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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달콤 쌉싸름한 맛~ 아는여자
beatle9 2004-06-17 오전 1:03:34 1092   [2]

쿠엔틴 타란티노가 박찬욱에게 그랬다지. 만만찮은 이야기꾼을 만났다고. 장르와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잘한 생활속의 장난스런 또 한명의 이야기꾼이라고 내세울 수 있을 만한 사람이 하나 더 있다. 장르를 넘나드는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 장진, 장진 감독의 영화 <아는 여자>와의 만남은 오랜 기다림 끝에 해후하는 애인을 만나듯 가슴 설렘과 함께 다가왔다.

<간첩리철진>, <킬러들의 수다>에서 재담을 잔뜩 늘어놓은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 실패작 <화성으로 간 사나이>때문에 그 감각을 잃은 것은 아닌가 내심 마음을 졸였었는데 역시나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물론 그의 화려한 컴백에는 투박한 뚝배기같은 연기로 <실미도>에서보다도 더 강렬한 매력으로 등장한 주연 정재영과 <내멋대로 해라>의 멋진 연기를 답습한 듯 보이지만 투명한 피부, 털털한 모습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 이나영이 포진해있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며 애인에게 버림받고 몸담고 있는 야구단에서도 2군으로 물려난 왕년의 퇴물 투수 동치성..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는 어느날 3개월 밖에 살수 없다는 청천벽력같은 선고를 받고만다. 사랑이 무얼까. 사랑 때문에 공을 던지고 사랑 때문에 죽고 사는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첫사랑이 없다. 아니 사랑에 목숨을 걸수도 있지만 그럴 용기도 없다.

그에게 어느날 오로지 그만을 해바라기하며 살아온 한 여자 이연이 나타난다.

대부분 영화에서의 사랑은 늘 꿈이다. 아름답고 괜히 슬프고... 하지만 현실에서의 사랑은 삶이다. 영화에서의 사랑은 음악이 흐르는 아리따운 주인공이 극적으로 만나 살다 사그러진다.

그래서 박신양, 최진실이 나왔던 <편지>라는 영화에서도 구차한 가족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아름다운 집에 둘만이 살며 사랑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가족과 치대야하는 그런 사랑은 영화에서는 별로 없다. 그런 영화를 보며 눈물을 펑펑 쏟고는 극장문을 나서면 습한 공기가 폐부를 엄습하면서 왠지 찜찜해진다. 왜일까...

"영화는 슬프다."

요새 읽고 있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영화는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상반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늘 슬픈거라고. 슬프고 아픈 이야기야 그만큼 슬프고 아픈 내 자신이 떠올라 당연히 슬픈거겠지만.

오히려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있는 우스운 이야기는 그저 웃을 수 만은 없는 현실의 무게 때문에 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름다운 것만 꿈꾸기에는 너무 피폐해진 삶때문에 더더욱 슬프다고. 현실에서 도피한 영화속의 사랑은 늘 아름답다. 엘비라마디간, 물랑루즈, 모두 뜨겁게 사랑하다 사그러진다.

그런 현실과 동떨어진 영화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감독은 <아는 여자>속에 액자영화를 하나 등장시켰다. 이연과 치성이 보러간 그 영화는 바로 하나의 진부한 멜로영화 그 자체다.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면서 나는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래.. 라고 하듯이 사랑은 꿈일 뿐이야 라고 외친다.

하지만 치열한 삶속의 사랑과 아름답고 슬픈 사랑. 두갈래 길에서 <아는여자>는 두번째의 길을 답습한다. 그것은 사랑은 죽음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명제에서 벗어나 살아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현실의 논리를 차용해 조금은 비껴가는 듯 하지만 전류가 흐르는 사랑은 여전히 아름다운, 예의 사랑, 그것이다.

이연과 영화를 보러간 극장에서 예전의 애인을 마주치고서 치성은 이연을 "그냥 아는 여자"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인 아는여자"는 치성에게 점점 큰 의미로 다가온다.

너무나 즐겁고 그닥 슬프지 않은데도 영화 내내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핑 도는 까닭은 내게도 영화는 늘 슬픈 것이기 때문이었나보다. 그래도 똑똑한 감독은 나같이 미련한 관객을 위해서 여기저기 웃음폭탄을 유발시키는 양념과 장치를 잊지 않는다.

내게 3개월의 삶이 남았을 때, 나라면 무엇을 할까.. 몇십년을 더 살아갈 인생의 미래를 담보해야했기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그 길을 택하지 않을까. 남은 3개월을 빼곡히 채워나가고 있을 때 하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내게 부여한다면 그 인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 만큼의 선택일지는 모르겠지만...

코미디와 멜로가 톡톡 튀면서도 너무나 잘 어우러진, 순수함과 위트가 넘치는 예쁜 영화. 이런 영화를 보고 흘린 내 눈물은 아마도 달콤한 꿀물 맛이었으리라. 오늘, 아는 여자를 만나면 행복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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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여자(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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