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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리버'사이에 있는 '유레루'다리를 건너 우리에게 온 오다기리 죠!
2006년 8월 18일 금요일 | 이희승 기자 이메일

한국인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다는 일본배우 오다리기 죠의 영화 두 편이 일주일차이로 연달아 개봉하는 시점에서 그의 깊은 속내가 궁금해졌다. 최근 방한 했을 당시의 짧은 만남은 그의 공허한 눈빛만큼이나 허탈했고, 그가 지닌 야무지고 유니크한 정신세계를 다시금 접선하고 싶은 욕구는 나날이 커져갔기 때문이다. <유레루>에서 보여진 성공한 포토그래퍼의 모습은 지금 현재의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 된다.

잘나가는 사진작가로 세련된 패션과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는 영화 속 ‘타게루’는 수많은 만남을 통해 사람을 다룰 줄 아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하고 싶은 TV 드라마가 없다면 기획단계부터 참가해 만들어 내고, 음악, 패션, 그림, 단편 영화감독까지, 다양한 표현방법에 도전하며 자신의 존재범위를 스스로 넓혀온 오다기리 죠의 발자취를 돌이켜 볼 때 어쩌면 자신이 가장 지키고 싶어했던 존재를 영화로써 남기고 싶어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레루>와 오다기리 죠는 닮아있다.

특히 일본인이라는 태생적인 제약이 전혀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영어대사를 유창하게 소화해 낸 <빅 리버>의 ‘텟페이’는 평소 그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아내를 찾아나선 아랍인과 대륙을 횡단하는 일본인이 우연히 만나고 그들을 따라나선 미국여자의 우정을 그린 로드무비 <빅 리버>는 오다기리 특유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수작이다.

오른쪽 이마를 훤칠하게 민 헤어스타일은 영화 속 무지개 색 판초와 함께 그의 자유로운 영혼을 대변한다.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아도 언제나 하고 싶은걸 하는 마이 페이스일 뿐이라는 이 남자. 이미 저 앞으로 앞서 나갔다. 우리들은 역시나 그걸 쫓아갈 수밖에 없고... (아래 내용은 일본 언론의 오다기리 죠 인터뷰를 재구성해 엮은 글임을 밝힙니다)

Q. 한 작품이 끝난 후 영화나 연기에 대한 기억은 당신에게 어떻게 남아 있나요?
언제나 촬영 당시의 기억은 잘 나지 않아요. (웃음) 특히 그 사이에 3,4개 정도의 작품이 몰려있으면 더 그렇죠.

Q. 벌써 마음은 현재로 옮겨와 있다는 뜻인가요?
당시의 재미있었던 일도 금방 잊어버리거든요. 완성된 영화를 보면 생각나기도 하지만. 생활 감각과 같아요. 거기에 경험과 정보가 들어가 있을 뿐, 이야기 거리가 많거나 그렇진 않으니까.

Q. 전에 읽은 책이나 어렸을 적의 기억처럼 그런 것들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느낌인가요?
기억이 분류되는 것 같진 않아요. 뭐랄까 누군가 ‘그거 거짓말이야’ 라고 말하면 거짓말 같기도 한 느낌.

Q. 꿈 같은 느낌인가요?네.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죠. 신기하죠?

Q. 왜 그럴까요. 시간이 흘렀다는 감각은 있나요?
그런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는 속도와 감각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좀더 예전 일 같은 느낌이랄까? 1년 반 전의 기억치곤 선명칠 않거든요. 그런 갭GAP이 기분이 나쁜 거겠죠. 이야기를 정말 미화시켜서 표현하자면, 하나에 너무 집중하면 오히려 기억에서 사라지기도 하잖아요. 어느 작품이라도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조각조각으로 밖에 기억나지 않아요. 역시 작품에서 얻는 것이 더 크기 때문에.

Q. 자신이 나오는 영화인데도요?
네. 되려 함께 연기한 사람이 굉장히 명확하게 기억할 때가 많아요. 전 기억력이 나쁜 편 인가 봐요. 물론 당시에는 온 힘을 다해서 연기에 몰입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처럼. <빅 리버>에서의 연기를 지금 할 수 없는 거고, 그럼 지금이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그 시기에 하는 것이 뭔가의 의미가 있는 거죠.

