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본격적인 연기 인생 2막의 시작 <밤의 여왕> 김민정
2013년 11월 11일 월요일 | 서정환 기자 이메일

<밤의 여왕>이 개봉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 나와서 아쉬울 것 같아요.
저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서 사실 저는 만족스러워요. 물론 욕심을 내자면 흥행까지 따라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거기까지 제 몫은 아닌 것 같고요. 운과 여러 가지 것들이 따라줘야 하잖아요. 괜찮아요(웃음).

<밤의 여왕>의 희주는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건 알겠지만, 선택하는데 있어 다른 이유가 있진 않았나요? 어떻게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됐나요?
본의 아니게 그동안 대중들에게 단면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안에도 다채로운 모습들이 있는데, 그걸 보여줄 작품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밤의 여왕>은 스스로 기회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죠.

영화 출연이 그동안 활동해 온 기간에 비해 많아 보이지는 않아요.
맞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가요?
전혀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배우가 되는 게 목표였고, 여전히 꿈이기도 하거든요. 그 시기에 어떻게 연이 돼서 하게 된 정도지, 다른 이유로 드라마를 더 많이 하게 됐던 건 아니었어요. 앞으로도 드라마를 더 하겠다, 영화를 더 하겠다, 제가 구분 지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저는 영화 쪽에 더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서 왜 그렇게 됐는지 저도 의아해요(웃음).

많은 관객들이 아역 시절부터 김민정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왔잖아요. 20대 초반에 <버스정류장> <발레교습소>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물론 교복을 입고 나오는 캐릭터이긴 했지만(웃음), 성인 연기자로서 김민정에 대한 기대는 더 커졌던 것 같아요. 아역 배우의 이미지를 벗고 더 화려하고 이슈가 되는 것들을 추구할 수도 있을 만한 위치에 있던 친구가 연기에 더욱 집중하려는 자세가 엿보이는 작품을 선택했고, 그래서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많은 걸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음란서생> 이후 출연이 뜸해졌던 거죠.
맞아요. 영화도 뜸했지만 그때는 드라마도 드문드문했죠. 그때가 제 연기 인생에서 정체기였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그렇다고 특별히 연기에 큰 회의가 들었다기보다는 삶과 부딪혔던 것 같아요. 너무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했잖아요. 사회가 어떤지 몰랐다가 그때 많이 부딪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연기에 있어서 뜸하게 됐던 것도 사실이고, 개인적으로도 방황이라면 방황의 시기였던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다가 어깨를 다치고 드라마에서 하차하게 된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까지 정체기였던 것 같고요. 많은 분들이 <음란서생> 이후 저에게 많은 기대를 했고, 저 또한 그랬던 것이 사실이에요. 연기, 내 일이라는 것도 처음으로 돌아보게 됐고, 저라는 사람도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어요. 그런 부분에서 좀 치였다가 어깨가 완치되고 다시 작품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다시 나아간다는 느낌이 스스로도 많이 들었죠.

아역 배우들이 성인으로 가는 단계에서 많은 고민을 하는데 어떻게 보면 20대에 늦은 성장통이 왔던 거네요.
또래 아역 배우들에 비하면 많이 늦게 온 편이었죠.

