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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평가! 그놈과의 기묘한 로드무비!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 2007년 4월 9일 월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아내’ 그리고 ‘애인’, 이 미묘한 단어의 결합만으로도 불길한 영화의 제목은 ‘만나다’ 에 이르러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내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는 그놈과의 만남, 마치 ‘복수는 나의 것’을 부르짖으며 칼부림이라도 한판 벌여야 할 것 같은 그는 오히려 '적과의 동침'까지도 무덤덤하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영화는 태한(박광정)의 소심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시작부터 진지하게 도장 파는 일에 열중하는 태한이 완성한 도장이 찍어낸 글자는 '씨발'. 의미심장한 웃음을 유발시키는 신경질적인 표정의 이 남자, 딱 한마디를 뱉어낸다. ‘내 아내가 바람이 났다.’ 그리고 태한은 그놈을 찾아간다. 내 아내의 애인인 바로 그놈.

그저 밥 잘 먹고 다니는지 살펴보러 갔을리가 만무함에도 그놈과 만나고 헤어질 때까지 감흥없는 태한의 태도는 추후에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들의 우연적 맞물림을 통해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의 기이한 속성을 지극히 평범하고 무덤덤한 화법으로 완성해버린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특수한 현실이다. 아내의 애인과 함께 떠나는 낙산으로의 여정에서 태한에게서 발견 돼야 할 분노와 증오의 날카로운 눈빛을 대신 채우는 건 무심한 관찰과 응시다. 그곳에서 태한은 느닷없이 중식과 배드민턴을 치고 물놀이도 한다. 또한 난데없이 굴러 내려온 수박들을 함께 주워 먹기도 한다. 그렇게 아내를 만나러 가는 애인과의 기묘한 동거에서 태한은 무력할 뿐이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아내의 애인인 택시 기사와 아내의 남편이 함께 떠나는 기묘한 여정의 로드 무비다. 아내의 애인 중식(정보석)을 찾아 나선 태한은 그놈과의 대면앞에 의외로 차분하다. 그것은 아무래도 그놈을 만나기 전에도 거울을 보며 무슨 말을 할까 연습하는 태한의 극단적 소심함 때문도, 처음 보는 태한을 형님이라 부르는 중식의 미워할 수 없는 붙임성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마치 수컷이란 속성의 비루함에 대한 연대감처럼 두 남자의 모양새가 기묘하게 어울리는 탓이다. 그것은 지독한 소심함에 갇힌 태한이나 과장된 자신감에 젖은 중식의 모양새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꼿꼿한 수탉의 모가지만큼이나 비루한 자존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쿨하게 사랑을 읊어대던 중식이 결국 태한에게 뒷통수를 맞으며 겉과 속이 다른 수박의 모양새처럼 양면적인 심성을 드러낼 때 천박한 남정네의 심성이 드러난다. 중식도 결국 전전긍긍하던 태한과 별다를바 없는 수컷인 탓이다.

상징적인 사물의 배열과 은유적인 연기로 채워진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쉽게 읽혀지는 영화는 아니다. 서투름인지 난해함인지 쉽게 구분이 가지 않는 영화의 화법을 유연하게 만드는 건 상황이 빚어내는 웃음에 있다. 또한 그런 웃음들은 배우들의 역량에 큰 빚을 지고 있다. 마치 서민을 위한 불륜 드라마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소박한 정서로 채워져 있다. 특히나 최후반부 결국 의도하지 않게 거사를 치른 태한과 중식이 옥신각신하는 장면은 소시민의 일상적 기운을 담고 있다. 불륜 드라마지만 불륜의 정서가 느껴지지 않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소박하면서도 특이하다. 이색적인 불륜 드라마가 빚어낸 중년 남성들의 기묘한 로드무비는 공허한 여운을 남기며 특별한 체험으로 기억될 만하다. 더군다나 로드무비의 미덕인 눈요기까지 즐길 수 있다면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기대 이상의 꺼리가 된다.

2007년 4월 9일 월요일 | 글: 민용준 기자




-별스럽지 않은 불륜 이야기를 엿보고 싶다면!
-스타급 배우가 없는 영화의 완성도를 염탐하고 싶다면.
-저예산 영화의 발랄한 상상과 시도를 즐길줄 아는 이라면!!
-불륜이란 소재가 그대의 이성을 분노하게 한다면!
-스타 배우없는 영화가 그대의 흥미를 유발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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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oy
오잉? 흥행성과 작품성의 별이 바꼈네요... ^^ 수정부탁~   
2007-04-09 11:42
bjmaximus
박광정 영화 주연은 처음인가? 리뷰 잘 읽었습니다.   
2007-04-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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