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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는 것보다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마차타고 고래고래> 한지상
2017년 5월 24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한지상은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게 중요하지’ 라는 말을 평소 좋아하지 않는다. 잘 하는 것은 그를 보는 사람의 평가에 따라 달라지지만 열심히 하는 것은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기 때문이다. 뮤지컬에서 다양한 역할로 관객과의 만남을 가져왔지만 영화는 이제 시작이다.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고 고백하는 한지상. 이번 <마차타고 고래고래>를 통해 영화에 대해 배우고 영화 관련 숙제를 많이 받았다. 그리고 이제 마음껏 열심히 그 숙제를 하려한다.

첫 주연 영화로 언론시사회를 했는데, 느낌이 어땠는지.
많이 떨리고 부끄러웠다. 손가락 틈 사이로 영화를 보기도 했고. 그걸 견뎌내야하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 무엇보다 스크린을 통해 보이는 내 모습이 크다보니 드라마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부끄러운 이유가?
당연히 많이 부족해서다. 비중이 큰 역할이었는데 내가 제대로 살렸나 싶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느끼지 못 할지 몰라도 내 스스로는 잘 아니까 말이다.

이탈리아 영화 <이탈리아 횡단밴드>(2010)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을 봤는지.
보긴 했는데 사실 가물가물하다.

시나리오를 읽은 후 첫 느낌은.
처음 든 생각은 나와 ‘민우’(한지상 분)는 너무 다르다 였다. 극 중 ‘민우’는 신중하고 하나하나 계획하는 아주 꼼꼼한 성격이다.

상반된다면 당신 성격은 신중하지 못하고... 덤벙댄다는 건가? (웃음)
음..’민우’보다는. (웃음) 내 성격은 평범한 편이다. 그렇게 매사를 깐깐하게 계획하지 않는다. 또, 그보다는 급진적이고 즉흥적이라고 할까. 감성적이고 감정의 기복도 있는 편이다.
그러면 극 중 네 친구 중에서 누구와 가장 비슷할까?
어려운 질문인데, ‘호빈’(조한선 분)과 ‘병태’(김재범 분) 중간 정도.

‘민우’와 너무 다름에도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음악 영화라는 쉽지 않은 장르를 우리나라에서 선을 보일 수 있다는 게 굉장한 가능성 이라고 생각했다. 또, 음악이 중요한 건 물론이고 무엇보다 보컬의 임무가 막중하다. 그렇기에 더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도 있다.

‘민우’를 표현함에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은.
민우가 이성적이고 차가워서 분위기가 경직돼 보일 수 있기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힘을 빼려 했다.

감독님과 어떻게 인연이 됐는지.
공동제작을 맡았던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와 이전 작품을 통해 인연이 있었다. 그렇게 연이 돼서 함께 하게 됐다.

함께 작업하면서 지켜본 안재석 감독님은 어떤 분인가.
내가 보기에 민우는 감독님 그 자체다. 성격도 상황도 비슷하다. 감독님도 강의를 하시면서 기회를 기다리다 이번에 입봉하신 거 아닌가.

감독님과 호흡은 어땠나.
감독님은 ‘민우’ 처럼 아주 꼼꼼하시다. 처음에는 뮤지컬 공연시 연출자와 소통하는 법과 촬영장에서 감독님과 소통하는 법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다 보니 잘 듣고 잘 표현하니 소통이 되더라.
영화에 앞서 뮤지컬 <고래고래>로 관객을 먼저 찾았다.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점이 있다면.
장르가 요구하는 포인트의 차이다. 영화가 훨씬 더 사실적이어야 한다. 뮤지컬은 관객이 앞에 있기에 관객과 호흡해야 하는데 영화는 카메라와 호흡한다고 할까.

