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스물아홉에서 서른은 차이가 없는데 서른한 살은 진짜 달라요.” 막상 서른한 살이 되니 30대가 채 10년이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세완이다. 동시에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라는 사실이 실감나고, 긴 시간 꾸준하게 연기해 온 선배에 대한 존경이 새삼 솟았다고 한다. 디즈니+ <강매강>(<강력하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에서 전형적인 여형사가 아닌 무한 공감력의 귀요미 덕후 ‘서민서’ 역으로 분해, 영화 <빅토리>에 이어 시청자를 찾은 박세완을 만났다. 여러 선배의 칭찬과 격려 속에 코믹함을 뿜뿜했다는 그다. 겉으로는 아닌 척해도 칭찬받는 걸 좋아하고, 예쁘다는 칭찬이 특히 좋다며 웃는 박세완. 영화 <빅토리>와 디즈니+ <강매강>으로 여성 팬들이 많아졌다면서, 2024년은 바빴지만 너무 행복한 한 해였다고 떠올린다. 더불어 하루하루가 쌓여 일년이 되고 또 이런 일년 일년이 모여 나이를 먹는만큼 자기 그릇을 꽉 채운 40대를 맞이하고 싶다는 각오를 전한다. ‘밥친구’ 같이 ‘ 가볍게 봐주십사’하고 <강매강>을 더욱더 재미있게 보는 팁을 귀띔한다.
평소 액션 코믹 연기를 꼭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한 바 있는 만큼 이번 작품이 각별했겠다. <강매강>의 어느 면에 특히 끌렸는지.
캐릭터도 정말 좋았지만, 제일 끌린 부분은 같이 할 선배님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 때부터 동욱 선배 팬이었고, 현우 선배의 경우 영화 <유령>(2022)을 보고 너무 좋아 전작들을 찾아봤었다. 지환 선배는 영화 <범죄도시>(2017)를 보고 진짜 저쪽 세계분이 아닌가 했다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2022)와 예능에 나온 모습을 보고 팬이 되었다. 세 분과 함께 하니, 일단 해 보고 싶었다. 대본은 그다음이었다.
서민서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무한 공감력’의 소유자다. 기존의 여형사 캐릭터와는 차별화되는 소녀(?) 같은 모습이 있다.
좋은 것 반 걱정 반이었다. 대본대로 가죽 자켓을 입은 짧은 헤어에 좀 더 터프하게 가야 할까 하다가 감독님께서 여성 경찰도 평범한 여자처럼 하고 다닐 수 있다고, 외양은 여느 여자들과 다르지 않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인형(키링)도 달고 옷도 평범하고 입고, 월급타면 옷을 사 입는 등 보통의 직장인 같은 모습으로 가면서도 걱정이 많았는데 처음 방영된 걸 보고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민서의 수첩이나 자리에 붙인 스티커 같은 소품이 코믹 장르라서 좀 더 어울렸던 것 같다.
영화 <빅토리> 촬영을 끝내고, 4개월 만에 <강매강>에 들어갔다고. 증량했다가 다시 감량하는데 힘들었겠다.
<빅토리> 때는 일부러 살을 찌우려고 과자 같은 걸 처음에는 억지로 먹어서 7kg을 찌웠다. 먹다 보니 중독되어 다시 끊기가 힘들었고 또 체지방이 너무 올라간 상태라 원래로 돌아가기 위해 고생 좀 했다.
액션 준비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사실 코믹 형사물이라 액션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 못 했었다. 그런데 조폭과 맞붙는 장면에서는 액션씬을 원테이크로 찍었는데, 내가 NG 내면 앞 순서인 지환 선배가 또 해야 해서 부담감이 꽤 있었다. 거기다 액션팀의 도움 없이 혼자 해야 해서 ‘내가 못 하는 게 뽀록나면 어떡하지, 티 나면 안 되는데’ 하고 걱정이 컸었는데, 극한 상황에서는 다 하게 된다는 말이 맞더라.
워낙 코믹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라 (웃음) 현장에서 즉석으로 이루어진 연기도 많았을 것 같다.
