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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예정된 수순을 잘 따르는 서바이벌 게임쇼
10억 | 2009년 7월 30일 목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독특한 스타일과 호주 로케이션으로 화제를 모은 <10억>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 영화 소식이 들렸을 때는 버라이어티쇼라는 TV 트렌드와 서바이벌 생존게임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박해일, 신민아, 박희순, 이민기, 정유미 등 출연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장르, 생경한 아이템, 이국적인 정취 등 기존의 한국영화와는 차별화되는 요소들도 확보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지는 10억(사실은 100만 달러)의 상징성, 인물의 심리를 관습적으로 풀어가는 진행, 정형화된 캐릭터, 예상 가능한 이야기는 독특한 형식의 영화에 아쉬운 작용을 했다.

사회 고발 다큐멘터리를 찍는 프리랜서 PD 한기태(박해일), 생계형 아르바이터 조유진(신민아), 해병대 출신의 고층빌딩 유리닦이 박철희(이민기), 고시생 김지은(정유미), 증권회사 펀드 매니저 최욱환(이천희), 술집 호스티스 이보영(고은아), 수영선수 홍수연(유나미), 식탐 백수 하승호(김학선) 등 8명은 10억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TV쇼에 참가한다. 게임을 할 때마다 한 명씩 탈락하는 게임이었지만, 탈락은 실제 죽음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중간에 게임을 포기할 수는 없다. ‘육지 속의 무인도’ 서호주 퍼스 지역에서는 아무리 걸어도 사람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이들의 생존게임을 주도하는 이는 광기어린 장PD(박희순). 그는 파트너였던 카메라기사(정석용)까지 살해한 후, 최후의 생존자를 가리는 게임을 멈추지 않는다. 참가자의 모든 행동은 인터넷으로 중계되면서 이슈가 되지만, 보는 이들이나 참가자들 모두 게임의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 한다.

<10억>은 말 그대로 10억이 걸린 리얼 서바이벌 TV쇼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쇼에 참가한 8명의 참가자는 각기 나름의 이유로 게임에 참가하지만, 게임의 탈락자는 곧 죽음을 맞는다는 사실을 알고 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영화는 제한된 장소와 한정된 인원이라는 조건 안에서 숨통을 죄여오는 긴장과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을 다룬다. 그 과정은 우리가 익숙하게 봐 온 리얼 버라이어티 TV쇼처럼 진행된다. 게임으로 탈락자를 뽑고, 남은 사람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한다. 탈락이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 사람들은 게임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게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순간, 이미 그것 자체가 바로 살아남기 위한 진짜 게임이 되는 것이다.

조민호 감독은 인간이 인간을 실험하는 처절한 환경을 만들었다. 죽음으로 귀결되는 파괴의 과정 속에서 강하게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인간의 본성에 초점을 맞췄다. 처음에는 경쟁을 하던 사람들도 희생자가 늘어나자 서로를 돕고, 지켜주고, 사랑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배신도 하는 등 삶을 향한 여러 본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극한의 상황에서의 심리 변화는, 이미 장르를 달리한 여러 영화에 자주 등장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영화들이 만들어놓은 관습적인 규칙을 깨뜨려 새로운 형식과 재미를 찾아내지 못한 것은 이 영화의 최대 약점이다. 또한 충분히 짐작 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흐름 역시 관객과의 두뇌 싸움에서 백기를 든 셈이다.

