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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멜로영화의 블록버스터 '외출' | 2005년 8월 23일 화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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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의 영화에서 사진사, 음향감독, 그리고 무대조명 감독으로 등장하는 남성 주인공들의 직업은 스쳐지나가는 한 순간을 영원으로 잡고 싶은 욕망에서 출발한 직업들이다. 마치 변해가는 사랑에 속절없이 안타까워하듯이 말이다.

<외출>의 ‘인수’(배용준)는 그 변해가는 사랑을 인정하면서 스스로 새로운 사랑을 향해 떠나가는, 허진호의 작품 중에서 최초의 ‘능동적’ 남성상을 그린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말하던 허진호 감독의 ‘사랑론’은 <외출>에서 변심한 사랑은 잊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길을 나섰다. 삼척으로 가는 낯선 터널은 현재의 삶과는 동떨어진 공간으로 주인공을 이동시켰고 거기에서 각자의 배우자의 불륜을 확인한 (예고된) 두 연인은 먼 길을 떠나는 유랑자처럼 새로운 사랑에 몸을 맡긴다.

두려움과 욕망 그리고 낯선 관계 사이에서 모든 것은 혼란스럽다. 세트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찍기를 좋아하는 감독의 스타일은 이런 불안감을 포착하는 데 탁월하게 실력 발휘한다. 그러나 문제는 욘사마 열풍의 주인공 배용준이 연기한 ‘인수’와 손예진이 분한 ‘서영’의 불륜이 공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의 동의표는 얻어냈는지의 여부다.

각자의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른 상태에서 마치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사랑에 빠져드는 인수와 서영의 사랑은 우리의 기대보다 통속적이어서 감정적 동요를 끌어내지 못한다. 허진호 감독의 스타일이 신파를 멀리하고 상황마다 인물의 심리 변화에 클로즈업 효과를 일으켜 후폭풍 같은 정서적 파장을 일으키는 형식이기에 이 가슴 아픈 불륜은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확실히 ‘상황’을 내세우고 있다.

전화벨이 울리고 인수는 후배에게 “집에 일이 생겼다”하면서 뛰쳐나간다. 아내의 사고소식에 놀라움과 두려움에 떨었을 텐데, 친한 후배에게조차 속마음을 터놓지 않는 캐릭터 성격은 전작 <봄날은 간다>와 <8월의 크리스마스>의 남자주인공들과 비슷하다. 인수와 서영이 배우자의 불륜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이들은 격하게 분노에 떨기보다 멀찌감치 떨어져 사실을 마치 훔쳐본 이들처럼 조용히 숨죽여 흐느낀다. 아니면 혼자 남아 통곡할 뿐이다


이렇듯 감정을 자제하는 인물 설정과 드라마틱한 상황을 배제하는 연출 방식은 한국 멜로의 ‘신파성’을 제거한다. 그러나 문제는 소재에서 오는 기대감이다. 각자의 배우자에게 배신을 당한 당사자끼리 사랑에 빠진다는 ‘역불륜’ 상황은 시작부터 최고점의 감정에서 출발하는 사랑이기에, 자꾸만 감정을 걷어내는 형식의 감독 연출스타일과 충돌을 일으킨다. 과거의 사랑(부부의 사랑)을 망각하고 현재의 사랑(인수와 서영 간의 사랑)에 감정적 이해에 몰입을 해보려고 해도 <외출>은 불륜을 아름답게 포장한 영화라는 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드라마틱한 감정을 자제했는데도 불구하는 영화는 너무나 ‘통속적’이다. 신파로 빠지지 않으려는 감독의 자의식이 관계와 관계 사이에서 생기는 다른 빛깔의 사랑을, 같은 색깔의 감정(‘8월의 크리스마스’의 사랑형식)으로 섞어버린다. 때문에 감정의 얼개가 촘촘하지 않아 보는 이들의 집중력은 떨어진다. 즉, 불륜의 사랑을 허진호 ‘식’으로 해석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배용준이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멜로영화의 블록버스터’ 시대를 연 <외출>이 ‘가출’로 마무리되지 않아, 이해까지는 아니더라도 공감의 의사는 표한다. 사실, 불륜관계가 들통 난 것도 모자라 교통사고까지 내고 병원에 드러누워 있는 배우자를 보고, 맞바람 안 피울 자신있는 사람 별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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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llzzang
흠~ 전 아직 나이가 어려보지도 못하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감이 다르니 보고 판단하시는게 어떨런지..   
2005-08-23 23:11
lover0429
너무 기대가 커서 기대를 채우기에 조금은 부족하리라는 생각이 들긴했습니다... 그래도 봐야할런지는 잘모르겠지만..   
2005-08-2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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