상당수 장면이 그렇게 탄생했다. 그래서 팀워크가 아주 중요했다 ‘동방유빈’(김동욱)이 춤추는 장면, 독수리 오형제, 지환 선배가 하트 먹는 것 등이 다 애드립이었다. 촬영 후 술자리를 자주 가졌는데 그때 팀워크가 많이 다져진 것 같다. 또 유빈과 민서의 호흡도 뒤로 갈수록 좋아졌는데, 초반의 어색한 케미는 실제로 어색해서 더 잘 살았던 것 같다. 처음에 동욱 오빠랑 함께 있는 씬을 다다다닥 찍었는데, 내 낯가림과 선배에 대한 어려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모습이 마치 유빈과 민서의 어색한 관계처럼 보여 감독님이 좋아하셨었다.
이번에 함께한 배우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당신이 에너지가 ‘좋다’는 점이었다. 밥을 뭘 먹고 다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고 하던데, 실제로는 어떤 편인가.
아무래도 선배님들이라, 막내로서 맞추어 가려는 부분도 있었고, 그간 사회생활 하면서 배운 것도 있어서! 하하.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런 부분을 보고 에너지가 좋다고 말씀해 주는 것 같다. 음악도 ‘안 될 거야’, ‘돌아와’ 이런 가사의 노래는 잘 듣지 않는다. ‘헤어지면 끝’, ‘인생이 날아올라’ 이런 노래를 좋아한다. (웃음)
민서와 실제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맞는 부분도 있지만, 막 100%로 비슷하다는 아닌 것 같다. 나는 민서처럼 솔직하지 못한 성격이다. 예를 들면 짜증이 나도 짜증 난다고 표현하지 못하는데 이런 부분은 완전히 다르다. 촬영 후 모인 사석 자리도 처음에는 내 딴에는 노력한 거다. 물론, 나중에는 즐거워져서 먼저 가자고 할 정도였다. 선배님들이 한남동 돼지꼬리집에 가면 메뉴를 다 시켜줄 정도였다! 초반의 낯가림이 사라지면서 오빠들과 진짜 친해졌다. 현장에서도 너무 잘한다고 칭찬해 주셔서, 처음에는 ‘진심인가, 그냥 말하는 것 아닌가’ 했는데 촬영 다 끝나고 매화 방영할 때마다 단톡방에 ‘민서, 너무 잘했다, 너무 예쁘다’ 계속해 주시는 거다. 너무 감사할 뿐이다.
이참에 <강매강> 팀원의 매력을 자랑한다면.
동욱 오빠는 평소 아역배우한테도 같이 하는 동료라는 생각으로 어떤 조언이나 티칭을 안 하신다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나에게 다 맞춰주는 것 같았다. 첫 촬영 때는 별반 말씀이 없어서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정말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분이더라. 지환 오빠는 제일 연장자이기도 하지만, 정말 리더 같은 분이다. 여러 장면에서 본인보다 동료들이 보다 돋보이게끔 받쳐주고 세심하게 배려하신다.
현우 오빠는 나랑 비슷한 지점이 있는데 (웃음) 앞에 부연설명을 엄청나게 한다. ‘이건 내 생각인데…’ 하면서 시작하거나, ‘나는 옛날에..’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두르고 둘러서 잘 도와주는 분이다. 민서와 같이하는 씬이 많은 데 한 번도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대 티 내지 않고 도와주셨다. 승우는 나와 또래이기도 하고 우리 둘이 막내 라인이라 서로 아주 의지했던 것 같다. 똑똑한 친구라 자기 매력을 잘 알고 그 매력을 탄식에 녹여 넣은 듯하다. 우리 둘이 어떨 때는 허벅지 꼬집으면서 웃음을 참을 때도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현장이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2022) ‘세연’(염정아)의 고등학생 시절을 연기하는 등 유명배우들의 아역으로 여러 번 등장했다. 어느 면에서 당신을 캐스팅하는 걸까.
