긴 캐릭터가 가능하단 걸 알아주신 것 같아요”

장진 감독은 <아는 여자>로 트렌드의 공식을 깨트림과 동시에 새로운 트렌드 멜로의 공식을 구축했다. 정재영은 그 안에서 전과는 다른 역할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고 그것의 성공과 더불어 여성 팬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저하고 장진감독하고 코미디적인 면에서 궁합이 잘 맞아요. 장진식의 코미디 코드를 젤 잘 이해한다는 사람 중에 한 명이죠”

그는 장진과의 작업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답하면서도 감독과 영화, 영화와 배우에 대한 포괄적인 의견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낸다. 빙그레 웃는 모습과 담배를 집은 크고 섬세한 손길에선 정재영이 현장에서 어떤 모습일지 짐작가능하게 한다. 사실, 정재영의 진가는 장진 감독의 영화에서 증명됐다. 이 말은 장진감독만큼 배우 정재영을 잘 요리한 감독도 없다는 소리일 게다. 사람들은 장진의 영화에서 투박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한 배우를 발견하고 앞 다퉈 그 이미지를 자신들의 영화에 녹여내고 확장해 갔다. 다만 장진이 끄집어 낸 그 배우의 본질은 변함이 없었을 뿐.

“장진 감독의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세기 때문에 여기서 더 웃기려고 하면 현실성이 딱 없어져 버려요. 그래서 나는 최대한 거꾸로 가려고 하는 거죠.”

극단적인 캐릭터들이 많아 상황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치닫는 장진 영화는 관객이 그 흐름을 놓쳐 버리면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영화로 치부 받을 수 있다. 장점이자 단점인 장진의 유머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들어지기보다 이미 시나리오에 쓰여 있는 경우가 많다. <아는 여자> 촬영 당시에도 이건 무조건 멜로다, 최대한 웃기지 말고 진지하게 가야지 캐릭터의 효과가 극대화 돼서 나온다고 말하고 그렇게 연기했다고 정재영은 말한다. 한 감독과의 여러 편의 작업은 대중에게 신뢰감과 재미를 보장하는 보증수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감독이 그 배우에게 원하는 면이 한정되어 질수 있기에 매너리즘에 빠질 확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졍재영은 그 같은 우려에...

“답습하고 반복할 수 있겠지만 그저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해서 질리지 않게 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죠”

한 작품씩 해나갈 때마다 정재영의 연기내공은 높아만 간다. 영화의 만듦새와는 상관없이 언론과 대중은 그에게 신뢰를 보냈고 정재영은 꾸준히 스크린에 자신을 담아 관객에게 화답했다. 정재영의 이름이 많이 알려지면서 2~3년 동안 그의 영화를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근대 그게 본의 아니게 오해를 불러일으켜 그를 당혹케 만든다고 한다. 2년 동안 3편정도 개봉할 수 있게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쉼 없이 작품을 찍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을 주위에서 요즘 자주 듣게 돼, 억울하단 게 그 사연의 요지였다.

“배우가 2년 동안 3편정도의 영화를 개봉 시키는 게 가장 좋다고 봐요. 물론 그 중 2편은 흥행적인 면에서나 작품적인 면에서 어느 것 하나는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기본 전제조건이긴 하지만”

연기를 한 지는 오래됐지만 정재영이 빛을 보게 된 시기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정재영은 스타에 대한 꿈보다, 배우인 지금에도, 배우로서의 삶을 꿈꿨을 거다. 조금 오래 걸려도 배우로서의 자존심만은 지키고 사는 정재영을 생각하면서 그는 가장 오래 배우로서 남는 방법을 선택했다. 조금 남보다 돌아가더라도, 설사 그 길이 어렵고 힘든 길이라도 말이다. 그래서 일까? 지금도 모자 쓰고 길거리를 나서면 정재영을 알아보는 이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사람 좋아 보이는 옆집오빠, 아저씨 같은 스타일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연기) 이외의 활동엔 전혀 모습을 비추지 않는 그의 고집스런 배우론이 가장 큰 이유일 게다.

“저는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분명 잃는다고 생각해요”

배우가 나이를 먹어 갈수록 대중과 팬들은 떠나간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대중의 입맛에 휩쓸려 배우생활을 단축시키고 싶지 않다는 정재영은 작품적으로 자신을 찾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래야만 나이가 들어 더 깊이 있는 연기력을 가졌을 때, 단지 인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영화를 못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말이다. 그의 바람처럼 10년이 지나도 우린 커다란 스크린 안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정재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우리가 그의 이름 ‘정재영’을 잊어도 그의 잔상은 강렬하니깐.

취재: 최경희 기자
사진: 권영탕 사진기자

정재영의 깜찍한 표정이 단연 압권!인 포토갤러리에 놀러갑시다~

10 )
kshs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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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5 16:32
nhnbc89
정재영씨 다음 작품이 궁금합니다..앞으로 더욱 가능성이 더 많은 배우라 늘 기대   
2006-05-0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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