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금강산의 중간쯤에서
공공의 적 | 2002년 1월 22일 화요일 | 허리케인 박 이메일

■ 더 원!
매년 말이면 한국영화 파워 50인을 뽑는다. 비록 일개 잡지사의 연말 '특집 꼭지'에 불과하지만, 그 잡지사의 위력이 만만치 않은 터라 파워 50등의 서열이 주는 느낌은 국가공인기관에서 정해준 그것 보다 훨씬 더 현실감을 가진다.
한국 축구가 16등 안에 한 번 들어보겠다고 온갖 방벙을 동원하는데 반해 그분은 늘 묵묵히 1위를 차지하신다. 시드배정 없이도 어느 배급, 제작, 투자 어느 분야에서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시는 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만년 1위께서 영화를 만들었으니 누군들 용비어천가를 부르지 않을 수 없겠지만, '할 말은 하는' 조선일보부터 '할 말 못할 말 다 하는' 한겨레까지 <공공의 적>을 적군 취급 하는 매체가 없으니 이 또한 신기한 일이다.
정말 <공공의 적>을 바판하는 사람은 영화계 '공공의 적'이 되는 분위기인가?

■ 20%의 매력
아시안게임 권투 은메달 리스트로 특채된 강동서 강력반 강철중(설경구), 남들 두계급 승진할 때 경사(부소장)에서 경장을 거쳐 순경까지 두계급 강등된 강한 형사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고 오로지 공공의 적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으로 살인범 조규환을 쫒는다. 냉철한 이성, 과학적인 수사, 명석한 두뇌...그런거 없다. 오로지 감과 주먹과 끈질김으로 점점 조규환을 조여들어간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예쁜 아내의 남편, 펀드메니저로 수백억의 돈을 굴리는 엘리트중의 엘리트이자 존속 살인, 그냥 살인 등을 가난한 집 밥굶듯 해치우는 악한놈 조규환(이성재). 돈 때문에 부모를 죽였다. 경찰서 조사를 대비해 우는 연습을 한 다음 눈물까지 보이는 열연을 했지만 다리를 떤 이유로 강형사의 집요한 추적을 받는다.
나머지 사람들, 산수에 밝은 이안수, 마약상 대길이, 칼잡이 용만이, 엄하기로 소문난 엄반장.
어디서 이런 인물들을 모았는지 싶게 절묘한 캐릭터들과 오묘한 캐스팅이다. 단 한 장면을 나와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120% 발휘하는 것, 100은 배우의 몫이라 해도 20%는 감독의 능력이 아닐까. 배우의 능력 이상을 끄집어내는 감독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다. <공공의 적>이 매스컴에 아무런 적군을 두지 않는 첫번 째 이유인 듯 싶다.

■ 웃다가 나자빠진다더라
군더더기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던 인물까지 호탕하게 웃겨버리는 영화다.
"니들, 부모님이 이렇게 애지중지 하는데 나쁜짓 하면 못써!" 혹은, "나들같은 새끼들이 공공의 적이야!"라는 교훈 비슷한 것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엄청나게 웃기는 영화다. 강우석 감독의 전작에 비해 웃음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진 것 또한 느껴진다. '재미있는 영화가 좋은영화'라는 강감독의 지론에 충실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살인범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당연히 긴장감이 떨어지고 기막힌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어물쩡한 공간을 메꾸어가는 영화의 힘은 실로 놀랍다. 자질구레하게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앞뒤 상호 연관을 가지고 드라마에 몰입되는 힘이 있으며 희미한 주제를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실컷 웃겨주고 할 말 다 하는 영화, 두시간이 하염없이 즐거운 덕에 <공공의 적>이 화려하게 지면을 장식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 지리산과 금강산의 중간쯤에서
하지만, 새로움은 부족하다.
영화에 새로운 것이 얼마나 있을까? 모든 영화가 공통적으로 제일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일 것이다. 영화를 평함에 있어 진정 말장난이 될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새로움은 부족하다.
강우석 감독의 영화는 김상진표 영화, 혹은 김기덕표 영화로 대변되는 '색깔'을 분명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공의 적>이 우리 한국 영화가 주는 웃음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은 아니다. 다만 투캅스에서 느꼈던 웃음의 업그레이들 뿐.
금강산은 빼어나나 장중하지 못하고(秀而不莊) 지리산은 장중하나 빼어나지 못하다(莊而不秀)는 글이 있다. <공공의 적>은 지리산인 듯 하나 금상산인 것처럼 보이고 금강도 아니면서 지리산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빼어남과 장중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이유는, 아마도 철중의 분노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인가. 조규태의 살인행각이 약간 화가 나기도 하지만 강형사처럼 증오와 분노감이 일지가 않는다.
웃음의 강도가 너무 세기 때문인지, 현실세계가 더 험악해서인지, 아니면 내가 원래 악에 둔감한 나쁜놈이기 때문인지......아마도 셋 중에 하나일 것이다.
광고와 인터뷰와 각종 기사들로 도배된 매체들에서 '홍보 신기록'을 세운 만큼 극장에서도 흥행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 어쩌면 친구의 흥행 기록을 깰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레 점쳐본다.

(총 6명 참여)
ejin4rang
공공의 적은 누구   
2008-10-16 16:28
bjmaximus
<친구> 흥행 기록 깨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그래도 첫 주 34만 모아서 결과적으로 300만 넘은 건 엄청난 롱런과 뒷심이였다.   
2008-08-07 13:07
mckkw
다시봐도 재밌다   
2008-06-17 18:42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13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5:44
ldk209
강철중.. 한국 영화.. 최고의 캐릭터...   
2007-01-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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