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관람안내! 히스레저가 영화를 살리고, 영화가 그를 살렸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 2009년 12월 21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사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하<파르나서스>)은 제작 초기에만 해도 그리 대중의 관심을 끄는 작품이 아니었다. <브라질>, <12몽키즈>, <그림형제-마르바덴 숲의 전설> 등으로 잘 알려진 노장 감독 테리 길리엄이 버티고 있기는 했지만, 그의 작품이 어디 대중적이었던가. 일부의 골수팬이야 손꼽아 기다렸을지 몰라도, 팀 버튼과 기예르모 델 토로에게 마음을 빼앗긴 다수의 대중에게 테리 길리엄의 인기는 <그림 형제-마르바덴 숲의 전설>의 실패 이후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파르나서스>에 대한 대중의 뜨뜻미지근했던 관심은 촬영 도중 뒤집혔다. 예상하겠지만, 그 중심에는 2008년 1월 영화 촬영 도중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가 있다. 히스 레저의 유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비상한 주목을 받은 영화는 히스 레저가 완성 못한 부분을 그의 친구들인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이 대신한다는 점이 더해지며 또 한번 이슈를 낳았다.(그들은 각각 상상 속 세계에서 토니를 연기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고 가면, 영화는 히스레저의 유작이란 점을 제외하고는 큰 감흥을 남기지 못한다. 어쩌면 이 영화가 주는 진정한 상상의 묘미는 2년 전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의 새로운 모습을 2010년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도 계속 볼 수 있다는 점일 게다.

떠돌이 이색 유랑극단 상상극장의 단장 파르나서스 박사(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악마 닉(톰 웨이츠)과의 내기에서 이겨 영생의 삶은 얻는다. 하지만, 늙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영원의 삶이 행복하지만은 않다. 결국 그는 젊음을 대가로 악마와 거래를 하고, 대신 사랑하는 여자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16번째 생일날 닉에게 바치겠다는 약속을 한다. 시간이 흘러 예정된 시간이 다가오고, 파르나서스 박사를 딸(릴리 콜)을 구하기 위해 악마 닉과 또 한번의 대결을 한다. ‘5명의 영혼을 먼저 사로잡기’가 그것인데, 그런 박사 앞에 정체불명의 사기꾼 토니(히스 레저,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가 나타나면서 사건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당신은 히스 레저를 보기 위해 극장을 갔다가 테리 길리엄 할아버지의 불친절하고 기괴한 농담에 설득당해 극장 문을 나서게 될지 모른다. 할리우드에서도 괴짜로 통하는 테리 길리엄은 역시 테리 길리엄이었다. 아무리 히스 레저와 그의 톱스타 친구들이 나온다고 해도, <파르나서스>는 테리 길리엄의 인장을 오롯하게 박고 가는 ‘테리 길리엄표 무비’다. 테리 길리엄 전작들 대부분이 그랬듯, 이번에도 그의 관심은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지’에 집중 돼 있다.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로 꼽혀 온 이력이 무색하지 않게, 그는 영화 안에 강렬한 색감과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을 선보인다. 하지만 ‘딸을 구하기 위해 5명의 영혼을 사로잡는 내기를 한다’는 모티브가 지닌 강력한 동력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때론 지루하고, 때론 요란스럽다. 강렬한 비주얼이 거듭되며 점점 화려해지는 영화의 몸집을 지탱할 만한 개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화는 영혼을 사로잡힌 인물들이 어떻게 되는 가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전달해 주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파르나서스>는 이미지는 고색창연한데, 이야기는 무성하고, 메시지는 허공에 겉도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천년의 삶을 산 파르나서스 박사에게 덮어씌울 수 있는 에피소드의 부재 역시 안타까운 부분이다. 예컨대 그가 살면서 맞는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랄지, 사회적 관념의 변화, 대중문화의 변천 등이 뒤 섞였으면 영화가 좀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란 얘기다. 영화는 아주 짧은 ‘플래식 백’과 ‘한 줄의 내레이션’으로 파르나서스 박사가 세인들에게 잊혀진 과정을 설명할 뿐이다. 이건 마치 CD음원이어야 할 그의 인생을 MP3파일처럼 한 장에 압축해 놓은 것 같은 허무함을 준다. 인간의 욕망과 그것이 주는 메시지가 허공에 겉돌아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에게 기인하리라.

