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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우성, 서정 주연의 '거미숲' 촬영 현장을 가다
'거미숲' 촬영 현장에 감격만땅된 여기자의 '내멋대로' 현장기 | 2004년 1월 10일 토요일 | 심수진 이메일

남다른 동료애를 보여준 ‘거미숲’의 주연 배우 (순서대로) 장현성, 감우성, 서정
남다른 동료애를 보여준 ‘거미숲’의 주연 배우 (순서대로) 장현성, 감우성, 서정
#1. 프롤로그

영화 <거미숲> 촬영 현장을 떠나는 날, 기자는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하.필. 오늘이라니. 얼굴에 도깨비 가면을 방불케 하는 큰 뾰루지가 송송 나있으니, 마음은 즐거우되 찜찜한 기분을 영 가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의 얼굴에 뾰루지가 난 것이 촬영 현장과 무슨 상관이 있냐구요? 앗, 그건, <거미숲> 촬영 현장이 기자의 ‘본격적인’ 촬영 현장 방문이 되기 때문이다. 감독이나 배우들에게 ‘무비스트’를 대표하는 얼굴이 될 텐데, 이런 얼굴이래서야….

촬영 장소인 ‘전라남도 순천 조계산 선암사 숲’에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타면서부터 소심한 기자의 마음 속에 폴폴 피어나는 이런 쓸데없는 망상은 ‘질문이나 예리하고 재밌게 잘 하시지!’라는 무시무시한 환청에 의해 다행히 잠재워졌다. 그리고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환청과 동시에 어리버리 잠이 깬 기자는 출발한 지 4시간 남짓 만에 드디어 촬영지에 도착했음을 알게 됐다.

#2. <거미숲>에는 거미가 나올까?

현재 촬영이 90%이상 진행된 <거미숲>은 전체 시나리오 중 S#81, S#82에 해당하는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었다. 먼저 이 영화가 대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한 분들이 많으실 것이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송일곤 감독은 “이 영화는 순간을 영원으로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열망이 좌절되는 슬픈 미스터리다.”라고 말했다. 참, 멋들어진 말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줄거리를 살짝 공개하면 제보자들이 경험한 불가사의한 일, 믿어지지 않는 일의 실체를 파헤치는 프로그램 <미스터리 극장>의 PD 강민. 어느날 그는 유령이 나온다는 거미숲에 관한 제보를 받는다. 귀신이나 쫓아다닌다는 비아냥 속에 그는 취재 차 거미숲을 찾아가고 그곳에 전해 내려오는 슬프고 기이한 전설을 듣게 된다. 기억 속에 잊혀진 영혼들이 머무는 곳, 거미숲. 그 숲의 미스터리에 접근해 가던 강민은 뜻하지 않게 살해 현장을 목격하고 용의자로 몰린다. 그러면서 어쩌구 저쩌구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거미숲>의 내용이다.

이날 공개 장면은 바로 강민(감우성 분)이 ‘거미숲’에 관한 제보를 듣고 취재를 하러 가는 부분. 제보자인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진관의 여인 민수인(서정 분)을 만나 그녀의 안내에 따라 거미숲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앞서 이 영화의 연출을 송일곤 감독이 맡았음을 밝혔으니, 혹시 이 숲에서 거미가 뚝뚝 떨어지거나 하는 엽기적인 내용이 아님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소풍>, <간과 감자>와 같은 단편들과 디지털 장편 로드 무비 <꽃섬>을 연출했던 송일곤 감독이니, <거미숲>이 비록 미스터리물이라고 해도 그 내용은 다른 미스터리 장르 영화와는 뭔가 차별화된 것이지 않겠는가(아직 뚜껑을 열어보지 않았으니 장담할 순 없지만 말이다).

‘숲’이 들어가는 영화의 제목처럼 이 영화는 전체 분량의 60%가 숲이 배경이다. 기자가 찾아간 ‘전라남도 순천 조계산 선암사 숲’이 그곳. 버스에서 내린 이후의 얘기를 이제 본론적으로 펼치겠다. 버스가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한계 지점까지 도착한 후, 기자를 포함한 다른 기자들은 모두 15~20분 간을 열심히 등반한 끝에 촬영 장소에 다다랐다. 힘들어서 헥헥거리며 걷다 보니 이 영화의 스태프들과 배우가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쩝, 고생한 만큼 영화가 잘 나와줘야 할 텐데!).

