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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지만, 정재영 한지민이 아니었다면... 플랜맨
ldk209 2014-02-11 오후 4:38:23 707   [1]

 

귀엽지만, 정재영 한지민이 아니었다면... ★★☆

 

결벽증적 청결함과 강박적으로 모든 생활을 계획적으로 시간에 맞춰 생활하는 정석(정재영)은 매일 들리는 편의점의 지원(차예련)을 짝사랑한다. 정석은 계획을 세워 지원에게 접근하지만 정석의 고백은 엉뚱하게 소정(한지민)이 듣고 만다. 정석이 두고 간 일기장의 내용으로 노래를 만들어 무대에서 부른 인디가수 소정, 이를 본 정석은 소정에게 화를 내고, 소정은 지원과 연결시켜주는 대신 자신과 밴드를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결벽증의 남자와 정반대의 털털한 여자와의 사랑이야기, 또는 결벽증의 남자가 사랑을 하면서 조금씩 변화된다는 이야기.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다. 영화를 보기 전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먼저 떠올렸는데, 막상 보니 대부분의 에피소드를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에서 빌려(?) 온 것처럼 보인다. 최근 개봉하는 많은 한국 기획영화들이 이처럼 예전 헐리웃 영화를 모태(!)로 탄생하는 건 여러모로 씁쓸하다. 아마도 <플랜맨>의 처음은 강박증과 결벽증의 남자(또는 여자)가 정반대의 이성과 만나, 부딪치면서 애정을 느끼고 변화된다는 것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각본을 쓰는 과정에서 여러 영화들이 열거되었을 것이고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의 주요 설정들이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책상 위에 던져지고 채택되었을 것이다. 의도했든 안 했든 좋은 모습은 아니다.

 

아무튼, 영화의 전반적인 이미지는 일단 귀엽다. 간만에 정재영이 잘 맞는 옷을 입고 나왔고 한지민, 그리고 차예련도 참 예쁘게 나온다. 영화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소품들도 귀엽다. 주로 한지민이 부르는 노래도 귀엽고 고양이도 귀엽다. 도저히 오글거려 보기 힘든 장면들이 그나마 정재영과 한지민으로 인해 겨우겨우 귀엽다는 이미지로나마 남은 건 관객들에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유머도 괜찮은 편인데, 이게 각본, 연출의 힘에 의한 것인지, 단지 정재영의 연기에 의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후자에 좀 더 힘을 실어 주고 싶을 뿐이다.

 

영화의 장점은 딱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대체 왜 이런 식의 설정들이 들어갔는지 의문부호만이 찍힌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게 과연 뭘까? 관객들이 뭘 보고 싶어 하는 것일까? 당연하게도 강박증, 결벽증의 정재영과 정반대의 한지민이 만나면서 서로 주고받고 투닥거리는 과정을 거치며 사랑으로 나아가는 모습,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 아닐까? 그런데 감독은 현재 진행 중인 둘의 사랑이야기보다 과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남자의 결벽증의 원인이 대체 왜! 중요한 것일까?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 살다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되는 것이지, 그게 꼭 어떤 비극적 사건의 결과일 필요는 없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가벼운 코미디고, 관객들도 분명 이런 분위기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을 터인데, 이면에 숨겨진 정재영의 과거사는 정반대로 너무 무겁고, 심지어 장면조차 잔인하다. 당황하는 관객들. 게다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벌어진 그 끔찍한 사건을 주요 관련자들이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니 아예 모르고 있었다는 게 과연 설명이 가능한 부분인가 싶다. 이렇게 영화가 과거에 천착하다보니 정재영과 한지민을 잇는 현재의 설정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그렇다고 과거의 설정이 좋다는 것도 아니지만) 단적으로 한지민이 우연히 정재영의 피아노 연주를 먼저 들었다면 모를까, 정재영같은 타입의 남자에게 밴드를 하자는 제안을 한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일까. 이건 그냥 억지다. 80~90년대 헐리웃 영화에서 주로 보던 정신병 환자들의 집단 상담 장면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고.

 

정재영의 비극적인 과거사를 통째로 드러내든가 가볍게 처리하고 넘어갔더라면 영화는 더 나았을 것이다. 내 생각에 관객에게 감동을 주려는 강박관념이야말로 한국 영화에서 보이는 가장 나쁜 지점이다.

 

※ 정재영의 결벽증 연기는 대체로 좋은 데, 조금 거슬리는 게 두 가지 정도 있다. 살다가 알게 된 깔끔을 심하게 떠는 사람들이 대게 가장 신경 쓰는 게 두 가지인데, 문 손잡이를 직접 손으로 안 잡으려고 하는 것과 의자에 앉을 때 신경 쓰는 것. 그런데 정재영은 유독 두 가지에서만 별다른 결벽증적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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