외부에서 볼 때 김민정이라는 배우는 성장통을 겪거나 고민하는 시기, 그래서 활동이 없었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다른 분들도 그렇게 말씀하세요. 얼마 전 잡지 인터뷰를 했는데, 기자분이 제가 어떤 배우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거예요. 작품 속에서는 변신을 하는데, 워낙 제 이미지가 딱 떨어지는데다가 실제 생활에서도 FM인 것 같아서 이런 사람이 어떻게 이런 연기를 하나 싶다는 거예요. 공감되는 부분도 일면 있어요. 저는 모범적으로 사는 거 맞고 FM으로 사는 거 맞거든요. 그게 기본으로 깔린 건 맞지만 그렇게만 사는 건 아니라고, 이렇게만 표현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정말 나에 대해 모르고 있구나(웃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고 특별히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지만, 이분은 특히 모르는구나(웃음). 그런 단면적인 부분들만 보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크게 문제가 있었던 사람도 아니고, 공백기가 크게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사실 그건 너무 다행스러운 부분이잖아요(웃음).
항상 주연급의 위치를 지켜왔는데 그에 비해 요란하게 들리는 것들은 없었잖아요. 외적으로 큰 부침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개인사로 떠들썩하게 이슈가 된 적도 없었던 것 같고요. 연기, 작품에서 보여준 모습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 그 사람을 추측해서 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분명 모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겠죠. 저는 그래요. 배우고 연기를 하는 사람인데 굳이 내 사생활을 공개하면서까지 나를 알려야하는 의무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해요. 작품 속에서 보이는 나를 보여주고 싶지 다른 생각은 해본 적이 없거든요. 워낙 말이 많아지고 여러 얘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직업이나 위치에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사생활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던 건 뭔가 딴 짓을 하고 다녔는데 안 보였던 게 아니라 그만큼 정말 딴 짓을 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고요, 일상생활에서 저를 보이는데 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 조금 답답해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내 생각이 틀렸다기보다는, 나에 대해 너무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드니까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제 스스로 답답해지는 거 있잖아요(웃음). 내가 어디까지 오픈하는 게 맞는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오직 작품으로 배우를 만나고 싶고, 연기 외적인 것들로 인해 작품이 침범 당하는 게 싫어요. 그렇지만 배우 개인의 선택인 거잖아요. 그 외적인 것들을 통해 연기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대중의 관심을 받는 직업이다 보니 그 부분을 무시할 수도 없는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오해가 간혹 생기기도 하는데요,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들에 비하면 영화에서는 의문이 남을 때가 있었어요. 김민정이라는 배우가 연기 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작품 선택에서 한계가 생기는 건가, 라는 의문이요. 좋은 작품 만나서 좋은 연기 보여줄 수 있는 배우인데 왜 저 영화를 선택했을까, 그것도 오랜만에, 저 영화밖에 경우의 수가 없었을까, 이런 것들 있잖아요.
맞아요. 그런 생각이 충분히 들 수 있죠.

<음란서생> 이후 선택한 <작전> <가문의 영광 5- 가문의 귀환> <밤의 여왕>은 범죄 스릴러, 코미디, 로맨틱 코미디 등 장르적인 면이 강한 영화들이에요. 전체적인 흐름으로 봤을 때 배우 입장에서 영화를 통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의미가 있었던 건가요?
<작전>같은 경우는 <음란서생> 제작사에서 만든 영화였는데, 저에게 다시 콜이 왔고 그 부분이 너무 반가웠어요. 남자들 사이에서 여자가 매력적인 인물로 나온다는 것도 좋았어요. 그리고 범죄 스릴러도 처음이었고요. 25신밖에 안 나와요. 특별출연을 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였어요. 주연도 아니고 특별출연도 아닌 애매한 경계에 있다고 느꼈어요. 그때는 제가 워낙 그런 선을 긋고 일을 했던 터라서요.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혀 그 영화를 제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없더라고요.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느낀 계기였어요. <작전> 이후 좀 쉬게 되었죠. 그때가 저의 정체기(웃음). 힘들기도 했지만 많이 배웠던 시기이기도 했는데, 그 시기를 지나면서 어떻게 보면 영화를 고르는 폭이 조금 좁아졌던 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가문의 귀환>만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제 3병원’ 제작사 대표님께서 시나리오를 준다고 했는데, 제 첫마디가 ‘저 그런 영화 안 어울리는 거 아시죠?’였어요. 어떻게 배우가 그런 자세로 연기를 하냐고 그러시더라고요. 예의에 어긋나겠다 싶어서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그렇다고 엄청 재밌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한지 20년이 넘었는데 내가 왜 이런 코미디를 안 한다고만 생각할까. 물론 그 작품이 저에게 베스트도 아니었고, 그 작품으로 뭔가 영광을 누릴 마음도 전혀 없었어요. 그렇다고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굳이 장르를 가려야할까, 내 마음의 시야가 약간 넓어졌을 때였던 것 같아요. 그냥 해본 거였어요. 워낙 뭐 하나 결정하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열심히 했고요. <가문의 귀환>을 통해 조금 힘을 뺄 수 있었다고 할까요? 사람 웃기는 건 진짜 자신 없었는데, 오히려 <가문의 귀환>에서 힘을 빼는 법을 배웠어요. <밤의 여왕>에서 활용할 부분이 있었고요. 그래서 제 선택에 대한 부분도 조금 더 포용의 폭이 넓어졌어요. 마냥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밤의 여왕>에서는 왕십리 뒷골목 일진이자 댄싱퀸 렉시에서 현모양처 희주까지 넘나드는 캐릭터잖아요. 그 스펙트럼을 어떻게 설정하고 잡아갔는지 궁금해요.
지금껏 연기했던 그 어떤 작품들보다 가장 많이 생각을 버렸던 것 같고요, 느낌 가는대로 했던 영화였어요. 이중적인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았어요. 대신 연기할 때 춤을 추거나 욕을 하거나 액션을 하는 장면은 전체적으로 연결시키려 하지 않고 신 바이 신으로 생각했어요. 사실 연결이 돼야 하나로 이뤄지고, 하나가 돼야 엔딩에서 관객들에게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전적으로 저를 믿었다고 생각해야할 것 같아요. 춤도 여기서 이렇게 춰야해, 느낌이 오면 그냥 집중했고, 욕도 여기서 찰 지게 해야 해, 그 느낌을 살리려했고, 액션도 렉시를 상상하는 영수의 감정을 떠올려서 그 느낌대로 세게 했어요. 신경을 썼다면 그 각각을 이어주는 현재의 희주를 신경 썼던 것 같아요.