감독과 세심한 연기 조율을 하며 진지하게 연기하는 감우성, 서정
감독과 세심한 연기 조율을 하며 진지하게 연기하는 감우성, 서정
30-40m 길이의 전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선암사 숲은 급박한 경사는 아니어도 잔 나뭇가지들에 툭툭 채이기 일쑤여서 ‘산책’이라는 낭만적인 어휘를 떠올리기엔 다소 적합지 않은 곳이었다. 추위에 시달리는 나뭇가지들이 할퀴어 대는 맵싸한 기운은 당해보지 않고는 모르실 거다. 산속이니 날이 저물기 전에 찍어야 할 예정 분량을 서둘러 찍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의 마음은 무척 분주해 보였다.

#3. 배우들에게 매혹되다!

배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두근 반 새근 반이었던 기자는 옆을 스쳐지나가는 감우성과 서정, 장현성을 보고 (속으로) 너무나 열광했다. 특히 감우성은 연이은 강행군으로 현재 몸이 많이 지쳐있는 상태라고. 그래선지 눈매가 옴폭 들어가 더욱 깊이있고 고독한 눈매를 지니고 있어, 시종일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른 매체에서 인터뷰를 할 때 ‘소머즈’가 되어 슬쩍 엿보니, 감우성은 생각보다 유머 감각이 철철 넘치는 배우였다.

예를 들면 잠시 촬영이 없을 때, 감우성에게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는데, 다시 촬영 사인이 나면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영업하러 가야 한다.”는 재치있는 말로 인터뷰를 중단하는 것. 특히 <거미숲>에서 강민의 중학교 동창인 강력계 형사를 맡은 장현성과는 주고 받는 대화의 쿵짝이 너무나 잘 맞는 다정한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이런 저런 모습을 보니, 감우성은 딱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준영’의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섬>에서 너무나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준 서정은 영화 속에서 보아왔던 그 독특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상당히 따뜻하고 정감어린 모습이었다. 그 여성스러움이 숲속의 바람과 공기를 가르고 기분좋게 날아들었다. 허나 인터뷰를 했던 기자가 깜박 잊은 질문이 있어 다시 질문하러 갔을 땐 역시 친절하고 조용조용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었으나 이미 기자의 얼굴은 잊은 듯 했다(그놈의 뾰루지 때문이다!).

한편 <나비>, <불어라 봄바람>등의 필모그래피와 연극 <지하철 1호선>, <프루프> 등에서 예사롭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 장현성은 기자의 마음 속에 하트 하나를 새겨주었다. 감우성이 ‘연극계에선 넘버 2’라고 재치있게 소개시킨 장현성은 감우성과 비슷하게 어딘가 냉소적인 어투를 지녔으나, 섬세하고 다정스러운 면모가 말 속에 담뿍 배어있었다(감우성도 마찬가지!). 기자가 장현성에게 인터뷰를 하느라 와이어리스를 내밀었는데, 너무 추운 나머지 오들오들 떨어대자 친절하게도 “추우신 것 같다”며 다정스럽게 팔뚝을 잡아주었던 것(호들갑 떤다고 너무 타박하지 마시라).

두분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으니 블랙코미디 배우들같아여!
두분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으니 블랙코미디 배우들같아여!
#4. 에필로그

처음엔 잘 몰랐으나, 있다 보니 선암사 숲 속은 추위가 강도를 더해가며 엄습해 왔다. 그 속에서 많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산 속의 추위와 따가운 나뭇가지 등에도 아랑곳없이 정열적으로 영화를 찍고 있는 <거미숲> 촬영 현장. 모쪼록 이 영화의 촬영이 무사히 잘 끝마쳐져, 개봉 예정인 5월 중순에 범상치 않은 영화 한 편을 관객들에게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 다음은 참석한 배우들을 비롯해 모든 기자들이 손이 꽁꽁 발이 꽁꽁 얼어가며 진행된 공동 인터뷰(촬영 때문에 송일곤 감독은 참석하지 못했다).

Q.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해 설명
A. 감우성: 저는 불행한 사연을 안고 있는 강민 역을 맡았습니다.
서정: 수인은 곤란에 빠진 한 남자를 인도하는 한편 연민을 느끼는 신비로운 여인입니다.
장현성: 제가 맡은 강형사는 사건을 파헤쳐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입니다.