Q. 잊어버리게 되는 것은 단기간에 너무나도 많은 인생을 체험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 대단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 감각으로 설명하자면 한 사람의 인간을 만든다는 정도. 인생을 경험한다는 수준은 아니거든요. 배우들은 그런 얘기를 많이 듣지만 역시 작품에 따라서 무의식 중에 성격이 변하니까요. ‘역할에서 벗어날 수 없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렇기에 괴로운 거잖아요. 전 그렇지 않고, 그렇게 생각한다는 자체가 역할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거죠.

Q.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하지만 요즘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적어진 것 같아요. 예전 배우들의 인터뷰에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 같은 내용이 나와있으면, 연습생 시절엔 읽으면서 ‘멋있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웃음)

Q. 연습생 시절이라고 하니 생소한데요? 그럼, 거울을 보며 의식적으로 얼굴을 만들어보거나 하는 시절도 있었나요?
있었겠죠 (웃음) 자신을 보는 것에 저항감이 있어요. 원래 앞에 나서는 타입도 아니기도 하고, 아마도 인간으로서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모순된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시험 같은 것처럼 ‘이번엔 자신 있다’고 생각하면 의외로 결과는 좋지 않거든요. ‘이번 건 컨디션이 안 좋았어’ 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결과가 좋기도 하고. 그런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이런 표정이 된다 ‘ 같은 건 저 스스로는 모르겠어요. 그걸 알면서 방정식처럼 풀어가는 게 좋다고도 생각하지 않구요. 그러니 그런 여태껏 연기는 하지 않았던 것만은 확실해요.

Q. 그런데. 영화에서의 영어가 무척 능숙하시던데요.
아니요. 필사적이었어요.(웃음)

Q. 굉장히 자연스러웠어요 돌아갈 때가 되니 ‘이제 좀 자연스러워 졌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리허설 기간을 4,5일정도 가졌는데 처음엔 카메라만 돌아가면 영어가 전혀 안 떠올라서 엉망이었어요. 역시 이런 작품은 여유가 있다면 1개월 전에 건너가서 준비해야겠더라 구요.

Q. 아무래도 평소의 생활과는 다른 언어니까요. 대본대로가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부분은 있나요?대사는 전부 대본대로입니다. 즉흥적으로 넣을 여유 같은 건 없었으니까요. 제 연기는 오히려 즉흥적으로 뭔가를 넣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지는 거라서 언어를 커버한다는 의미에서 행간(글에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지만 그 글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숨은 뜻)을 메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어에도 사투리가 있잖아요. 방언을 쓰면서도 감정을 주고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에서 보자면 영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언어가 다를 뿐이죠. 전 오카야마 출신이니 오카야마 사투리로 연기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것도 아니거든요. 20살이 넘어서 표준어로 연기하게 되고 그게 당연시 되어있기 때문에, 결국 연기를 한다는 것에는 어느 것도 똑 같은 것 같습니다.

Q. 중요한 건 그 행간인가요? 말도 안 되는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대사란 설명뿐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쓰여진 정보일 뿐 인간의 내면은 대사로 말하고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각본의 대사자체를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Q.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있다면요?대사와 언어의 문제를 아마도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알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역시 영어로 연기한다는 것에 대해 가기 전에도 걱정했으니까요

Q. 거대한 계단에 또 하나가 층계가 높아진 기분이었겠군요. ‘완전히 다른 계단으로 이동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이를 느꼈어요. 하지만 연기하고 나서는 언어의 문제는 그렇게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연기를 잘했다는 게 아니라 연기나 표현 같은 걸 전부 포함해서 하나의 인간인 거잖아요. 거기에 돌아가서 재확인했다고 할까요.
Q. 여행은 어땠나요?얼마전에 <빅 리버>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다녀왔어요. 베를린은 처음이었는데요. 역시 나라에 따라 전혀 틀린 느낌이에요. 인간의 그룹에 따라 만들어내는 것이 이렇게 틀린다는 것이 재미있어요. 이야기를 갖다 붙이는 것 같지만, 그 거리의 ‘존재방식’이 그 ‘거리의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이 만나서 거리를 디자인한 거잖아요. 역시 세계의 나라들이 각각 ‘틀리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거고 여러 가지 면을 보여주는 거니까요. 음식도 그래요. 이런걸 먹는 거라고 가르쳐주잖아요. 한국사람들도 뻔데기를 먹잖아요. 10년 전에 한국에 갔을 때 놀랬어요. 컵에 벌레가 한 가득 들어있잖아요. 보신적 있나요?