선배님들 아역할 때 굉장히 뿌듯했었다. 이나영 선배님 아역 때도 그렇고. 아마도 머리가 길고 짧은 스타일에 따라, 또 의상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내 모습을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거 같다.
물론, 당장은 ‘나’라는 배우를 각인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조급함도 있었는데, 이러한 시간이 쌓이면서 내 모습화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배우로서 장점이 아닐까 한다.
언급한 조급함에 대해 좀 더 풀어 놓는다면.
어렸을 때는 스스로 무언가 특색이 없다고 느껴졌었다. 대학교때 어느 친구는 귀엽고, 또 다른 친구는 성숙해서 캐스팅 제안을 많이 받는데 나는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았다.(웃음) 펑크 나면 메우러 가면서, 내게는 특색이 없나 보다 생각하기도. 그래서 오디션 가서 귀여운 척, 성숙한 척, 이리저리 시도했던 것 같다. 20대를 지나면서 이런저런 모습이 장점이 된 듯 여러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도화지 같은 매력이라 할지! 지금까지는 주로 외적으로 표출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면, 앞으로 내적인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장르나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멜로 보는 것도 좋아해서, 최근엔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재미있게 봤다. 이런 멜로를 해보고 싶다.
새로운 걸 즐기는 편인가. 개인적인 취미는.
몸을 잘 못 쓰지만, 하면서 즐기는 편이다. 작품 할 때 디테일을 추구하는 걸 좋아해서 <빅토리> 때는 머리 브릿지와 앞머리 고정용 딱풀을, 이번 민서는 귀여운 인형을 좋아하니까 마음이 여리고 동물을 좋아하겠지, 하면서 마인드맵을 만들어 갔었다. 20대 때는 연기와 관련한 것에만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요즘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 긍정적인 노래를 좋아하는 데 그 공통점이 드럼 연주가 두드러진 노래인 것 같아 드럼 레슨을 시작했다. 채 1년이 안 됐는데 매우 재미있다. 또 영어 공부는 여행가서 쓰려고 하니까, 훨씬 재미있더라.
작품 할 때마다 (노래) 한 곡만 파고들어 듣는다고, 이번 <강매강>에서는 무슨 노래를 들었는지.
원래 한 곡만 듣는데 <강매강>은 그 딱 한 곡이 없었다. 드라마 자체가 장르가 섞여 있어서 그런지도. 로맨스, 팀웍, 가족 이런 부분이 섞여 있다 보니, 거기에 맞게 블락비나 럼블피쉬 등를 들었다.
영화 <빅토리>, 디즈니+ <강매강>으로 2024년에 시청자를 찾았다. 의미가 큰 한해겠다.
바쁘지만, 행복했던 해다. 많은 분들에게 오랜만에 인사드릴 수 있어 그렇다. 홍보 돌면서 직접 팬들과 만나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 두 작품 덕분에 여자 팬들이 많이 생겼고, 예전에는 나를 몰라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더라. <강매강>은 생각보다 일본에서 많이 시청해주셔서 더욱더 기분 좋다.
30대에 들어서니 생각이나 일에 있어 달라진 점이 있는지. 새로운 각오라거나 목표라든지.
안 그래도 이런 생각을 진짜 많이 했었다. 열아홉에서 스물이 될 때처럼 기쁠 거라고. 근데 주변에서는 별거 없다는 거다. 나는 아니겠지 했는데 스물아홉에서 서른살이 돼 보니 정말 별것이 없더라. (웃음) 그런데, 서른 한살이 되니 진짜 달라졌다. 스물살 때는 미래가 막연해서 그렇지 걱정 따위는 없었고 삼십대로 점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막상 서른한살이 되니 삼십대가 채 10년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이가 아깝고, 선배님들이 진심으로 존경스러워졌다. 어떻게 안 쉬고 오랫동안 연기하시는지 또 배우는 불림받는(선택받는) 직업이라는 점 등을 생각하게 되고 더불어 체감되더라. 하루하루가 쌓여 일년이 되고 또 일년 일년이 쌓여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니, 내 그릇을 잘 채워서 40대를 맞고 싶다는 마음이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4년 11월 18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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