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우아하게 살고 싶은 가장들의 비루한 삶... 우아한 세계
ldk209 2007-04-07 오후 11:51:15 1755   [16]
우아하게 살고 싶은 가장들의 비루한 삶...

 

개봉 전 이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면서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폭 이야기라는 점에 일말의 불신을 가졌을 법하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던 [연애의 목적]을 아주 좋게 본 사람으로서 감독도 괜찮고, 배우도 좋은데, 다만 조폭이 소재라는 점에서 나 역시 반신반의한 건 마찬가지였다.

 

결론적으로 영화를 본 다음에 든 생각은 조폭 얘기라기보다는 깡패 얘기였고(조폭과 깡패는 왠지 아주 커다란 차이가 느껴진다), 깡패 얘기라기보다는 어떻게든 살아 남아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이 시대, 특히 한국의 40~50대 가장들의 이야기였다. 송강호의 연기는 누군가의 말처럼 뛰어난 배우 한 명이 한 작품에서 차지할 수 있는 비중의 극대치를 보여준다고 할 만큼 대단했으며 두 말하면 잔소리인 오달수나 스크린을 통해 처음 모습을 보이는 박지영을 본다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영화는 운전 중 신호대기 상태에서 꾸벅 졸고 있는 인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피곤에 쩔어 있는 모습, 그리고는 마치 피로회복제 광고에서 곰 한마리를 등에 엎고 생활하고 있는 사람처럼 영화 내내 인구의 피곤함은 가실 줄을 모른다.  스트레스와 피곤으로 점철된 생활은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딱히 특정 직업군의 문제만은 아니다.

 

인구의 직장 생활(?)을 들여다보자. 들깨파의 넘버3. 그러나 능력으로보면 당연히 넘버2에, 보수를 이어 조직을 관리해야 마땅하건만 애당초 그 자리는 인구의 자리가 아니다. 왜냐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보스의 동생 노상무가 있기 때문이다. 능력을 떠나 가족에 의해 경영이 되물림되는 건 폭력조직이나 재벌기업이나 매한가지다. 위로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고, 아래에서는 치고 올라온다. 깡패라면 싸움을 잘하는 것이 능력이건만 나이도 먹고, 부인 말마따나 이제 싸움도 잘 안 된다.(과거엔 이 정도 나이되면 편하게 부하직원 관리만 하면 됐는데, 세상이 변하면서 컴퓨터니 뭐니 새로 배워야 하는 우리 시대의 불쌍한 중년들)

 

그럼에도 인구는 깡패짓를 청산하고 청과물 도매상이나 하면서 교외의 정원이 있는 멋드러진 집에서 가족과 살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 인구는 고향 친구의 조직과 충돌하면서까지 아파트 시공권을 따내며 그렇게 염원하던 대박의 꿈이 현실로 다가옴을 느끼지만, 조직 내외에서 우아한 세계에서 살고픈 인구의 꿈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한국 남성의 40~50대 돌연사가 세계 최고라든가. 정말 그 나이대의 직장인들은 목숨 걸고 일한다는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니다. 왜 그렇게 병을 얻어가면서까지 일을 해야 되는지, 아마 대부분은 가족의 부양과 행복을 운위할 것이다. 영화에서 인구가 평범한 직장인이 아니라 깡패인 이유는 목숨 걸고 직장 생활하는 가장의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이런 인구의 희생을 전혀 알아주지 않는다. 오히려 챙피하다고 아우성이다. 딸 희순은 차라리 아버지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까지 한다. 인구는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울먹이며 호소한다. '어떻게 당신이 나한테 이럴 수 있냐"고. 모든 걸 다바쳐 가족을 위해 희생했는데 가장에게 돌아오는 건 가족들의 거부와 냉소뿐. 그런데도 인구는 가족들에게 화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한다. 이 지점에서 가슴이 정말 먹먹해졌다. 난 왜 하필 돈 없는 집에서 태어났는지, 왜 우리 아버지 직업은 이리도 비루한 직업인지.. 어릴적 알게 모르게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았구나. 심지어 깡패 아버지 조차 저렇게 아파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인구는 그토록 원하던 정원이 딸린 집을 얻지만, 같이 그 행복을 누려야할 가족은 인구의 곁에 없다. 행복에 겨워하는 가족 속에 가장인 인구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마지막 웃으며 라면을 먹다가 눈물을 흘리는 인구, 송강호의 표정은 당분간 잊기 힘들 것 같다.