Q. 물론이죠. 무척 유명한 음식(?)이니까.
전 일본인이니까 일본의 가치관밖에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인간의 좀더 동물적이고 원시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은 멋지다고 생각해요. 부럽기도 하구요. 그게 주식은 아니니까 설득력은 없지만 (웃음)

Q. 동감합니다. 하지만 여행가서 그 나라의 물을 마셨더니 탈이 났다 이런 얘긴 좀 부끄러워요.
일본인이 그래서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인간이 아직 쓰지 않은 힘 같은 것, 나라에 따라서 분출하는 방식이 틀린 것 같아서요. 그것이 모두 합쳐진다면 좀더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Q. 좋은얘기네요. 미국에서의 촬영이 실제로 터닝포인트가 되었나요? 터닝포인트라고 말할 수 는 없어요. 한 작품 한 작품이 터닝포인트이니까요.

Q. 객관적인 시점에서 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오다기리씨에 가까운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닮았다는 점에서 혹시 이 역할을 맡은 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까지 한 역들은 모두 저와 닮아있어요. 저의 한 면일 뿐이죠. 그렇지 않은 사람을 제로에서부터 만들어낼 수 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닮아있지 않은 역을 의식합니다. 관객들도 같은 역만 본다면 재미도 없을 거구요. 역시 즉흥적인 부분, 캐릭터가 확실히 잡혀있어도 그 자리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개인적인 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니까요. 즉흥적인 면이 늘어나면 날수록 굉장히 개인적인 연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캐릭터라는 필터를 거쳐야 하는 것이지만 그럴 만큼의 캐릭터라는 필터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닐까요. 정말 캐릭터가 완벽하게 성립되어있다면 검토하겠지만요.

Q. 거꾸로 그런 확실히 성립된 캐릭터의 역의 제의가 온다면 거기에 이끌릴까요? 글쎄요. 해보지 않았던 거라면요.

Q. 만약 자신이 살고 있는 방식이나 자신의 페이스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이 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선 일을 그만 두겠죠. 요즘엔 ‘결혼하고 싶다’라고 너무 말하고 다니는데 정말 슬슬 아이를 가지고 싶어요(웃음)

Q. 음…어떤 이유로?
하나의 인간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을 보고 싶어서요. 제로부터 시작되는 감성이 어떻게 커가는지에 대한 흥미가 있어요. 아이를 가지게 됨으로써 저자신도 변하게 되는 거구요. 인생에서 연애는 큰 부분을 차지하잖아요. 생활도 변하고 좋은 점과 나쁜 점에 여러 가지로 영향을 미치죠. 아이는 연애의 궁극의 패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전부터 생각해온 거지만 제가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연기인데 연기보다도 중요한 게 생긴다면 이제 연기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표현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좋습니다

Q. 그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군요.
그게 예를 들어 지금은 큰 장소에서 많은 이들의 눈앞의 사람을 상대하고 있지만 어쩌면 제가 하고 싶었던 ‘표현’이라는 것이 한 사람의 아이를 위해 작은 공간에서 하는 것일지도 모르잖아요. 그건 그리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Q.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다른 뭔가를 기대를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여러 명의 유망하고 젊은 감독님들이 있으니까요. <빅 리버>의 후나하시 아츠시 감독은 2살 위이시고 <유레루>의 니시카와 감독은 1살 위, <파빌리온 살라만더>의 감독님은 동갑이거든요. 점점 나이가 비슷해져서 이번엔 나보다 어린 감독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기대됩니다. 지금은 동세대 감독들이 많아서 굉장히 즐거워요.

자료협조: 스폰지

19 )
pretto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2010-01-29 01:47
ldk209
유레루의 뜻 자체가 동요, 흔들림이구나...   
2008-11-09 19:24
sungmo22
멋져요~기대되는 배우~~   
2008-04-26 10:02
qsay11tem
별로에여   
2007-08-10 12:55
kpop20
기사 잘 읽었어요   
2007-05-26 16:13
kangwondo77
잘생기긴했죠..   
2007-04-20 18:00
park0203
오다기리 죠~ 멋있엉ㅎ   
2006-10-25 20:55
rhtnrdud
오다기리 죠 조아요~^^   
2006-09-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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