우리가 서바이벌 생존게임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아이디어들이 떠오를까. 세상과 격리된 낯선 장소에서 죽음을 맞는 탈락자들. 이상한 낌새를 간파한 생존자들은 힘을 합쳐 그곳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고, 그 와중에 갈등으로 다투기도 하고, 의지도 하고, 연민의 감정도 키운다.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고 전략을 세워 쇼의 진행자에 대항하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돈에 욕심을 내며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이들이 생기고, 또 결국은 어떤 식으로든 한 사람만이 살아남게 된다. 그리고 그 게임의 실체와 존재 이유가 밝혀진다. 대략 이런 식이 아닐까?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그 사이에 어떤 함정이 있으며, 어떻게 반전의 요소를 드러내나 하는 등의 디테일한 부분까진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전개는 이런 것들이다. 안타깝게도 <10억>은 예상 가능한 여러 요소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완전히 그릇된 방향으로만 나가는 것만은 아니다. 최근 유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진행 방식이나, 케이블에 난무하는 TV쇼와 인터넷을 통한 대중의 가벼운 반응 등 외형적인 요소들로 차별화를 보인다. 이러한 형식에 치중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우려와 모든 컨텐츠를 재미로만 치부하는 행태를 지적한다. 영화 속에서 이 게임이 기획되고 진행된 이유는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 때문이다. 방관자로서, 군중 속의 무책임자로서, 정의가 사라진 이기적인 세상에 대한 한탄이다. 여기에 현실 세계의 나와 인터넷 속, 혹은 렌즈 속의 나의 다른 모습도 부각시킨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만을 지키려는 인간의 본성은, 이미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형태로 꾸준히 드러나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인물의 심리가 더욱 부각된 데에는 서호주의 광활한 자연도 한 몫 한다. 서호주 퍼스 지역은 그 동안 영화 촬영은 고사하고 단기간의 화보 촬영도 금지된 곳이었다. 자연 경관 보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탓에 아주 까다롭게 촬영 허가를 얻을 수 있었다. 허가 이후에는 영화 내용이 아닌, 제작진의 실제 생존게임이 시작됐다. 호주 산림감시원의 감시와 규칙을 잘 따르면서도 원하는 영상을 얻어야 했고, 음식물 반입과 화장실 설치도 금지됐기 때문에 작열하는 태양에 맨몸으로 맞서야 했다. 화장실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화장실 셔틀 버스로 해결했다. 30일이라는 짧은 촬영 기간 동안 전체 영화의 90% 분량을 촬영하기 위한 제작진과 배우들의 사투는 처절할 정도였지만, 덕분에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영상을 볼 수 있게 됐다.

10명의 이름값 하는 배우들이 총집합했다는 것으로도 관심을 받는다. 영화가 오롯이 이들에 의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캐릭터의 비중을 균일하게 배분하고, 각각의 성격을 잘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의 외적, 내적인 변화는 영화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아쉬운 점은 그것이 전형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10명의 주요 캐릭터는 객관적으로 많은 수지만, 그들만으로 영화를 꾸려나가기엔 또 부족한 수이기도 하다. 이러 이유로 생활력 강한 생계형 아르바이터가 최후의 생존자가 되고(스포일러 아니다. 영화는 생존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해병대 출신은 몸을 쓰며 욕을 해대고, 펀드 매니저는 물욕이 강하고, 백수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며, 호스티스도 삶에 대한 진지함이라곤 전혀 없는 아무 생각 없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나마 박희순이 연기한 장PD는 복합적인 요소를 갖춘 인물이다. 하지만 과거의 슬픈 기억을 갖고 있을 뿐, 미치광이 캐릭터에 더 치우쳐 있다.

<10억>은 새로운 장르와 형식, 이국적인 볼거리, 다양한 배우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야기와 전개 방식이 관습적이라는 점은 아쉽다. 여러 가지 한정된 상황을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되는 탓에 이야기 자체를 확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새로운 캐릭터와 관객의 예상을 뛰어넘는 아이디어의 부재는 이 영화가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에 제동을 걸었다. TV에서 진행하는 버라이어티 쇼를 따라가는 마음으로 이들의 힘든 여정에 동참할 수는 있으나, 그것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은 <10억>이 지닌 객관적인 가능성과 기대에 반하는 행위다.

2009년 7월 30일 목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잘나가는 젊은 배우들 총집합
-서호주 퍼스 지역의 원초적인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자연 다큐멘터리 기능
-리얼 버라이어티 TV프로그램을 보는 재미
-긴장감, 반전, 독특한 아이디어는 부족. 비슷한 영화들이 보여줬던 딱 그 수준
-영화 속 작열하는 태양, 보기만 해도 덥구나
-메리 크리스마스? 아, 이런 대사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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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yok11
예정된 수순을 잘 따른다는 건 흐름에 대해 예상도 가능할 듯 하네요   
2009-07-31 08:18
kaminari2002
생각보단 밍밍한 평가네요   
2009-07-30 23:27
ffoy
메리 크리스마스~~ 정말 [러브레터]의 오겡끼데스까와는 달리 손발이 살짝 오그라 들뻔! ㅋㅋㅋ 근데 전 굉장히 만족한 영화, 작은 영화인데 꽤 웰메이드인데다가 외화로는 흔하지만 한국영화로서 이런 배경으로 이런 소재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너무 반갑네요;   
2009-07-30 22:26
ooyyrr1004
<10억>기대하고 있는데.. 무비스트의 평은 별로 좋지는 못한편이네요 으으ㅇ므 그래도 보고 싶당 ㅋㅋ   
2009-07-30 18:30
kwyok11
긴장감, 반전, 독특한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면 평이 그리 좋은 것 같진 않네요.점수도 그리 높지 않고..그렇군요   
2009-07-3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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