언뜻 생각하기에 영화는 재촬영을 할 수 있어서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지 않더라. 실수를 해서 다시 촬영해도 어차피 마지막 테이크는 성공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민우’는 결국 음악을 포기하는데, 음악을 계속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의 결정에 공감되나.
그건 좀 다르다. 내가 뮤지컬 배우라고 해도 솔직히 음악을 업으로 한다는 느낌은 없다. 그래서 뮤지션의 마음을 잘 모른다. 굳이 구분한다면 뮤지컬은 음악보다는 배우에 더 근접하다고 본다. 하지만 ‘민우’가 다른 일하다가 어릴 때 꿈꿔왔던 것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점에는 십분 공감이 되더라.

혹시 이행하지 못한 어릴 적 약속이 있는지.
정말 어릴 때는 피아니스트와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음... 대통령은 거리가 너무 멀고 피아니스트는 그래도 좀 비슷한 분야인 건가.
피아노를 오랫동안 하다가 힘들어서 그만뒀다. 그런데 그때 기른 감성이 지금 많이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영화로는 신인이라 할 수 있다. 경험이 많은 조한선이나 박효주와 함께 작업해서 도움이 됐겠다.
그들이 일단 편안하게 해줬다. 그리고 그들이 펼치는 연기가 무언의 조언이라할까. ‘아 내가 이렇게 연기하면 상대는 이렇게 받아주는구나’ 하고 알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 네 친구들의 이야기니만큼 상대역과의 케미가 중요하다. 호흡은 어땠는지.
잘 맞았다. 네 친구들, 그러니까 조한선, 김신의, 김재범 그리고 나. 그 중에서 내가 막내인데 너무 편하게 대해줘서 아주 재미있게 촬영했다. 단지 나 자신에게 있어서는 남겨진 숙제가 많다.

숙제라, 아까 얘기했던 부족한 부분 말인가.
맞다. 영화적 숙제가 많이 남았다. (웃음)

숙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숙제 방법은.
나한테 남겨진 숙제는 결국 카메라와 친해지기가 아닐까 한다. 카메라가 처음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카메라와 친해지기 위해선 이것저것 해봤지만 경험밖에 없는 거 같다.

그렇다면 촬영 후반부로 갈수록 편해졌겠다.
어느 정도는. 익숙해질만하니 촬영이 끝나서 아쉽기도 하더라. 다른 사람은 알아채지 못할지 몰라도 나는 그 변화가 느껴지더라.

함께 도보 여행하는 당나귀 ‘짱이’ 도 너무 귀엽더라. 분위기를 더 평화롭게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하던데, 관련 에피소드는.
음... 실제 귀엽지만은 않다. 에피소드는 너무 세서 말로 하기가 힘들다. 지역 지역 다니며 그 풍경을 보는데 언제 이렇게 다닐 수 있을까 싶더라. 또, 우리가 실제로 버스킹을 했고, 카메라가 있고 없고의 차이지만, 그래서 참 재미있게 작업했다.

극 중 ‘몽니’의 노래를 부르는데, 원곡자인 김신의 앞에서 부른 기분은.
쉽지 않았다. 사실 뮤지컬에서 형(김신의)의 노래를 부를 때 세 키를 낮춰 불렀다. 한 키도 아니고 세 키 말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원곡에 가깝게 부르긴 했지만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한 거다. 그 정도로 형은 ‘홍대의 미친 성대’다. (웃음) 너무 잘 부른다.

노래 연습은 얼마나 했는지.
계속 했다. 다행히 노래가 너무 좋아서 연습을 하면서도 행복하더라.

음악이 참 싱그럽더라.
신의 형이 너무 잘 만들었다. ‘몽니’ 음악이 원체 좋다.

직접 부른 노래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뮤지컬에서는 ‘소년이 어른이 되어’, 영화에서는 마지막 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뮤지컬에서 드라마와 영화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원래 전공이 연극과 영화다. 하다보니 뮤지컬 활동에 집중하게 된 것일 뿐. 연기는 학창시절부터 공부했던 거다. 뮤지컬 배우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노래도 참 잘 부르더라.
감사하다.