 


(총 1명 참여)
ooyyrr1004
정말 송강호 연기력은 재 확인시켜줬다는   
2008-10-23 21:42
ldk209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단순한 조폭 영화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 긍정적...   
2007-04-19 16:39
kyikyiyi
송강호 연기 쩔어연   
2007-04-17 03:24
1


우아한 세계(2007)
제작사 : (주)루씨필름 / 배급사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kangho-ua.co.kr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51357 [우아한 세계] 특별한 아버지 송광호 (2) leehm1971 07.04.28 976 6
51298 [우아한 세계] 역시 송강호 rlawldmswkd 07.04.27 1026 4
51224 [우아한 세계] 짜증 지대로다~! ^^ ymyband 07.04.26 1305 3
51202 [우아한 세계] 이 시대의 아버지를 그리며... 38jjang 07.04.26 1003 3
51087 [우아한 세계] "우아한 세계=송강호의 세계" zhixin00 07.04.24 1336 6
51067 [우아한 세계] 우아한세계 ppopori486 07.04.23 902 2
51048 [우아한 세계] 우아한세계 (2) woomai 07.04.23 1004 5
50516 [우아한 세계] 우아한세계 (1) pms8849 07.04.16 1173 4
50512 [우아한 세계] 시사회되어서 봤어요 (1) jungae04 07.04.16 1470 5
50498 [우아한 세계] 우울한 세계 (2) mchh 07.04.15 1227 6
50420 [우아한 세계] 송강호의 연기는 역시 좋다!!! (1) lsy0325 07.04.13 1227 9
50351 [우아한 세계] 아빠는 깡패. (2) pontain 07.04.11 1604 12
50337 [우아한 세계] #(반어법)->minor(역설법)으로의 불편한 코드진행이 전하는 다소 우아한 거슬림 (2) khanj 07.04.11 1759 7
50321 [우아한 세계] 우아하지 않은 아버지 (1) priestkang 07.04.10 1397 4
50302 [우아한 세계] 송강호가 안 찍었으면 안 봤다.. (3) chunjagirl 07.04.10 1665 7
50299 [우아한 세계] 우아한 약육강식의 세계 (1) riohappy 07.04.10 1183 7
50290 [우아한 세계] 조금은 억지스러운 영화 (3) tjsdmsrud 07.04.09 1942 11
50288 [우아한 세계] 아버지.. (3) cholom 07.04.09 1134 8
50269 [우아한 세계] 그들이 꿈꾸는 소박하지만 우아한 세계! (1) julialove 07.04.09 1376 3
50266 [우아한 세계] 완전공감100% 영화 - 우아한 세계 (2) rlaejrdks60 07.04.08 1427 4
50262 [우아한 세계] 우아하길 바랬던 우리의 아버지 (1) wag77 07.04.08 1404 7
50254 [우아한 세계] 조폭 아빠... 그 남자가 사는 법! (1) songcine 07.04.08 1384 8
50253 [우아한 세계] 우아한세계 아름답다~~ (1) inrel 07.04.08 1142 2
현재 [우아한 세계] 우아하게 살고 싶은 가장들의 비루한 삶... (3) ldk209 07.04.07 1755 16
50230 [우아한 세계] 우아한세계 (1) ppopori486 07.04.07 1419 3
50203 [우아한 세계] 아빠는 강하다 (1) leehm1971 07.04.06 1045 11
50191 [우아한 세계] 우아한세계 (1) ppopori486 07.04.06 1179 6
50183 [우아한 세계] 송강호의 연기는 아름답다! (4) everlsk 07.04.06 1327 6
50171 [우아한 세계] 아버지..우리의 아버지.. (1) ex2line 07.04.06 1169 8
50167 [우아한 세계] 웩한 세계, 뷁한 세계...무림고수 소비자 틈에서 강호가 살려면... (2) everydayfun 07.04.06 1788 15
50166 [우아한 세계] 오늘보고왔는데 좀도와주십쇼~ (2) ogammago 07.04.05 1601 8
50149 [우아한 세계] 우아한 세계의 뒤에는 참다한 일상이 ... (1) kdwkis 07.04.05 1439 4

1 | 2 | 3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