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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력은 호기심, 교집합은 유머 <메기> 구교환
2019년 9월 27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간호사 여친을 오토바이로 배웅 나가는 백수 청년, 아기자기 알콩달콩 동거 생활을 영위 중이다. 도시 곳곳에 거대 싱크홀이 생기자 위기는 곧 기회였던가. 청년이 단기지만 일자리를 얻어 열심히 일하던 중, 여친이 그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기 시작한다. 영화 <메기> 이야기다. 그간 트렌스젠더, 헬조선 타파에 나섰던 청년 등 다양한 얼굴로 대중 앞에 섰던 구교환이 이번엔 의심하는 동시에 불신의 대상이 된 젊은 청년 ‘성원’으로 관객을 찾는다. 주연뿐 아니라 <메기>의 제작과 프로듀서 공동 각본으로 참여한 그를 만났다.

<우리손자 베스트>(2016)의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에 열중인 청년 백수, <꿈의 제인>(2016)의 신비한 여성 ‘제인’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메기>에선 간호사 여친을 둔 공공근로 청년 ‘성원’을 연기한다. 캐릭터 소개를 부탁한다.
그는 매우 얼굴이 많은 인물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단기직이라도 열심히 일하는 청년, 여친을 마중 나가고 힘들 때 위로해주는 자상하고 다소 철없어 보이는 남친 그리고 어떤 때는 남을 지독하게 의심하는 등등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주로 독특한 캐릭터, 어찌 보면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인데 어떻게 그 인물화 되는지.
연출자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시나리오를 열심히 파는 편이다. 굉장히 스탠다드하지?(웃음) 작가가 이야기를 쓴 의도와 연출자가 나를 캐스팅한 이유를 파고든다. 영화에 있어 시나리오는 지도라고 생각하고 또 감독에서 쓰임 좋은 배우가 되고 싶거든.

<메기>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14번째 작품으로 이옥섭 감독과 당신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주연뿐 아니라 각본과 제작에도 참여했다.
이옥섭 감독과는 2013년 배우로 참여하면서 처음 만났는데, 사실 그 이전에 이 감독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연출자가 너무 궁금하던 참이었다. 정서가 있는 아이디어, 즉 아이디어에 내러티브가 있는 분이다. 이후 배우로 또 불러 줬고 편집 등 공동작업을 했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로 그는 연출을 나는 프로듀서로 역할 분담했다.
 <메기> 스틸컷
<메기> 스틸컷

<메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믿음으로 보인다. 상대의 말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다 그 의심이 해소된 후 미안해하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메기’의 시선에서 바라본 게 매우 독특하고 참신하다.
우리 영화를 좋게 봤다면 영화를 만들 때 당시의 에너지가 제대로 전달돼서일 거다. 이옥섭 감독의 진지한 서사인데 단지 표현 방법이 새롭다 보니 독특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만약 진지하게 만들었다면 힘에 부쳐 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잘하는 방식으로 한 게 주요했다고 본다.

에너지 전달에 제대로 성공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 등 4관왕에 올랐고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제14회 오사카 아시안필름페스티벌 대상을 수상했다. 우문이지만, 이 정도 호평을 예상했는지.
연기할 때의 태도와 비슷한 것 같다. 상을 받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듯 수상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지나고 보면 우리가 재미있게 만들어야 영화가 잘 나오고 또 관객들이 좋아하시더라. 연기도 마찬가지인 게 내가 즐기면 관객이 이에 호응하신다.

만든 입장에서 아쉬운 점도 뿌듯한 점도 있을 것 같다.
편집된 장면, 대사나 동선 등등 당연히 아쉬운 점은 있는데 일단 영화를 무사히(?) 잘 만들었다는 데 만족감이 크다. 이옥섭 감독과 나 둘 다 첫 장편이기에 의미가 있다. 연출한 그도 프로듀싱한 나도 모두 잘했다.
 <메기> 스틸컷
<메기> 스틸컷

프로듀싱하면서 주안점은.
시나리오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 4월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제안을 받았고, 12월에 크랭크업하는 게 미션이었다. 제로인 상태에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음에도 이 감독이 완성한 시나리오가 아주 좋았다. 해외 영화제에 갔을 때 한 기자가 와서 우리 영화는 오리지널이라고 표현하면서 발상과 기획을 궁금해하더라. 신기했나 보다. (웃음)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 시나리오가 지닌 톤앤 매너를 그대로 옮기고자 했다.

극 중 여자친구인 ‘윤영’역의 이주영 배우와 연인 호흡이 좋더라. 투닥투닥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이) 주영이는 현장에서 순발력이 매우 뛰어나다. <꿈의 제인>(2016)에서 내 딸로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 굉장히 편하고 잘 맞았다.

이야기하다 보니 문득 학창 시절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해진다.
학년마다 달랐다. 조용하게 보내기도 하고 앞에 나서서 재미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대체로 유머에 욕심 있는(내는) 학생이었던 것 같다.

유머라..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의 교집합이 유머인 것 같다. 넘치지 않는, 정량의 유머를 담고 싶은 바람이 크다. 또 내가 선호하는 유머가 있는데 그 점에서 이 감독과 코드가 잘 맞더라.

언제부터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했나.
고3때였다. 가장 큰 이유는 호기심이었다. 그것만으로는 진학할 수 없으니 삼수를 하긴 했지만, 배운 게 많은 값진 시간이었다. 지금도 시나리오를 읽고 인물과 이야기가 궁금한가, 이게 중요하다. 만약 호기심이 사라진다면 계속 연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간 단편 연출 작업을 꾸준히 해왔는데 장편에 대한 욕심은 없나. 또 제작비 충당은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단편만의 미학이 있기에 결코 장편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질의 콘텐츠만 있다면 유튜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제작비를 마련할 수 있을 거로 본다. 만약 안 된다면 다른 활동, 가령 연기 등을 통해 조달하면 된다.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몇 가지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 얼마전 이 감독과 함께한 단편 <세마리>(2018)는 대단한 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됐고, 운영 중인 유튜브에 올릴지는 아직 결정 못했다. 또 연상호 감독의 <반도>에 ‘서대위’로 출연한다. 사실 큰 계획을 세우지 않는 편이다. 내가 출연한 영화나 연기를 누군가 보고 연락 와 캐스팅되고 그 결과물이 다음 기회로 이어지는 식이었다. 지금은 <메기>에 집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메기>를 볼 예비 관객께 한마디!
“웰컴 투 이옥섭 월드”! 낯설고 이상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재미없지는 않으니 즐겨 주셨으면 한다.


2019년 9월 27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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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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