미혼인 걸로 아는데 연관 검색어에 ‘한지상 결혼’ 이렇게 뜨더라.
소처럼 일하는 배우한테 다 그렇게 검색어가 뜬다. (웃음) 그게 이번 영화에서 결혼하는 장면이 나와서가 아니다. 소처럼 일하기 시작한 한 4년 전부터 그렇게 떴다. 소처럼 일하는 배우한테는 이상하게도 결혼 검색어가 꼭 뜨더라.(웃음)

정말 소처럼 일하고 있는 건가.
물론이다. (웃음) 최근에 조금 쉰 거고 계속 일만 했다.

지금까지 작품 중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은.
음... 뮤지컬에서는 <지저스>와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드라마는 두 편을 했는데 그래도 첫 작품인 <장미빛 연인들>(2014)이 기억에 남는다.

이유는.
아마 <지저스>와 <프랑켄슈타인>에서 내 장점이 가장 잘 발휘되지 않았나 싶다. 내가 가진 것을 최대치로 뽑아낸 작품이었던 거 같다.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은 뭘까.
내가 그렇게 막 고생하며 자라지는 않았는데 가슴에 응어리가 많다. 그걸 발산할 여지가 있는 캐릭터가 나에게 잘 맞는다. 평범하기보다는 어딘가 불안정한, 결핍된 인물이라고 할까. <지저스>의 ‘유다’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일반적인 인물은 아니지 않나.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거리가 많았다.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좀 전에 얘기했듯 평범한 역보다는 평범하지 않은 역을 하고 싶다. 나 자신이 평범한 성격은 아닌 거 같다. 그렇다고 내가 잘났다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 달라!(웃음) 단지 마이너 성향이 강하다고 할까. ‘유다’와 괴물도 마이너한 인물 아닌가. 그래서 애착이 더 가는 것도 있다.
평소 영화는 많이 보는 편인지. 최근 흥미있게 본 영화가 있다면.
굉장히 좋아한다. 최근에 <히든 피켜스>를 너무 좋게 봤다. 그리고 <프리즌>도 재미있더라. 아, 그리고 최근에 <파이란>(2001)을 다시 봤는데 정말 눈물 나더라.

오, 나도 <파이란>을 좋아한다!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예전에 볼 때도 최민식 선배가 연기를 너무 잘한다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단순히 잘 하는 정도가 아니더라. 또, 장백지도 진짜 명배우다 싶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 사실적이더라.

영화 얘기로 돌아가서 본인이 ‘민우’라면 그런 선택을 할까?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미루면서까지 락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도보로 여행을 하는 거 말이다.
못한다. (웃음) 그럴 거면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지! 결혼을 나중에 하면 되지 않나! 일부러 속 썩이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사실 이 문제로 감독님과 옥신각신 말이 많았었다. 개연성이 너무 없지 않냐 이러면서. ‘민우’가 제일 모범생인척하는데 사실은 가장 이기적인 거 아닌가.

감독님은 그럼에도 결혼하고 가야 한다고 하셨나.
음... 감독님은 그래도 어릴 때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셨다.

극 중 ‘민우’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만능일 거 같다. 실제로 피아노 말고 악기를 잘 다루는지.
하나의 악기를 다룰 줄 알면 그 친숙함으로 다른 악기도 잘 다룰 수 있을 거 같긴 하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피아노 말고 다른 악기는 못 다룬다. 일단 영화 숙제부터 하고 도전하려 한다.

평소 좌우명이 있다면.
평소에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해야 한다’ 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열심히만 하려고 하지 말고 잘해라 이렇게 말하지 않나. 그게 개인적으론 와닿지 않더라. 왜냐하면 잘하고 못하고는 관객들이 결정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략은 필요하다. 전략적으로 열심히 달려야 한다고 본다.

