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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포인트
귀신도 힘을 쓰지 못한 전쟁의 공포 | 2004년 8월 18일 수요일 | 최동규 기자 이메일

전쟁 호러라는 장르는 모호했다. 전쟁에서 죽은 원혼의 복수인지 혹은 전쟁에서 서로 죽여야하는 미쳐가는 인간들의 모습인지 장르의 겉모습만 가지고는 알기 어려웠다. 대부분 호러라는 단어 때문에 무서운 이야기로 짐작하는 정도밖에는 답이 없을 것이다. 굳이 <알포인트>의 장르를 이야기 하자면 인간의 욕심과 전쟁의 상처를 다룬 스릴러가 옳다.

<알포인트>는 주연인 감우성이 있기는 하지만 9명의 병사 모두가 공동 주연이라 해도 무방하다. 서로 기존의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 주면서 누구인지 확실히 관객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다. 관객들이 누가 누구인지 알아갈 동안 영화는 큰 사건 없이 흘러가고 있다. 눈을 잃은 병사의 “알포인트에 갔었던 모든 병사들이 죽었다”는 증언에도 불구하고 죽었다는 통신병의 무전은 계속 들려오고 상부에서는 죽었다는 증거를 찾아오도록 지시한다.

모든 전쟁 영화의 필수 조건인 상부의 불합리성을 굳건히 따라가고 있다. 이것은 비중은 약하지만 중반이후 중요한 사건의 계기가 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전쟁 영화에서 다루어졌던 내용이나 캐릭터들을 차용해 관객들이 부담감을 줄여주고 있다. 하지만 감독은 편한 길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월남전의 아픔을 그려내기 위해 가족 때문에 형 대신 군대에 오게 되고 돈 때문에 자녀들을 두고 온 나이 많은 병사 등의 에피소드들은 현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다.

감우성은 <거미숲>에 이어 히스테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연기보다는 상당히 나아진 모습으로 영화전체를 이끌어 가는데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거미숲>에서와 마찬가지로 노골적인 정신적 분열증상과 망상 혹은 귀신을 느끼는 것들은 영화를 이해하는데 공포를 조성하기는 하지만 너무 추상적인 방향으로 치중되고 있다. 공포의 대상을 다른 영화들처럼 귀신이나 한 맺힌 영혼 등으로 규정화지 않은 설정은 참 독특한 느낌이다.

거기에 미군 병사들의 출현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잠시 안도의 숨을 쉬게 하지만 오히려 더 큰 충격으로 몰아가기위한 장치라는 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이렇듯 <알포인트>는 흔하고 뻔한 것 같지만 색다른 공포를 선사함으로서 다시 한번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비록 그 메시지와 눈에 보이는 공포가 약할지는 모르지만 그 속에 보여주는 공포는 어느 영화 못지않게 자아내고 있다.

<알포인트>는 <지옥의 묵시록>의 철학적 이야기와 <데스워치>의 전쟁 속 황폐함의 공포를 그대로 이어받아 발전시키려고 노력한 흔치 않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9 )
whitetg
무척 기대가 되는 작품이군요..   
2004-09-0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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