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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가 영화 기념파티에 가는 이유!
2009년 4월 14일 화요일 | 백건영 편집위원 이메일


요즘 들어 부쩍 내 자신이 평론가가 맞나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모름지기 영화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스크린 속 영화이야기는 기본이고 스크린 밖 이야기, 즉 영화를 둘러싼 환경과 그것들이 영화와 사회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까지를 두루 꿰뚫고 있어야 하는데, 영화 밖은 고사하고 개봉작을 찾아보는 것조차 신통치 않으니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때문인지 영화행사와 관련하여 초대가 오면 별일 없는 한 참석하는 편이고 독립영화와 관련된 것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곤 했더랬다. 생각해보면 영화인들을 만나는 자리처럼 자기성찰을 추동하는 강력한 기폭제는 없었다. 영화인들과의 담소를 통해 영화판의 생생한 소식과 경향까지 두루 알 수 있거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나태해진 내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 금요일 저녁 모임도 그런 자리였다. 다름 아닌 ‘<낮술> 3만 기원파티’였는데, 2만 5천명 돌파를 축하고 3만 관객을 기원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조촐한 모임이었다.

당초 감독과 독립영화인과 관객이 함께하는 자축연 수준으로 알고 있었고 행사장인 대학로 하이퍼텍나다 건너편 주점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러했다. 노영석 감독을 비롯한 <낮술> 스태프와 국내배급을 담당한 영화사 진진의 홍보팀, 조영각 씨를 비롯한 독립영화협회 식구들과 <포도나무를 베어라>를 비롯해 이른바 ‘두려움 삼부작’을 만든 민병훈 감독까지 10여명에 불과한 인원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으니 말이다.

지난 2007년 가을, 인터뷰 스케줄까지 잡아놓고는 도무지 자신이 없어 포기해야했던 그래서 마음의 빚을 진 민병훈 감독을 만나게 된 건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었다. 뒤늦게 변명하자면 당시는 그의 삼부작 중 <포도나무를 베어라>를 보지 못한 상태였고 전편을 안 본 채로 강행한다면 반쪽짜리 인터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는 무려 3년 만에 공식석상에서 그때의 실수를 사과했다. 민 감독 역시 환한 웃음으로 받아주었으니 이런 맛에 참석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더니 홀의 한쪽을 가득 채워버렸다. <우린 액션배우다>의 배우 신성일과 곽진석이 오더니 뒤이어 유운성 전주국제영화제프로그래머와 김영진 평론가가 등장했고, 신동일 감독이 <반두비>의 촬영감독과 함께 도착했다. 마침 이날 <반두비>의 프린트가 나왔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장편경쟁 부문에 포함된 터라 신 감독에게도 의미 있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술기운이 오르자 좌중은 좀 더 시끄러워졌다. 더러는 <낮술>에 대한 뒷얘기로 또 다른 이들은 MB시대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 이를테면 현 정권이 보여주고 있는 문화정책의 오류와 오판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성토하기도 하였다. <낮술>의 엽기녀 란희와 트럭운전사를 연기한 두 배우가 부부라는 사실도 이런 자리가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이고, 4월 말 개봉예정인 <박쥐>의 천적이 <똥파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스개 소리도 흘러나왔다. 어떤 이는 <똥파리>가 <낮술> 관객을 먹어치우는 날엔 그야말로 ‘낮술 먹은 <똥파리>’가 될 터인즉 막강파워를 과시할 것이라고도 하였다. 전 같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숫자들이 독립영화인들의 입에서 농담처럼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워낭소리>의 힘이 크긴 컸나보다. 모인 사람들조차 이런 유의 대화가 익숙해진 자신들의 모습이 낯선 눈치였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오래전부터 독립영화가 1만 명이 넘으면 파티를 하곤 했는데, 사실 1만 명 넘은 영화가 별로 없었다. 작년의 경우 <우린 액션배우다>가 유일했다. 그런데 요즘 독립영화 예상스코어를 말하면서 ‘0’ 하나가 더 붙는 것을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게 맞다”면서, 실로 처음 찾아온 꿈같은 현실이 마냥 싫지 만은 않고 그렇다고 무작정 좋아할 수 만 도 없는 작금의 상황을 토로했다. 하기야 요즘 독립영화인들의 속사정이 편치 않다는 것은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아니던가.

그저 <낮술>의 성공을 축하하고 더 많은 성과를 기원하는 마음일 따름이었건만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일인가보다. 어쩌면 내가 그 자리에 참석한 이유도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무심하게 영화를 보고 간접정보에 의존해온 지난 몇 주 간의 나태함을 떨쳐낼 심산이었다는 것. 설사 시시콜콜한 농담과 진담이 뒤엉킨 언어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좌중일지라도 그것이 불투명 유리창 너머에서 일정한 상상력을 발휘해가며 바라보는 것보다는 훨씬 명쾌하고 시원한 일임에 분명할 테니까 말이다. 비록 <낮술> 속 혁진이처럼 두주불사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파티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내 깊은 곳 한 켠에 똬리를 틀었던 매너리즘을 날려버리는 계기가 되었고, 지지부진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자기성찰의 빛나는 순간들이 분기탱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영화파티에 참석하는 진짜 이유이다.

2009년 4월 14일 화요일 | 글_백건영 편집위원(영화평론가)

7 )
kisemo
잘 읽었습니다 ^^   
2010-04-04 14:11
somcine
영화 기념파티. 나도 가고 싶다.   
2009-06-05 17:14
wjswoghd
같이 축하   
2009-06-02 19:55
wnsdl3
오~영화파티~굿~   
2009-04-22 23:40
ldk209
낮술처럼 마시다간....   
2009-04-15 14:35
keykym
영화파티가 있었군요!!   
2009-04-15 08:45
ooyyrr1004
와 영화파티라...   
2009-04-1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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