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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영웅이 없는 감성 액션 네스트
emptywall 2003-08-21 오후 6:31:39 1373   [6]
 내게 총격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영웅본색>이다.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에 성냥을 입에 물고 바바리 휘날리며 쌍권총을 쏘아대던 주윤발을 보면서 주먹을 꽉 쥐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다음 두 번째로 꼽는 작품은 명절 때 보았던 <대부>인데, 한명을 죽이기 위해 자동차 전체를 벌집으로 만들어 버리는 총격씬 장면은 마피아의 대한 무서움과 더불어 총이라는 무기에 대해서 공포를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영웅'이 등장한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총격전이 리얼함의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신기한 영화가 한편 만들어졌다. 자국에 대한 자긍심이 유난히 강해 다른 나라와는 차별되는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일까. 영웅이 등장하지 않고 총격전이 꽤 사실적인 어찌 보면 신기한 작품이자 프랑스 영화 특유의 무게감과 이질감을 줄인 액션 영화 <네스트>가 바로 그것이다.


 나세르(사미 나세리)와 상티노(브누와 마지멜)을 비롯한 5명의 일행은 물류창고를 털어 인생역전을 노리고 있는 무장강도다. 그들은 프랑스 혁명 기념일을 맞아 대부분의 군인들과 경찰들이 축제에 투입되어 있는 시기를 이용해 물류창고로 작업을 하러 간다.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탓인지 일은 술술 풀리는 듯 하지만 갑자기 들려오는 총성과 들이닥치는 특수차량에 그들은 당황한다. 그것은 국제적인 매춘조직을 갖고 있는 알바니아계 마피아의 대부를 호송 중이던 차량으로 마피아들의 총격을 피해 피신온 것이었다. 하지만 창고에는 이미 무장강도단인 나세르 일행이 있고, 그들끼리 총을 마주 대고 있는 그 시각, 마스크를 쓴 괴한들이 창고에 총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아군과 적군의 구별이 모호한 상황에서 그들은 살기 위해 총을 쏘아야만 하는데..


 영화를 보면 프랑스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낯익은 얼굴들이 여럿 보인다. 일단 <택시>시리즈의 사미 나세리를 비롯해서, 미카엘 하네케 감독 <피아니스트>의 브누와 마지멜이 보이는데, 그들의 연기 변신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전편에서는 스피드광이었던 사미 나세리는 부상을 당해 누운 상태로 감정을 표정으로만 연기한다. 또한 <피아니스트>에서 미소년으로 나와 연상의 여인과 농도 짙은 러브신을 보여주었던 브누와 마지멜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이들의 연기를 쉽게 볼 수 없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꽤나 흥미로운 비교가 될 수 있다.


 <네스트>가 기존 액션 영화와 차별되는 점은 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에 있다. 사미 나세리(나세르)는 무장강도단의 리더로써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듯하다가 심한 부상을 입고 일행의 짐이 된다. 또 영화의 도입부부터 나오는 물류창고 경비원인 루이스(파스칼 그레고리)는 리더쉽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는 듯하지만 영화의 끝부분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나마 특수부대원의 리더인 라보리(나디아 파레)만이 영화 내내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많지만 주인공은 없는 이 점이 <네스트>의 특징이다. 이 특징은 삶과 죽음을 넘나들 수밖에 없는 액션영화라는 면에서는 사실감을 부여하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는 관객들에게는 배신감을 준다. 이는 오히려 영화에 대한 몰입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신이 애착을 갖는 캐릭터가 누군가에 의해 총알받이가 되거나 피를 뿌리며 죽는다면 아마도 허무함이 느껴질 것이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김상진 감독을 떠올렸다. 물류창고라는 장소에 무장강도단과 특수부대 요원들 그리고 마피아라는 다른 직업 종사자들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데 모여 벌어지는 사건을 소재로 하는 <네스트>가 <주유소 습격사건>이나 <광복절 특사>처럼 한 장소에 다양한 사람들을 몰아넣고 사건을 몰아가는 김상진 감독의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 전자는 웃음이 쫙 빠져버린 찬바람 쌩쌩 도는 액션 영화고, 후자는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상황에서도 웃음을 주는 영화라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아직 프랑스 영화는 낯선 음식인 것일까? 역시 가끔 먹는 별미보다는 매일 먹는 밥이 뱃속에서는 부담이 덜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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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2002, Nid de Guepes)
제작사 : Le Studio Canal+, Canal+, Cofimage 12, Cinemane Films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주) 아이비젼 엔터테인먼트 / 공식홈페이지 : http://www.then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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