현재도 전략적으로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는 건가. 마치 ‘소처럼’ 말이다. (웃음)
맞다. 소처럼 일하는 중이다.(웃음) 난 정말 ‘민우’와 너무 다르게 극단적인 면이 있다. 그래서 일할 때는 소처럼 하는데 한 번 쉬면? 혹은 놀면? 너무 게을러진다. 그렇기에 고삐를 세게 쥐고 있는 거다. 그리고 점점 더 시간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무슨 의미냐면 30대 중반, 지금이 가장 열정적으로 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게으름 피우며 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순간이다. 그래서 꾀가 날 때 마다 나 자신한테 다짐하곤 한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자고 말이다.

한마디로 열심히! 전략적! 이게 좌우명이다.
그렇지. 열심히 하되 인위적으로 잘하려하진 않는 거? 잘하려고 하는 게 티가 나면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더라. 아마 이번 작품에서도 그 모습이 보였을 거다.
연기한다는 거, 그러니깐 배우란 뭘까.
음, 연기는 미친 짓이다. (웃음) 지금 내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해야 하지 않나.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말이다. 뮤지컬보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더 어려웠던 점이 자신의 동공에까지 감정을 이입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어떤 면에선 정서적으로 안 좋을 수도 있는 굉장히 힘든 작업이다. 내가 정말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있음에도 무대 위에 올라 가 두 시간 이상을 웃어야 한다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또, 기분이 너무 좋은데 좌절과 우울, 눈물 등 어두운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도 있다. 자신의 감정에 반한 연기를 하기 위해서 얼마나 정서적으로 다스려야 하고 감정의 다이어트를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이 어렵지만 관객이 공감해줄 때 느끼는 쾌감은 상상 이상이다.

정서를 다스리는 방법이 있다면.
영화에선 아직 모르겠고 공연에 있어서는 아주 작은 거리라도 하나 찾아 확대 재생산 한다. 예를 들면, 일어나기 너무 싫은 날이 있으면 ‘지금 근육통도 심하고 목 상태도 최악인데, 좀 이따 괴물 연기해야 하잖아.’ 이런 식으로 그 감정을 오히려 더 극대화하는 거 같다. 일상생활에 있어서 그런 사소한 감정을 찾아보면 아주 많다. 그렇게 나를 자극한다고 할까. 관객들은 돈, 시간, 에너지를 투자해 오시는 거 아닌가. 헛걸음하게 할 수 없다. 또, 막상 무대에 올라서면 언제 힘들었지 할 정도로 재미있다. 그런 경험들이 다 있을 거 같다. 당신도 기자로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지만 하기 싫은 순간도 있지 않나? 그럴 거 같은데?

음... 그래서 기사를 미루다 쓰기도 한다. 그런데 공연은 미룰 수가 없는 거 아닌가!
그런 면에서 좀 빡세긴 하다. (웃음) 딱 정시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거. 그런데 순간 편하자고 내 커리어를 망칠 순 없으니까. 또 막상 일하면 재미있고 말이다. 순간 엄습하는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지만 않으면 된다.

감정과 에너지 소비가 큼에도 계속해서 공연을 하고 연기를 하게 하는 원동력은.
내가 누군지 증명해 주는 거 같다. 나 자신에게도 관객분들에게도 말이다.

빡센 공연 하다가 이번 영화 촬영하면서 힐링이 됐겠다. 경치가 원체 평화롭더라.
진심으로 그랬다.

휴식할 때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빈말이 아니고 정말로 집에서 영화를 많이 본다.

관객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다른 대작들의 경향처럼 우리 영화는 흘러가지 않으니 편한 마음으로 보시길 바란다.

향후 활동 계획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뮤지컬 공연이 잡혀있다. 제목은, 아직 안 정해져서, 나중에 알려 주겠다. (웃음) 영화는 아직 정해진 게 없고 오디션을 보려 한다.

최근 기쁜 일이나 인상적인 일이 있다면.
요즘 이런 생각을 한다. 무슨 일을 하건 배울 거리가 분명 있구나 하고. 이런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지금 인터뷰 하는 순간에도 나는 배우고 있다.(웃움) 그리고 이번 <마차 타고 고래고래>를 통해서는 영화에 대해 많은 걸 배웠다.

2017년 5월 24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제공_워너비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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