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히치콕, 그가 내 손안에 있소이다!
2006년 6월 7일 수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알프레드 히치콕은 위대한 거장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감독이다. 그에 대한 수많은 책과 논문은 <이창>(1954) <현기증>(1958),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 <사이코>(1960) 등과 같은 걸작 서스펜스 영화를 만든 한 인물의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해왔다. 더불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감독들 또한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히치콕을 언급해왔다.

다수의 히치콕 책을 소장한 본 기자도 프랑수아 트뤼포가 장장 50시간에 걸친 히치콕과의 인터뷰를 생생하게 담은 『히치콕과의 대화』와 도달드 스포토의 『히치콕-히치콕의 영화 50』등을 느리게 읽어 내려갔지만 언제나 히치콕은 그의 영화처럼 미스터리하면서도 신기한 감독으로 남아있다. 우연히 그의 영화를 다시 접할 때에도 그를 먼저 알아본 이들의 글귀와 해석을 참고삼아 ‘히치콕’이란 인물의 삶과 영화를 나만의 것으로 이해하고 소장하고 싶었지만 매번 그를 더 알고 싶다는 갈증만 더해 갈뿐이다.

그러던 중, 1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히치콕 전기 『히치콕 서스펜스의 거장』을 접하게 됐다. 저자 패트릭 맥길리건은 유명인사의 전기로 명망 있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으로서 히치콕 전에 프리츠 랑, 조지쿠커 감독에 대한 전기를 썼다. 히치콕을 주제로 썼다고 하니 구미는 당기는데 저 엄청난 페이지 분량에 벌써부터 손실에를 치는 분들이 있을 듯하다. 사실 필자도 책 욕심만 있었지 무의식적으로 완독은 불가능이라 지레 겁먹었다.

그러나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의 오동진 기자는 3주간의 끈질긴 고집과 패트릭 맥길리건의 안내에 따라 완독에 성공했다고 기술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완독이 아니라 그가 이 방대한 전기를 왜 끝까지 꾸역꾸역 읽었냐는 거다. <올드보이>의 유지태 말처럼 질문이 틀렸기에 답이 안 나올 수도 있다. 오동진 기자는 전기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처음이라고 본인의 글에서 고백했다. 그렇다면 『히치콕 서스펜스의 거장』은 감동이 살아있는 드라마틱한 구조를 취한 책일까?

답은 NO다. 저자 패트릭 맥길리건은 히치콕의 인생을 크게 6챕터로 쪼개놓고 그 안에 연도별로 혹은 중요 영화별로 세세하게 나눠놨다. 저자는 히치콕의 인간관계, 작업스타일 그리고 갖가지 에피소드 등 끌어 모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참고해 감독 히치콕이라는 단선적인 시선에서 탈피, 인간 히치콕과 그의 영화를 밀접하게 연관시켜 놓고 있다. 문체는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한 채 말이다.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모여 책장을 넘길 때마다 동글동글하면서 장난꾸러기 같은 인상의 히치콕의 몽타주가 정확하게 그려져 나간다. 이 따스한 온기는 고스란히 읽는 이에게 전해져 우리에게 온전한 히치콕을 선사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박찬욱 감독은 이 책을 읽고 “기존의 히치콕 전기밖에 모르던 나로서는 이 책을 읽고 커다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서평 했다. 박찬욱 감독의 이 평은 과찬이 아니다. 저자는 히치콕을 뛰어난 감독이기 전에 뛰어난 비즈니스맨이었으며 헌신적인 남편이자 아버지로 그려내고 있다. 자잘한 소제목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히치콕의 인생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에피소드와 영화로 인해 독자에게 그의 영화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마치 장대한 분량의 영화 시놉시스 같은 느낌의 히치콕 전기는 그 리얼리티로 인해 히치콕과 그의 영화가 생생하게 활자로 옮겨진 듯한, 착각을 독자에게 직접 경험케 한다.

성불능자라서 여배우에게 은밀한 욕정을 품었던 히치콕, 거장답지 않게 치졸한 면이 있던 히치콕, 영화감독으로서의 히치콕 등, 다양한 히치콕의 면모는 마지막 장 아니, 책의 100페이지까지만 읽어도 ‘히치콕’을 현실로 불러들인다.

“히치콕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현실세계의 배경과, 캐릭터와 아주 닮은 실생활의 인물들을 찾아다니면서 스스로 체험하는 과정을 즐겼다. 그는 사실성을 위해(히치콕은 트뤼포에게 ”나는 배경과 가구설비의 사실성에 굉장히 씁니다“라고 밝혔다) 상상력의 도약대로 삼기 위해 문서와 스케치와 사진들을 수집했다. 그는 늘 ‘리얼리티’를 만지작거렸다.

-본문 중에서-

윤철희 번역가의 섬세한 해석력과 문장 세공력은 여러 지인들의 도움으로 저자의 의도를 해치지 않고 히치콕을 입체적으로 살려놓는데 성공했다. 번역의 서투름과 오역 등으로 지금까지 맘 고생했던 이들에게 『히치콕 서스펜스의 거장』은 방대한 분량에 비해 ‘가장’ 술술 넘어가는 ‘가장’ 읽기 쉬운, 히치콕 관련 서적으로 남을 것이다.

“너무나 상세하면서도 재미있는 책이라 향후 20년 안에 새로운 히치콕의 전기는 필요 없을 것 같다”라고 추천사를 쓴 북리스트에 말에 절대 공감하는 순간이다. 이렇게까지 장대하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했는데도 망설이는 이가 있다면 이런 말을 충고해주고 싶다. 일단 이 책 겉모습 가오가 장난 아니다. 책장에 꽂아만 있어도 책 주인의 관심사가 남다르고 지적임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과시용으로도 딱!

2006년 6월 7일 수요일 | 글_ 최경희 기자
7 )
qsay11tem
볼만하게네요   
2007-11-24 15:14
kpop20
책으로 된 영화인가   
2007-08-15 02:16
kpop20
과시용 책이라...   
2007-05-16 22:10
hsetoctoc
영화얘기?^^   
2006-06-13 20:52
ssang2z
예전에 필름포럼에서 히치콕전 할때 팔던데,,가격이 좀 세지만..그만한 값어치가 있음..   
2006-06-10 13:50
kkkooo
ㅜㅜㅜㅜ 정말 갖고 싶은 책이네요......   
2006-06-08 10:55
coma84
우와~ 책이 멋지게 나왔네요.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히치콕 영화 많이 좋아하는데   
2006-06-08 02:19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