배우가 개별을 연기했을 때 전체를 보고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건 감독의 몫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감독님이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면, 배우가 분명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캐릭터를 잡아가며 정확하게 전체적인 핵심을 파악해서 연기했기 때문이었겠죠.
희주가 과거에 욕을 하고 놀았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었던 건 아니잖아요. 방황하는 희주로 코드를 잡았고 거기에 맞춰 연기를 했어요. 영수의 상상에서만 좀 다른 희주를 보여줬고요. 과거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는 제게도 있었죠. 저도 이해가 돼야 연기를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과거에 놀았다고 현재까지 놀란 법 없고, 과거에 논 사람이 현재 정신을 더 차릴 수 있잖아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또 희주는 변화한 사람이기 때문에 더 현실에 충실하고 열심히 살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희주가 남편에게 과거를 이야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마음 한 구석에 상처가 남아있어서라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아무렇지 않으면 힘들었던 과거도 말할 수 있잖아요. 말할 수 있다는 건 이미 거기서 벗어났다는 건데, 희주는 아직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기본적인 희주가 가지고 있는 감정선만 이해를 하면 나머지는 저를 믿고 놓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극으로 표현되는 설정이 많잖아요. 과거에 화끈하게 노는 모습이라든지, 신혼생활에서는 천사 같고 사랑스럽다든지. 그런 부분을 개별에 집중해서 연기했을 때 그 수위조차 풀어놓은 건가요? 아니면 연기하면서 수위 조절을 했나요?
그런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진심으로 이번 영화는 어떤 저의 감각? 동물적 감각이라고 얘기해야할 것 같아요. 영화 전체가 100신이 넘잖아요. 오히려 생각이 들어가면 무너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전적으로 저의 감각이나 동물적 느낌에 많이 맡겼고요, 거기서 저를 좀 풀어두려고 했고요. 그리고 그 수위의 선은... 내 감각이 뛰어나다고 밖에 못하겠네(웃음). 감각에 정말 많이 맡겼어요.

드라마가 중심이 되는 영화는 그런 수위 조절에 실패하면 극이 전체적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 코미디라는 장르는 상황의 개연성이나 스토리의 흐름에서 치밀함이 부족해도 관객들에게 용납되는 부분이 많거든요. 그런 면에서 <밤의 여왕>도 극으로 치닫는 설정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그 안에서 적절한 선들을 찾아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민정이라는 배우가 여러 가지 외적 설정을 다양하게 보여주지만 그런 기본적인 표현의 수위나 감정들은 좋은 라인을 잡고 흐름을 만들어간 것 같아요.
오히려 저도 결과를 보고 감각에 맡긴 것들이 오래간만에 제 연기가 빛날 수 있는 방식을 다시 찾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영화 통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다면요?
참 희한한 게, 이번 작품을 앞두고 그냥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요. 그렇다고 그냥 내 느낌대로만 가야지, 그런 걸 딱 정해놓고 한 건 아니었거든요. 즐긴다고 생각한 것 안에 부합되는 부분이 있나봐요. 아역 시절에 연기했던 방식을 썼던 것 같은 느낌이 조금 드는 거예요. 아이들이 연기를 잘하고 관객들을 몰입하게 해주는 이유는 잡스러운 생각이 없어서인 것 같아요. 이제는 성인이니까 현장에 있으면 너무 여러 가지 것들이 보여요. 그래서 치였던 기간이 저도 있었고요. 오래간만에 아이 때 썼던 동물적 감각을 이용한 연기를 다시 찾아서 쓰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고, 그 부분이 반갑고 행복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영화를 본 분들의 피드백이 좋아서, 내가 이렇게 연기하는 게 사람들에게 어떤 부분에서 내 매력으로 보이는 구나, 자신감도 좀 얻었고요.