이러한 여러 이유로 히스 레저의 마지막 유작이 <파르나서스>로 기억되는 건, 살짝 서글프다. 영화에서 히스 레저의 연기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카리스마가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의 연기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건, 토니의 욕망이 드러나는 핵심적인 부분을 레저 대신 다른 배우들이 채우고 있는 이유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네명이 하나의 캐릭터를 공유한 탓에 토니라는 인물이 다소 애매한 캐릭터로 변한 부분도 있을 테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쉽다. 차라리 잭 니콜슨을 뛰어 넘는 새로운 존재론적 조커를 보여준 <다크나이트>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어진다. 그랬다면, 기록의 역사인 영화에서 그의 유작은 <파르나서스>가 아니라 <다크나이트>로 영원히 남겨졌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몇몇 장면에서 관객은 히스레저의 삶과 묘하게 맞물린 토니의 모습에 묘한 감흥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토니의 또 다른 자아로 등장한 조니 뎁이 일찍이 요절한 배우들을 언급하며, “그들은 젊음을 간직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대사를 할 때는, 뭉클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조니 뎁의 촬영이 히스 레저의 죽음 이후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는 히스 레저를 위해 삽입된 대사가 아닌가 예상된다. 또한 테리 길리엄은 영화 마지막에 '히스 레저와 친구들의 영화'라는 문구를 담아냈는데, 헌정 작품으로는 의미 깊은 작품임에 틀림없다.

2009년 12월 21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년 전 세상을 떠난 히스레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니, 감격
-히스 레저를 위한 뭉친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 이 무슨 초호화 캐스팅?
-테리 길리엄의 골수팬이라면 주목하시라
-그래서 영혼을 사로잡힌 사람들은 어떻게 됐다는 거야? 결론이 시원치 않다
-테리 길리엄 할아범도 이젠 늙었네
30 )
a041694
다크나이트에서 워낙 인상적이고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긴 했지만..파르나서스도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2009-12-23 09:28
gaeddorai
이미지가 흥미로운 영화였음   
2009-12-23 01:04
mooncos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이야기의 이미지가 환상적   
2009-12-23 00:43
kooshu
보고파요   
2009-12-22 18:16
bjmaximus
의외로 주목을 못 받는 듯.   
2009-12-22 16:04
kankcw
기자님이 말하는 "유작이 작품성이나 연기력에서 뛰어나지 못해 아쉽다는"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네요.
영화배우들이 언제나 좋은 작품을 선택할수 만은 없고,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 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기자님이 언급하신대로 이 영화는 초기엔 주목받지 못하는 영화였잖아요.
특히나 죽은 사람에게 유작이 아쉬운 작품이라느니..이런 말 하는건 그 의도가 궁금합니다. 물론 이 영화평은 산자들을 위한 영화평이지만, 영화배우도 사람인데..영화평 후반부에 "유작'에 대한 아쉬움을 강조하는 부분은 히스레져를 사랑했던 팬으로서 조금 불쾌합니다.
히스레져의 '패트리어트','기사윌리엄','브로크백 마운틴','다크 나이트', 아임 낫 데어'등등 모두 소중한 작품입니다. 파르나서스도 보진 않았지만, 기대하고 있구요.
유작이라고 부르기엔 아쉬운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그 발상이 그의 팬으로서, 잔인하게 들립니다.   
2009-12-22 15:54
cgv2400
궁금해요   
2009-12-22 14:05
kaminari2002
그래도 초초화캐스팅, 흥미로운 이야기에 보러갑니다~ ㅋ   
2009-12-22 11:45
1 | 2 | 3 | 4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