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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언제나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흐른다... 헬프
ldk209 2011-11-23 오후 4:11:17 560   [0]

 

관계는 언제나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흐른다... ★★★★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미국 남부의 미시시피주 잭슨. 미국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동네인 이곳의 백인여성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삶이란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정원이 딸린 고급 저택에서 흑인 가정부를 둔 안주인이 되는 것. 그러나 스키터(엠마 스톤)은 이러한 삶을 거부하고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역신문사에 입사, 살림 정보 칼럼을 쓰게 되고, 이를 위해 베테랑 가정부인 에이블린(바이올라 데이비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는 한편, 책을 내기 위해 소재를 찾던 스키터는 다른 사람이 쓰지 않는 독특한 소재의 글이 필요하다는 조언에 에이블린과 미니(옥타비아 스펜서)의 눈으로 바라본 가정부의 세계를 글로 써 책으로 펴낼 생각을 한다.

 

우선 <헬프>는 기본적으로 매우 전형적인 이야기 구성과 진행을 보인다. 그러니깐 달리 말해 영화적으로 딱히 평가해줄만한 신선한 시도는 없다는 얘기다. 선인과 악인의 뚜렷한 구별 등 이런 식의 이야기와 구성이야말로 헐리우드가 가장 선호하는, 그리고 아카데미가 가장 선호해왔던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전형적인 구성, 즉 진부하다는 부정적 의미는 곧바로 안전한 선택일 수 있다는 긍정과 연결된다.

 

우선 이 영화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전형적이긴 하지만, 뚜렷하고 특색 있는 캐릭터의 구축이다. 주요한 다섯 인물이 하나같이 개성이 강해 이야기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사실 이 영화엔 흑인의 처지를 동정하는 백인 영웅은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인 스키터는 정의감을 위해 흑인 가정부의 이야기를 듣고 책을 펴내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남이 쓰지 않은 독특한 소재를 찾았던 것뿐이고, 이는 자칫 흑인을 이용해 성공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런 특징은 자칫 지나치게 단순할 수 있었던 주인공의 캐릭터를 다채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자신의 손으로 17명의 백인 아이를 키웠으나 백인들의 차별로 인해 아들을 잃은 아픔을 간직한 누구보다 성실한 가정부인 에이블린, 뛰어난 음식 실력을 갖췄음에도 주인과의 불화로 인해 자주 쫓겨나는 미니, 전형적 악인이지만 어쩌면 그 시대에 가장 평범한 사고방식을 가졌을지도 모를 힐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고위층 남자와 결혼했지만 출신이 다르다는 이유로 백인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셀리아(제시카 차스타인) 등 주요인물의 캐릭터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아마도 이 영화를 가장 빛내주는 요소일 것이다.

 

다음으로 이 영화의 장점으로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헬프>의 상영시간은 146분. 그러나 실제 느낌은 별로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이야기의 몰입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웃음을 유발하는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짜임새 있게 등장하고 몇 군데에서 감동적 이야기들이 눈물샘을 자극하며 공백을 메워준다. 아무리 이야기가 전형적인 경로를 따라 간다 해도 에이블린이 죽은 아들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스티커가 어린 시절 자신을 키워준 가정부를 떠올리는 장면에서, 그리고 미니와 셀리아가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장면에서 감동하지 않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큰 분위기는 유쾌함이다. 좀 의외라고 생각되기까지 했다. 다른 영화에서라면 잔인한 복수라든가 배제, 처형이 들어갈 자리에(그러니깐 KKK단) 유머가 배치됨으로서 영화의 분위기를 밟게 유지시켜 준다. 힐리 마당에 들어찬 변기들, 똥을 집어넣은 파이 같은 것들. 거기에 당시 흑인들의 빈곤과 참혹한 생활상도 표현되지 않는다. 백인들이 사는 주택에 비해 규모만 작을 뿐, 흑인 거주 주택도 깨끗하고 깔끔하며(심지어 별도로 사용하라고 만들어 준 흑인 화장실을 보라), 백인들에 의한 차별도 일종의 해프닝처럼 다뤄져 있다.

 

이야기의 구조도 다양하고 복잡해질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음에도 의도적으로 단순화시켜 놓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깐 미니에게는 시시때때로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의 존재가 있으나 폭력도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고 남편은 목소리로만 잠깐 등장한다. 또한 셀리아가 당하는 백인 내에서의 차별의 문제를 포함해 백인 내에 존재하는 계급 계층적 문제도 매우 가볍게 처리되거나 의도적으로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중 삼중의 억압 속에 놓여 있는 흑인 여성의 현실이나 인종 문제에선 지배자처럼 보이나 사실상 흑인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유지해가는 하층 계급으로서의 백인의 모습은 소소하게 다뤄지거나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당연하게도 이런 문제들이 같이 다뤄졌다면 영화는 훨씬 깊고 진지한 영화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연출자의 의도는 여러 문제를 동시에 다루기보다는 한 가지 문제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다고 할 수 있는데, 어쨌거나 이건 선택의 문제다.

 

영화 제목 <헬프>는 직접적으로 가정부를 의미하는 동시에 다른 차원에서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분명 흑인 가정부들의 애환과 삶을 책으로 펴냄으로써 차별 문제를 공공연하게 제기하고 이의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제공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백인 여성 스티커가 흑인의 인권문제 개선에 도움(!)을 주었다는 건 확실하다. 그러나 관계는 언제나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작용한다. 그게 바로 이 영화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 개인적으로 힐리가 아마 속으론 흑인에 대해 친밀한 감정, 특히 자신을 키워준 흑인 가정부를 좋아하고 사랑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게 그러니깐. 이건 자신을 숨기고 흑인 차별에 더 앞장섬으로서 백인 우월주의 사회에서 인정받으려 하는 의식의 산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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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2011, The He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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