그동안은 딱 부러지고 FM으로 보이는 면들이 투영되는 부분이 있어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확실히 좀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코미디보다는 일상적인 영화들에서 좀 더 그런 모습이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여배우가 망가진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사실 <가문의 귀환>이 여배우가 망가지는 이미지 축에 들어간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밤의 여왕> 감독님이 망가지거나 청승맞거나 두 가지를 소화하면 좋은 여배우라면서, 상품으로 김치냉장고를 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 뒤를 돌아보고 손을 들기까지 희주의 표정에서 제가 여배우로서 망가졌다고 하는 거예요. 화면도 뽀얗게 나오고, 표정이 이상했던 것도 아니고, 옷을 후질 근하게 입은 것도 아니라서 그게 망가진 거냐고 물어봤더니, 거기서 제가 보인 표정들은 여배우들이 쉽게 지을 수 없는 표정이라며 망가졌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도 개념이 좀 달라졌다고 할까요. 화장을 지우고, 몸뻬 바지를 입고, 말투와 대사가 거침없고, 이런 부분에서 여배우가 망가졌다고 현재 표현하고 있잖아요. 그것만이 망가지는 걸까, 라는 질문을 감독님을 통해 다시 하게 된 것 같아요.

중요한 부분이죠.
<가문의 귀환>도 어떻게 보면 망가지려고 했던 작품이거든요. 그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죠.

여배우가 예쁘지 않거나, 행동과 말투가 파격적이거나, 외모로 놀라게 할 때 망가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배우의 표현의 한계일거라고 예상했던 걸 넘어서는 게 망가지는 것의 첫 출발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건 외모가 망가지고 말투가 바뀌고 이런 겉으로 극명하게 드러나는 범주에 국한되는 건 아닌 거죠.
그렇게 생각하면 이번 영화에서 정말 많이 망가진 거네요(웃음).

그렇죠(웃음). 김민정이라는 배우는 날라리를 연기해도 왠지 모범생의 틀 안에서 망가질 것 같다거나, 그런 고정관념들을 깨버렸다는 측면에서 보면 망가진 연기를 한 건 맞죠. 그렇기 때문에 다음 작품이 어떤 장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김민정이라는 배우가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확실히 넓어졌다는 것이 중요한 걸 테고요. 그건 김민정이라는 배우가 갖고 있었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부분일 수도 있고, 아니면 김민정이라는 배우에게 없었지만 새로 생긴 부분일 수도 있고요. 어느 경우건 김민정이 배우로서 갇혀있던 틀을 깬 부분은 분명 있었던 것 같아요.
네, 분명 그런 것 같아요.
30대에 접어들며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요?
30대에 갓 접어든 배우가 됐지만, 왜 이렇게 설레죠? 축복받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에요. 연기 인생의 1막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되는 느낌도 들고요. 연극이나 뮤지컬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 타이밍에 했던 게 ‘제 3병원’이랑 <가문의 귀환>인 것 같아요. 어찌됐건 두 작품 다 연기적인 면에서 도움을 준 소중한 작품이에요. 2막의 커튼이 올라갈 때쯤 찍은 게 <밤의 여왕>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갖고 있는 배우로서의 느낌도 새롭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좀 더 다채로운 장르에서 벽을 두지 않고 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막 하겠다는 건 아니고요(웃음). 좀 더 다양한 장르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싶은 게 제가 가고 싶은 길이에요. 그리고 목표라고 하면 웃기지만(웃음), 한번쯤은 여우주연상을 받고 싶어요. 지금까지도 옆에서 너무나 극진히 도와주는 엄마에 대한 보답의 길이 아닐까(웃음). 보이는 것으로라도 무언가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나이 들면서 점점 드네요(웃음).

물론 상에 연연하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일을 하는데 뭔가 반대급부가 있어야 힘도 나는 거잖아요. 연기 잘한다고 칭찬은 하면서 상은 안 주면 얼마나 속상해요(웃음). 노미네이트도 되고 수상도 하려면 지금처럼 영화를 뜸하게 하면 안 되겠죠? (웃음)
자주 해야죠. 그래야 할 것 같아요(웃음).

작품 선택하는 안목만 조금 더 키우면(웃음), 조만간 여우주연상을 받지 않을까 싶은데요(웃음).
(웃음) 작품을 고르는데 있어 그 배우와의 운대가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좋은 작품, 좋은 작품 한다고 해서 좋은 작품을 고를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저에게 배우로서 좋은 운이 다시 왔다면, 좋은 작품이 더 많이 오지 않을까요? (웃음)

2013년 11월 11일 월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studio ZIP)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