Q. 영화를 찍으며 특히 어려운 점
A. 감우성: <거미숲> 촬영은 95% 정도 끝났습니다. 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겨울인데 대부분의 장면이 야외에서 촬영됐다는 점이죠. 또 시간당 찍어야 하는 분량이 많았기 때문에 소화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 터울이 길지 않아 오히려 집중력을 높일 수는 있었습니다. 또 수면 시간도 부족했고 기온이 낮아서 좀 힘들었습니다.

Q. 실제로 이 영화에 나오는 거미숲 같은 공간에 떨어진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A. 서정: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겠죠.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진리를 찾아 정처없이 떠나지 않았을까요?
감우성: 영화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숲은 그리 아름답기만 한 공간은 아닙니다. 게다가 제가 원래 숲을 무서워합니다. 어렸을 적 <엑스칼리버>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거기서 기사들이 숲에 매달려 죽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영화 속 그 숲이 이곳과 매우 비슷합니다. 만약 혼자 있다면 견딜 수 없겠죠.
장현성: 저는 숲이 낮에는 좋고, 밤에는 무섭습니다. 낮에는 실컷 놀다가 저녁이 되면 얼른 도망쳐야겠죠(웃음).

Q.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느낌은?
A. 감우성: 보시면 아시겠지만, 출연하시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모두 각자 맡은 역할들을 잘 소화하신 것 같습니다. 배우들끼리 호흡이 잘 맞고요, 서정씨나 장현성씨 모두 멋진 연기를 펼치셨습니다.
장현성: 감우성 선배는(탤런트 선배라서 꼭 선배라 부르라 한다며 서정이 살짝 전해주었다!) 온 몸에 핫팩을 붙이고 다니시는데, 그걸 떼서 나눠주시기도 합니다. 서정씨는 불고기도 사 줬구요(웃음).
서정: 부드러운 이미지의 두 남자와 함께 연기를 하게 돼 무척 좋았어요. 아마 다른 여배우라도 좋았을 거예요.

Q. (서정씨에게) 두 남자의 매력은?
A. 서정: 저뿐만 아니라 여자 스태프들에게 아주 잘 해주십니다(웃음). 두분 다 보기보다 훨씬 야성적이시고, 에너지가 넘치십니다. 아마 영화를 보면 놀라실 거예요. 두 분이 영화에 생명력을 부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Q. 촬영 중 가장 무서웠던 장면?
A. 감우성: 이 영화는 공포를 위한 공포를 담은 장면은 없습니다. 그저 처참한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는 한 남자의 심리를 담고 있죠. 익숙한 시각적 공포보다는 송일곤 감독의 색깔, 또 다른 차원의 심리적이면서도 잔인한 공포가 잘 드러나는 영화입니다.

Q. 감우성씨는 아직도 동안(童顔)이다!
A. 감우성: 늙지 않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스트레스입니다. 그게 오히려 저희 영화에는 도움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빨리 늙고 싶습니다(웃음).

Q. 세분 모두 깔끔한 이미지의 연기를 주로 해 오셨는데, 이번에는 세분 다 예쁘게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
A. 감우성: 그래요. 이 영화가 예쁜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죠.
장현성: 이 영화를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말씀하실 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포나 두려움을 고양이나 귀신 등의 출연으로 만들어 가는 류의 영화가 아니죠. 공포와 사랑 같은 감정들을 새로운 문법으로 풀어나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굳이 공포, 스릴러라는 장르에 국한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우성: 지금보다는 영화의 결과가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시사회 이후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흥행 기대작이라는 이야기가 돌던데?
A. 감우성: (웃으며 대뜸) 어디서요? 물론 흥행하면 좋겠고,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장현성: <거미숲>은 그저 눈요깃거리만을 제공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일반적인 흥행코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게 이 영화의 또다른 흥행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정: 저는 모니터를 볼 때마다 ‘재밌는 영화’라는 걸 새삼 느껴요. 하지만 볼수록 슬프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죠. <거미숲>을 보시고 나면, 아주 슬픈 몇 초간의 꿈을 꾸신 듯한 느낌이 드실 거예요. 세 명의 배우들의 모습이 완전히 변화된 것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동영상을 비롯해 무비스트만의 단독 인터뷰를 곧 소개할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취재: 심수진
촬영: 이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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