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평가! 무척이나 심플해졌군!
엑스맨 탄생:울버린 | 2009년 4월 24일 금요일 | 박정환 객원기자 이메일


기존의 <엑스맨> 시리즈에서 울버린은 ‘고뇌하는 돌연변이’였다. 자가 치유능력 덕분에 불사에 가까운 존재지만 자신의 존재가 어디로부터 기원되었는가에 관해 항상 고민을 멈추지 않던 ‘기억상실증 환자’이자 ‘상념에 빠진 검투사’였다. <엑스맨>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이번 신작은 울버린의 시발점에 관하여 연대기적 관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영화다. 기존의 시리즈와 매한가지로 각기 개성 넘치는 돌연변이들이 이 영화에서 등장하긴 하지만 울버린 한 사람에게 포커스가 집중되기에, 각각의 돌연변이들에게 다양하게 포커스가 부여되던 기존의 <엑스맨> 시리즈와는 달리 포커스의 일원화가 구축된다.

이전의 시리즈에서 울버린의 전매특허 중 하나인 자아정체성의 고뇌는 이번 신작에선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울버린을 묘사하되 시리즈의 1편인 <엑스맨> 이전으로 되돌리면서 울버린의 기원에 관하여, 그리고 왜 울버린의 뼈는 아다만티움으로 구성되었는가에 관한 설명을 하면서 울버린이 자아정체성에 관해 왜 고민을 해야만 하는가 하는 시점으로 영화가 종결되기에 그렇다. 그렇다면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뇌가 생겨나기 이전에는 고뇌 대신, 울버린의 내면을 가득 채웠던 심적 동인은 무엇일까. 복수라는 심적 동인이 울버린의 내면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복수의 대상은 세이버투스라는 단수(單數)가 아니라 세이버투스를 포함한 복수(複數)의 대상이다. 울버린의 마음 가운데서 복수가 차지했던 자리는 이후 <엑스맨> 시리즈를 통해 자아정체성에 관한 고뇌로 대치됨을 관찰할 수 있다.

<엑스맨> 시리즈에서는 양자 대립 구도로 이야기 축이 진행되어왔다. 그 대립 구도는 사비에와 매그니토로 대변되는, 가치관이 서로 다른 돌연변이들의 양자 대립 혹은 <엑스맨 2>처럼 스트라이커와 돌연변이 연합군이라는 양자 대립의 모양새를 갖춰왔다. 이번 신작 역시 양자 대립이라는 기본 축을 빌려오면서 동시에 <엑스맨2>의 대립 구도와 흡사하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 웨폰 X 프로젝트의 창시자인 스트라이커가 왜 <엑스맨 2>에서 돌연변이들을 그토록 구렁텅이에 몰아넣지 못해 안달인가 하는 심적 동인이 이번 신작에서 밝혀지는데, 이런 스트라이커의 울버린을 향한 첨예한 대립각은 이후 <엑스맨 2>에서 연장되는 것이다. (윌리엄 스트라이커는 <엑스맨 탄생: 울버린> <엑스맨 2> 두 영화에서 모두 동일인물이다. 스트라이커라는 인물을 <엑스맨 2>와 비교선상에서 관람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울버린의 골격에 아다만티움이 주입될 때 왜 목숨을 저당 잡히고 주입받아야 하는가에 관해 호기심을 갖는 관람객이 있을지 모른다. 아다만티움을 세이버투스가 그토록 탐냈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라이커가 극구 말린 이유에 관해서는 <엑스맨 2>에서 데스스트라이커가 어떤 방식으로 최후를 맞았는가를 상기한다면 수긍이 갈 것이다. 기존 <엑스맨> 시리즈는 현란한 눈요깃거리만 제공하는 단순한 액션 히어로물이 아니었다. 한 예만 들자면 대중과 소수자의 관계성 가운데서 소수자의 정체성 유지하기와 같은, 일종의 정치적 화두를 여러 관점으로 내포하고 있었다. 하나 이번 신작은 울버린의 복수라는 일념 뒤에 숨겨진 속내 깊은 함의는 이전 시리즈만큼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신작에선 울버린이라는 주인공을 위시한 각 캐릭터들의 내면이 묘사는 되지만, 이전 시리즈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다양한 질감의 캐릭터 내면 묘사는 무척이나 심플하게 처리된다. 전작들 가운데에서 예를 들어보자면 - 팜므 파탈적 캐릭터로 이미지 혁신을 일궈낸 진, 아이스맨과의 정상적인 사랑을 위해 초능력을 반납하는 로그와 같은, 개성 넘치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내면 묘사가 제공되었었다. 하지만 이번 신작은 그러한 깊고 너른 연출에 인색하다. 단지 울버린 주위의 조력자 혹은 대립자 역할을 평면적인 캐릭터로 움직일 뿐이다. 그렇지만 다양한 내면 묘사 부재현상은 <블레이드> 방식의 쿨한 액션이 메워주기에 액션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신작 <엑스맨 탄생: 울버린>을 통해 눈이 호강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울버린의 호적수로 등장하는 에이전트 제로역의 다니엘 헤니는 눈을 시원하게 하는 액션으로 관객에게 짧지만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2009년 4월 24일 금요일 | 글_박정환 객원기자(무비스트)




-울버린이 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가에 관해 이전부터 호기심을 가졌던 관객. 이번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 답이 나온다
-휴 잭맨. 다니엘 헤니 두 남자의 훈훈한 기럭지를 스크린에서 목도코자 하는 관객. +_+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스트라이커를 <엑스맨2>의 스트라이커와 연장선 상에서 관람한다면 스트라이커가 왜 그토록 돌연변이를 혐오하는지 알 수 있다
-헐리우드에 따끈따끈하게 입성한 다니엘 헤니가 맡은 배역에 관해 불만을 갖게 될 관객
-작품성에 있어서 브라이언 싱어 <엑스맨> 시리즈 만큼의 퀄리티를 기대하고 있는 당신!
(총 24명 참여)
kisemo
잘 읽었습니다 ^^   
2010-04-04 13:52
naredfoxx
진짜 재밌게 봤음!   
2010-01-01 17:52
nada356
심플하면 지는거다.   
2009-12-05 22:39
iamjo
박쥐보고 이거 볼까나   
2009-05-06 23:32
volra
엑스맨은 2가 진리!!   
2009-05-04 01:14
hihiha11
거두절미 하고, 솔직히 재밌던데 ㅋ   
2009-05-02 21:05
nilikili
먼가 씁쓸한 뒷맛은.. 덜익은 살구를 베어먹은 듯한..   
2009-05-02 13:37
hoon2yu
지루할틈이 없는 빠른 전개, 내용은 버리고 볼거린 확실히 챙기고   
2009-05-0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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