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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보셔야할 영화 송환
cocteau 2004-03-25 오전 12:53:59 906   [1]
정성일씨는 이 영화를 2003년 최고의 한국영화로 꼽았습니다. <송환>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라도 그 의견에 공감할 것입니다. 이 영화는 좋은 영화가 갖춰야할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동과 재미와 진정성을.

이 영화는 비전향장기수 할아버지들을 12년간 지켜보며 그들의 경험과 신념, 그리고 고단한 일상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끝으로 간절히 바라던 북으로의 '송환'까지. 관객들이 이런 영화 보기를 꺼리게 되는 여러 이유들이 있을 겁니다. 가령 애시당초 송환이나 비전향장기수 같은 것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이런 영화가 흔히 그러하듯이, 비전향장기수들의 삶에 대한 찬사 일변의 일면적인 해석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뭣보다 소재에 대한 엄숙하고 비장한 접근에 숨이 막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송환>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비전향장기수'에 대한 영화라서가 아니라 '좋은' 영화라서 이 영화를 보러간 저도, 영화보는 내내 감동을 받을만큼, 이 영화는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합니다. 비전향장기수 할아버지들은 코뮤니스트이지만 감독 김동원은 코뮤니스트가 아니지요. 이 영화는 정치적 선동영화나 역사 다큐라기보다 오히려 <인각극장>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선댄스 영화제에서 수상하게 된 것도 이 영화의 정치적 지향점이 아니라 이 영화의 인간주의적인 관점 덕분일 것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가 시종일관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는 점입니다.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는 자세는 다큐멘터리에 가장 핵심적인 요건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풀에 신명이 나서 애궂은 노인네 붙잡아다 곤욕을 치르게 하는 'Bowling For Columbine'에서 보듯이, 감독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분명할수록 자신의 견해에 따라 인물과 사건들을 배열하고 취사선택하려는 의도가 드러나기 쉽습니다. <송환>의 경우, 그럴 가능성이 무척 농후할 수도 있었습니다. 감독 김동원은 비전향장기수 할아버지들과 12년동안 교류해 왔기 때문에, 그들의 사상과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그만큼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조창손 할아버지와는 '父子의 정'을 나눌만큼 절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이 영화의 객관성은 그만큼 더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가 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공정했습니다. 비전향장기수 할아버지들의 인간적인 매력과 자신의 신념에 불굴의 의지를 발휘하는 초인적인 면모에 감탄하다가도 다음 순간 놓치지 않고 그들의 한계를 잡아냅니다. 가령 '납북'이란 단어조차 인정하지 않는 그 경직된 사고방식 말입니다.

비전향장기수 할아버지들을 일방적으로 영웅화하지 않고 그들과 그들 주위의 사람들의 삶과 고난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려는 성실한 자세는, 특히 김선명 할아버지가 老母와 해후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납니다. 홍기선 감독의 '극'영화 <선택>은 동일한 사건을 영화 마지막에 삽입하여 결국 영화를 해피엔딩으로 끝냅니다. 그 장면은 가족들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용서와 화해'의 장면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송환>에서는 동일한 자료필름을 사용하고도 그 상황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게 만듭니다. 실제로는 김선명 할아버지와 노모가 해후의 정을 다 나누기도 전에 가족 중 한 명이 끼어들어 김선명 할아버지를 떠밀다시피 쫓아내는 장면이 있었던 것이지요. 당혹스런 장면이었지만, 누구도 그 가족의 행동을 비난할 수 없었습니다. 전향하지 않겠다는 김선명 할아버지의 '선택' 때문에 가족 중 두 명이 죽임을 당하는 가혹한 고초를 겪은 그 여인의 울분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그 장면은 김선명 할아버지가 이데올로기적 신념은 철석같이 지켜내면서 자기 가족은 내팽개쳐둔 비정한 인간일 수도 있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또 이 영화에는 '납북자' 가족들이 비전향장기수 할아버지를 북으로 송환하는 버스를 세우고 시위를 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카메라는 시위자들의 울분과 절규를 잡아내어, 그들이 몰지각한 반공주의자들이 아니라 , 역사의 또다른 피해자라는 점을 알려줍니다.

이 영화는 이렇듯 무겁고 진지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재미있습니다. 압권은 김영삼의 대통령 취임사겠지요. 비전향장기수 할아버지와 조선일보 기자와의 설전도 재밌었구요, 여튼 관객석에서 웃음과 울음이 끊이지 않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비전향장기수 할아버지, 그리고 감독 그 자체입니다. 이 영화를 보신 분은 포스터 오른쪽을 장식하고 있는 김영식 할아버지의 저 순진무구한 웃음 뒤에 숨겨져 있는 진한 비애감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지구상의 어머니들에게 정말 호소하고 싶은 것이, 아들을 낳으려거든 정말로 나이팅게일 같은 사람을 낳으라는 거야. 그리고 구두 만드는 사람은 끄트머리를 좀 말랑하게 하란 말야. 내가 구두끄트러머리에 맞아 다리가 이렇게 다 죽갔다고."

이 영화의 또다른 감동은 감독 자신에게서 나옵니다. 소박하지만 성실한 자세, 비전향장기수할아버지의 삶을 가감없이 객관적으로 다루면서도, 그들에 대한 인간적인 예우을 잊지 않고 애정을 바치는 자세가 영화 곳곳에 드러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 근래에 어떤 영화를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그 영화를 보셨다면 이 영화를 보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최.고.입니다. 보시고 나면 '보길 정말 잘했다'는 뿌듯함을 느끼시게 될 것입니다. 제가 그래야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정말 부탁드립니다. 제발 이 영화 꼭 극장가서 보세요. 보셔야 합니다.

http://cocteau.pe.kr

(총 0명 참여)
적극동감!입니다, 가감없이 진실을 이야기하는 감독의 진정성을 두고 세뇌니 시대를 잘타고 난 좌익이니..김영식 할아아버지의 웃음이 희미해 질 때즘, 극장을 다시 찾을 생각입니다.   
2004-04-0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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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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